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발표] '충격' 사비 감독, 바르셀로나 떠난다 "더는 팀의 문제가 되기 싫다"
FC바르셀로나는 28일(한국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사비 감독은 후안 라포르타 바르셀로나 회장, 라파 유에스트 부회장, 데쿠 풋볼 디렉터에게 2023~2024시즌을 끝으로 1군 감독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사비 감독은 이번 결정이 현 구단을 위한 최선의 결정이라 믿는다"라고 밝혔다.
사비 감독은 28일 비야레알과 스페인 라리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사임을 직접 공언했다. 그는 "며칠 동안 시간이 있었다. 오늘 발표를 위해 고민했다"라며 "더는 구단의 문제가 되고 싶진 않다. 2년 전처럼 바르셀로나를 위한 해결책이 되고 싶다. 이제는 팀 방향의 변화가 필요할 때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비 감독은 "라커룸, 스태프, 구단에 역동성을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남은 시즌 동안 모든 걸 쏟아붓겠다. 라리가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여전히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라고 알렸다.
바르셀로나는 21경기 13승 5무 3패 승점 44로 1위 레알 마드리드(21경기 17승 3무 1패 승점 54)에 10점 차로 뒤처졌다. 2위는 돌풍의 팀 지로나(21경기 16승 4무 1패 승점 52)다. 사비 감독은 "만약 바르셀로나가 우승을 차지하더라도, 내 결정은 바뀔 수 없다"라고 단언했다.
수비가 완전히 무너졌다. 바르셀로나는 후반 39분부터 연달아 세 골을 내줬다. 후반 추가시간에만 2골을 실점했다. 바르셀로나는 비야레알에 3-5로 크게 지며 선두권 추격에 실패했다. 골키퍼 이냐키 페냐는 선방 단 한 개에 그쳤다. 유효 슈팅이 죄다 실점으로 이어진 수준이었다.
선수 기용 자체가 패착이었다. 사비 감독은 전반전이 0-1로 밀린 채 끝나자 후반 시작과 함께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 헥토르 포트, 오리올 로메우를 뺐다. 주앙 칸셀루, 파우 쿠바라시, 페드리를 교체 투입했다. 공격이 좀처럼 풀리지 않자 주앙 펠릭스 대신 페란 토레스를 투입하기도 했다.
여전히 팀의 밸런스가 무너진 상황이었다. 원정팀 비야레알에 쩔쩔맸다. 축구 통계 전문 매체 '풋몹'에 따르면 바르셀로나는 이날 볼 점유율 71대 29로 크게 앞섰지만, 비효율적인 경기 운영으로 승리를 내줬다. 비야레알은 패스 196개로 바르셀로나(584개)보다 약 3배 적었다. 적재적소 뒷공간 패스로 바르셀로나를 무너뜨렸다. 의미 없이 공만 돌린 바르셀로나는 비야레알의 일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영국 현지에서도 꽤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가디언'은 "사비 감독은 바르셀로나 감독직에서 물러난다. 그는 감독직을 '잔인하고 불쾌하다'라고 표현했다. 현재 그는 해방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사비 감독은 "누구나 종종 존경심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일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때가 있다"라며 "신체적 건강과 정신 건강, 기분과 감정 모두 끔찍하게 지칠 수 있다.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최근 힘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감독직을 계속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알렸다.
감독직을 내려놓기 위해 결정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사비 감독은 "얼마 전에 결정한 사항이다. 저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만 알고 있다. 구단에 큰 영향을 끼칠 사항이다. 내가 바르셀로나를 떠나야겠다고 판단한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계약 연장 가능성은 없다. 사비 감독은 "선수들은 너무 많은 긴장감 속에서 경기를 임했다"라며 "만약 바르셀로나가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우승하더라도 팀을 떠날 것이다. 계약은 바뀌지 않는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비는 선수 시절 세계 최고의 중앙 미드필더 중 하나로 통했다. 정확하고 창의적인 패스는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주무기였다. 리오넬 메시와 다비드 비야, 안드레아스 이니에스타와 세르히오 부스케츠, 헤라르드 피케와 다니 알베스 등 숱한 전설적인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 사비는 그 속에서도 핵심 역할을 해내며 구단 최고 레전드 반열에 올랐다.
구단 성골 유스 출신으로 이룰 건 다 이뤄봤다. 사비는 1997년에 1군 무대를 발은 뒤 2015년까지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했다. 통산 767경기를 뛰며 트로피들을 들었다. 스페인 라리가, 코파 델 레이,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등 수많은 우승컵을 차지했다.
황금 세대였던 스페인 국가대표팀에서도 맹활약했다. 사비는 2010 FIFA 월드컵 우승, 2008과 2012 UEFA 유로 우승을 달성했다.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사비 감독은 개인상과 구단 트로피 합산 총 34개를 획득했다. 스페인 라리가는 8회 우승했고, 스페인 수페르코파(슈퍼컵) 6회, 챔피언스리그 4회 우승 등을 기록했다.
사비 감독은 카타르의 알 사드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 2019~2020시즌 알 사드 지휘봉을 잡은 사비 감독은 특유의 패스 전술로 카타르 내에서 인정받았다. 성적도 꽤 좋았다. 2019년 7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팀을 이끈 사비 감독은 94경기에서 평균 승점 2.21을 획득했다.
사비 감독은 바르셀로나 부임 첫 시즌에서 팀을 어느 정도 정상궤도에 올려놨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바르셀로나는 2021~2022시즌을 2위로 마쳤다. 팀 내 라리가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건 멤피스 데파이뿐이었다.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은 메시가 파리 생제르망으로 떠난 뒤 크게 흔들렸던 바르셀로나를 다시 바로잡은 공에 대해 인정받았다.
2022~2023시즌은 꽤 성공적이었다. 비록 유럽 대항전에서 성적은 아쉬웠지만, 바르셀로나에 4년 만의 라리가 우승컵을 안기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는 듯했다. 스페인 슈퍼컵에서도 레알 마드리드를 꺾고 정상에 섰다. 2023~2024시즌 전 바르셀로나는 칸셀루, 펠릭스, 귄도안, 오리올 로메우 등을 영입하며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사비 감독의 바르셀로나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현지 평가로는 사비 감독의 부족한 전술 능력이 부진 원인으로 손꼽혔다. 실제로 바르셀로나 공격진들은 계속 불협화음을 냈다. 한때 분데스리가를 지배했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도 올 시즌 유독 골을 터트리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16세 유망주 라민 야말이 제 몫을 다하고 있다. 펠릭스도 시간이 갈수록 예전만 못한 경기력으로 일관했다.
당시 바르셀로나도 최정예 멤버를 모두 꺼냈다. 바르셀로나는 레반도프스키를 원톱에 세웠다. 세르지 로베르토, 페드리, 토레스가 2선에 섰다. 3선에는 프랭키 더 용과 귄도안이 포진했다. 알렉스 발데, 크리스텐센, 쥘 쿤데, 로날드 아라우호가 수비를 맡았다. 골문은 페냐가 지켰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전반전부터 크게 흔들렸다. 레알 마드리드가 기선을 제대로 제압했다. 선제골은 경기 시작 7분 만에 나왔다. 비니시우스가 벨링엄의 스루패스를 받으며 바르셀로나 뒷공간을 허물었다. 드리블로 문전까지 도달하더니 페냐를 제치고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비니시우스는 선배 경기장을 찾은 호날두에게 보란 듯이 특유의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10분이 채 되지 않아 두 번째 골이 터졌다. 이번에도 비니시우스의 발끝이 빛났다. 호드리구가 오른쪽 돌파에 성공한 뒤 정확한 크로스를 연결했고, 비니시우스가 발만 갖다 대 득점을 터트렸다. 레알 마드리드가 2-0으로 앞섰다.
허나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상대 공격수의 해트트릭이 터졌다. 비니시우스가 문전 쇄도하다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39분 이를 직접 마무리하며 바르셀로나전 세 번째 골을 완성했다. 전반전은 레알 마드리드가 3-1로 앞선 채 끝났다.
바르셀로나는 후반전 승부수를 띄웠다. 15분 페르민 로페스, 펠릭스, 야말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페드리, 토레스, 세르지가 벤치로 물러났다.
하지만 또 득점을 터트린 건 레알 마드리드였다. 호드리구가 19분 레알 마드리드에 네 번째 골을 안기며 쐐기를 박았다.
바르셀로나는 계속 흔들렸다. 세 골 차로 밀리던 와중 수적 열세까지 안았다. 27분 아라우호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슈퍼컵을 놓친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으로 돌아왔다. 지난 25일에는 아슬레틱 빌바오와 코파 델 레이에서 맞붙었다.
이 경기마저 패하며 바르셀로나는 두 개의 우승컵을 놓친 셈이 됐다. 바르셀로나는 빌바오와 경기에서 연장 승부 끝에 2-4로 패했다. 이번에도 경기 막바지 집중력이 흔들렸다. 니코 윌리엄스에 연장 전반 추가시간과 후반 추가시간에 실점했다. 빌바오는 4강에 진출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만난다. 슈퍼컵에서 탈락한 바르셀로나는 명예회복을 노렸지만, 이마저도 무산되고 말았다.
이에 'AP 통신'은 "바르셀로나는 우승 가능성이 가장 큰 두 기회를 날렸다. 사비 감독은 빌바오에 패하며 코파 델레이 8강에서 탈락했다. 스페인 슈퍼컵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패한 지 2주 만이었다"라며 "비야레알전 패배 후 사비 감독은 지도자로서 노련함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레반도프스키와 귄도안, 더 용과 같은 선수들이 구단을 이끌었다는 사실과 상충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영국 'BBC'의 길리엄 발라그는 "사비 감독은 바르셀로나의 팬이다. 그는 구단을 현실적으로 분석하는 사람이다"라며 "바르셀로나 이후 다른 감독을 맡을지는 모르겠다. 리그 우승은 사비 감독에게도 중요한 순간이다. 더 많은 권한을 부여받으며 직원 몇 명이 떠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사비 감독은 라포르타 바르셀로나 회장의 선택이 아니었다. 팬들이 위기와 혼란의 시기에 사비 감독이 팀을 이끌기를 원했다고 느꼈다. 사비 감독에게 기회를 준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펩 과르디올라와 비슷한 흐름으로 가길 원했지만, 사비 감독이 거절했다. 발라그는 "라포르타 회장은 사비 감독이 과르디올라 감독처럼 B팀에서 1~2년을 보내기를 원했다. 하지만 사비 감독이 거절했다. 라포르타 회장은 사비 감독에게 확신이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컵 대회 부진에 라리가 성적까지 계속 곤두박질치자 사비 감독이 큰 결정을 내린 듯하다. 다만 바르셀로나의 시즌은 약 4개월 남았다. 사비 감독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 다짐했다.
일단 유럽 대항전에 초점을 맞출 듯하다. 바르셀로나는 오는 2월 SSC 나폴리(이탈리아)와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만난다. 3월에는 2차전을 치를 예정이다.
박건도 기자 pgd1541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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