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사법농단 1심 전부 무죄…신문들 양승태 구속 당시엔 어땠나
양승태 사법농단 47개혐의 모두 무죄...구속 당시 조선 "지탄받아 마땅하나 죄는 다른 문제"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법원이 26일 '사법농단 사태'로 구속기소됐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47개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이 정치권력과 유착해 재판에 개입하고 법관 독립을 침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7년, 사법부 수장이 헌정 사상 최초로 재판에 넘겨진 지 약 4년 11개월 만에 나온 1심 결론이다. 27일 아침신문은 모두 이 사건을 1면에 올렸지만 판결에 대한 생각은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1부(재판장 이종민)는 이날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에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법농단은 양 전 대법원장이 재임한 2011년 9월~2017년 9월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재판에 개입하고 법관을 사찰한 사건이다. 2017년 2월 법원행정처에서 일하던 이탄희 당시 판사가 개혁 성향을 띠는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저지하라는 업무 지시를 거부하고 사직서를 제출해 처음 언론에 알려졌다.
다음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관련 27일 토요 아침신문들의 주요기사 제목이다.
국민일보: “사법농단 없었다” 양승태 무죄 선고
동아일보: 양승태 '사법농단' 47개혐의 모두 1심 무죄
세계일보: '사법농단 의혹' 양승태, 47개 혐의 모두 무죄
조선일보: 사법농단 없었다… 양승태, 47개 혐의 모두 무죄
중앙일보: 양승태 '사법농단' 47개혐의 모두 무죄
한국일보: '사법농단 의혹' 양승태, 47개 혐의 모두 무죄
한겨레: '사법농단' 양승태 면죄부… 법원 “남용할 권한 없다”
신문들은 핵심 쟁점이 직권남용 혐의 성립 여부였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는 “1심은 재판 개입, 블랙리스트, 헌재 견제 등 3대 주요 쟁점을 전부 무죄 판결했다”며 “블랙리스트 관련 실무진에게 작성하도록 한 일부 보고서는 위법성이 인정되나 양 전 대법원장이 범행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는다고 봤다”고 판결을 요약했다.
한겨레는 “양 전 대법원장의 핵심 혐의는 2013~2016년 일제 강제동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박근혜 청와대' 요청에 따라 지연시키는 등 정권과 거래하며 여러 재판에 개입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전범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한아무개 변호사를 세 차례 이상 만나고 이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할 계획을 전했으며, 주심 대법관에게 “배상 판결이 확정되면 국제법적 문제가 될 것”이라 말하는 등 직접 개입 정황이 드러났다. 재판 전개 방향과 파장을 점검하는 보고서를 법원 수뇌부 지시로 작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 행위에 재판 개입 의도가 있음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한국일보는 “검찰은 사법부 수뇌부가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도입에 박근혜 정부 협조를 얻기 위해 직권을 남용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 등 재판에 부당 개입했다고 봤다”며 “하지만 재판부는 대법관은 다른 재판에 개입할 '권한 자체가 없어 남용이 안 된다'는 기존 법리를 고수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양 대법원장이 사건 주심 대법관에게 '이전 판결을 번복하도록 결론을 설정해줬다'는 검찰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며 “재판부가 '재판 개입이 맞다'고 인정한 건도 있었지만 당초 재판에 개입할 직권이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직권남용도 될 수 없다고 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들이 국제인권법연구회와 법관 익명 커뮤니티 등 사법부 내부뿐 아니라,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대한변호사협회 등에까지 외압을 넣었다는 것이 검찰 주장이었지만,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모두 물리쳤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하급자들과 공모한 것 또한 인정되지 않았다. 한국일보는 “양 대법원장이 파견법관을 통해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를 수집하고,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해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 등도 모두 배척했다”고 했다. '정운호 게이트'를 비롯한 판사 비위를 은폐하고 축소한 혐의 등 47개 혐의가 전부 증명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한겨레는 “법원은 사법농단 행위가 있었지만, 이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의 범죄 행위이고 양 전 대법원장은 이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여러 정황을 하나같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유리하게만 해석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사법행정권자는 애초 남용할 직권 자체가 없다는 재판부 논리에 “그렇다면 재판 개입이 드러나도 형사 처벌은 안 되고 국회의 탄핵을 통해서만 단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2021년 임성근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는 이미 퇴직 신분이란 이유로 각하됐다”며 “결국 어떤 방식의 단죄도 이뤄지기 힘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법원의 존재 이유를 흔든 사건임에도 스스로 엄단 의지를 보이지 않음으로써 사법부 신뢰 회복도 요원해졌다. 재판 개입을 비롯한 법원 수뇌부의 부당 행위를 엄정히 처벌할 수 있도록 입법적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대로라면 사법부 신뢰를 크게 흔든 초유의 사태는 아무런 '단죄' 없이 끝나게 된다”며 “이번 판결에 대해 국민 법 감정이 얼마나 수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검찰 입장에서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인 만큼 최종 판단은 결국 대법원에서 내려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재판에 개입해도 처벌은 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사법시스템이라면 그 치명적 구멍을 메우기 위한 입법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와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검찰의 수사가 무리했다는 사설과 칼럼을 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검찰이 구속까지 하며 기소한 대법원장이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은 검찰로서는 대참사”라며 “정치권력이 밀어붙인 사법농단 수사”라고 했다. 중앙일보도 <5년 동안 나라 흔든 무리한 양승태 수사>라는 제목으로 사설을 냈다.
조선일보는 '사법농단 없었다'는 제목을 1면 머리에 달았다. 사설에선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의혹을 '한 편의 소설'이라고 주장한 것을 인용하면서 양 대법원장의 법관 사찰 혐의를 두고는 “어느 조직이든 다 갖고 있는 인사자료가 어떻게 블랙리스트가 되나”라고 했다.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 김명수 전 대법원장) 두 사람이 아니었으면 사법농단 몰이는 애초에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했다.
5년 전 구속 당시에 신문들은 어땠나
이 사건은 사법부 수장이 구속기소된 초유의 사건이기도 했다. 양 전 대법원의 구속 당시엔 신문들은 어떤 입장을 보였을까.
2019년 1월24일 서울중앙지법은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해선 두 번째 청구된 구속영장을 다시 기각했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서울신문, 한겨레, 한국일보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사법부가 변하는 새로운 계기로 삼아야한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이 지나치다고 지적하거나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썼다.
서울신문은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제 식구 감싸기나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국민의 우려 또한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영장 발부 배경을 두고는 “전범기업 측 대리인인 김앤장 변호사를 직접 만난 정황이 담긴 '김앤장 독대 문건', 사법행정에 비판적 법관들을 물의 야기 명단에 올리고 직접 'V' 표시한 '판사 블랙리스트',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가 담긴 '이규진 수첩' 등이 '스모킹 건'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법원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검찰 수사 결과를 법원 스스로 상당부분 인정한 것”이라며 “양 전 대법원장 구속을 계기로 사법부가 과거를 반성하고 잘못을 고치면서 새 출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거나, 강제징용 재판과 관련해 변호사를 따로 만난 것은 부적절하고 지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부적절한 행위와 범죄는 다른 문제”라며 “피의자에 대한 마구잡이 직권남용 적용은 검찰권 남용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고 했다.
국민·세계·한겨레·한국 토요판 기획보도
이날 몇몇 신문은 토요판 기획 보도를 내놓았다. 국민일보는 커버스토리 '지도자들은 세대교체 중'으로 나이가 30대인 대통령을 추려 소개했다. 세계 각국에서 최연소 대통령, 최연소 총리 기록이 최근 연달아 깨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 등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지도자들의 평균연령은 62세다.
현직 정부 수반 중 최연소는 1987년생인 다니엘 노보아(37) 에콰도르 대통령이다. 기존 언론보도에 따르면 바나나 산업 상속자 출신 부유한 사업가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1989년생으로 이른바 '중도'를 표방하는 앙마르슈 정당 소속 가브리엘 아탈(35) 전 교육부 장관이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총리로 임명됐다.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최연소는 무함마드 빈 살만(39)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다.
세계일보는 팬덤 중심의 베스트셀러 사례를 조망하는 기획을 냈다. '팬덤 페스트셀러 명과 암'에서 “특정 팬덤이나 열성 독자층을 가진 이들이 펴낸 책들이 잇따라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정치권을 비롯해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팬덤이 영향력을 확산하는 현상”이라고 했다. “출판사들은 우선 팬덤이나 독자를 가진 작가나 유명인, 인기 유튜버 등을 작가로 적극 발굴하거나 이들을 겨냥한 책을 기획한다”며 “자칫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는 한편, 역량 있는 신진 작가의 발굴이 어려워지고 문화적 다양성도 떨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천안 광덕면에서 고령 여성 농민들의 구술사를 듣고 시로 쓰는 김해자 시인과 농민들을 인터뷰했다. 한겨레는 “김해자의 시에선 옥상에서 불탄 사람들, 바다 아래로 가라앉은 사람들, 도심의 골목에서 사람에게 깔린 사람들, 경찰 진압봉에 찍히고 두들겨 맞은 사람들, 항구 컨테이너에 깔려 으깨진 사람, 폭탄에 사지가 찢긴 사람들이 그의 귀로 찾아와 울고 그의 입을 빌려 말한다”며 “시인이 존엄한 자리로 올리고 싶어 하는 언니들이 정작 시가 된 자신의 말을 읽지 못한다는 사실은 김해자 시의 모순이자 슬픔”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참군인에 빠진 1030세대'를 조명하는 기사를 냈다. “장태완, 양규, 이순신.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지난 연말 이후 극장과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사회 곳곳에서 재조명된 인물들이다. 공통점은 모두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참군인'”이라며 “청년들이 군인을 적극 소비하는 현상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그 배경으로는 △생존 불안이 커진 것 △직업적 소명의식에 대한 갈증 △공동체성 회복에 대한 의지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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