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해외건설 수주 333억달러... 대부분 모기업물량 `착시` 지적

박순원 2024. 1. 2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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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건설사 해외건설 수주액이 4년 연속 300억달러(약 40조원)를 넘어섰지만, 이 가운데 100억달러 가량은 모기업·계열사 물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대응을 위해 미국 현지에 설립하는 자동차·배터리·반도체 공장을 국내 건설 계열사가 수주하면서 해외건설 수주 일감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미국 외 국가까지 더하면 작년 해외건설 수주액 중 모기업·계열사 물량이 100억달러를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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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물량 100억달러 규모…"수주 질 높여야" 지적 나와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제치고 수출시장 1위
지난해 6월 사우디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 프로젝트 계약 서명식' 모습. 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국내 건설사 해외건설 수주액이 4년 연속 300억달러(약 40조원)를 넘어섰지만, 이 가운데 100억달러 가량은 모기업·계열사 물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대응을 위해 미국 현지에 설립하는 자동차·배터리·반도체 공장을 국내 건설 계열사가 수주하면서 해외건설 수주 일감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모기업과 계열사 수주 물량을 빼면 작년 해외건설 수주는 2019년(223억달러) 수준인 200억달러대로 떨어져 '수주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8일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321개 건설사는 95개국에서 333억1000만달러 규모의 해외건설 공사를 따냈다. 이는 전년 대비 7.5% 늘어난 것이다.

해외건설 수주액은 2019년 223억달러에서 2020년 351억달러로 증가한 이후 2021년 306억달러, 2022년 310억달러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내실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미국 지역 건설 수주액(99억8000만달러)은 전체 물량의 30%를 차지하며, 전통 수주 지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쳤다. 미국 지역 건설 수주액이 사우디 지역 수주 실적을 뛰어 넘은 것은 1965년 해외건설 수주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미국에서의 해외건설 수주 비중은 2020년 0.8%(2억9000만달러) 수준이었지만 2021년 3.1%(9억4000만달러), 2022년 11.2%(34억6000만달러) 등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IRA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 국내 기업들이 미국 현지 공장 증설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작년 미국 수주액의 88.5%(91억2000만달러)는 현대차, 삼성전자 등 국내 제조사의 현지 생산설비 건설공사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짓는 배터리 합작공장 L-JV 프로젝트(12억달러)와 S-JV프로젝트(17억5000만달러), 미국 현대차 공장 신축공사(6억7000만달러), 현대글로비스 공장 신축공사(1억7700만달러) 등을 수주했다.미국 외 국가에서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신축공사(2억800만달러), 삼성엔지니어링이 베트남 삼성전기 'SEMV FCBGA' 증설공사(2억1300만달러)와 말레이시아의 삼성SDI 제2공장 증설공사(1억8300만달러) 등을 수주했다.

미국 외 국가까지 더하면 작년 해외건설 수주액 중 모기업·계열사 물량이 100억달러를 넘어선다. 국내 제조사의 해외공장 건설 프로젝트는 공개 입찰보다는 수의계약 형태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순수한 해외건설 수주 실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를 작년보다 50억달러 높인 400억달러로 설정했다. 2027년까지 해외건설 연간 수주 500억 달러를 달성하고 세계 4대 건설 강국에 진입한다는 게 목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국내 건설사들이 정체한 수주능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업계 지적이 나온다.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300억달러를 넘었으나, 수주의 질이 좋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국내 건설사들이 정체한 수주능력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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