이재명 이어 배현진까지…총선 앞두고 경호 비상
모방범죄 이어지나…정치권·경찰 긴장
경찰 경호 한정적…정당 자체 대책도 필요
정치권서 '혐오 정치' 결과 자성의 목소리도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오는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을 겨냥한 피습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자 정치권과 경찰이 바짝 긴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이 일어난지 한달이 채 되지 않아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까지 공격당하는 일이 생기면서 모방범죄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찰이 주요 인사에 대한 신변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경찰의 경호에만 기댈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배 의원을 공격한 중학생 A군을 특수상해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A군은 지난 25일 오후 5시 18분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빌딩에서 배 의원의 머리를 돌멩이로 수 차례 가격했다.
배 의원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병원으로 이송돼 봉합 수술을 마치고 퇴원했다. 현장에서 붙잡힌 A군은 미성년자로, 보호자 입회 하에 경찰 조사를 받고 현재는 응급 입원 조치된 상태다.
배 의원이 피습당하기 23일 전인 지난 2일엔 김모(67)씨가 이 대표의 부산 현장 일정에서 이 대표에게 지지자인 척 다가가 흉기로 목을 찌른 사건이 발생했다.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 외상센터 응급실로 이송됐다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으로 인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며 “곧 있을 총선에서 이 대표가 특정 세력에게 공천을 줘 다수의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살해를 결심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배 의원 사건의 피의자가 이 대표 피습 사건을 모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A군은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배 의원이 공개 일정이 아니라 개인 일정을 소화 중이었다는 점, A군이 배 의원에게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맞으시죠?’라고 두 차례 확인한 점 등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은 사건 이후 강남서장을 팀장으로 하는 27명 규모 전담팀을 구성해 사건 경위와 범행 동기, 배후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이 대표 피습 사건이 모태가 됐거나 촉진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본다. 아예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 대표 사건 피의자가 신상공개되지 않았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니 이 아이의 호기심, 영웅심이 작동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경찰에만 맡길 수 없어”…정치권에선 근본적인 자성 목소리도
본격적인 총선 시즌을 앞두고 정치권 인사가 연이어 습격당하자 경찰은 주요 인사에 대한 신변보호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거리 유세 현장에서 거동 수상자에 대한 불심검문도 강화해 원거리에서부터 위해요소를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인력이 한정된 경찰이 모든 정치인을 신변보호할 수 없고, 개인일정까지 쫓아다닐 수 없어 정당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거리 유세 같은 경우 정치인이 일반 시민과 밀접하게 접촉하기 때문에 경호가 쉽지 않아 대책 마련의 필요성도 떠오른다.
이 교수는 “정치 행사는 사실 개인적인 성격으로, 경찰이 전적으로 책임져선 안 된다. 수익자부담원칙이라는 게 있듯 정당도 스스로가 안전관리할 필요성이 있다”며 “여의도에서 교사들이 집회를 했을 때 내부에서 안전관리원을 고용해 진행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 지도자들이라면 정당 예산 등을 이용해 안전관리도 스스로 해야 옳다”며 “경찰은 정치행사가 아닌 민생치안을 우선시해야 하는 조직으로, 정당의 챙김 하에 부족할 때 경찰의 협조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치권에선 잇달아 일어난 사건들이 ‘혐오 정치’의 결과라며 근본적인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배 의원이 입원한 25일 순천향대 부속 서울병원에서 기자들에게 “범죄 피해, 테러 피해는 진영의 문제, 당의 문제가 아니며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대책을 잘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정치가 상대를 증오하고 잘못된 언어로 국민에게 그 증오를 전파하는 일을 끝내지 않는 한 불행한 사건이 반복될 것”이라며 “21대 국회에서 증오의 정치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손의연 (seyy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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