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1900억 써서 짓더니 철거에 또 수백억?…케이블카의 운명은 [방방콕콕]
평창올림픽 이후 철거 예정이었지만
존치 요구 목소리에 올해까지 유예
“환경보호” vs “지역경제에 도움”
하반기에 철거 여부 판가름날 듯
가리왕산 케이블카는 2018평창올림픽 알파인 경기를 치르기 위해 건설된 시설이다. 국유림 101㏊에 국도비 1900여억원을 들여 2014년 5월부터 올림픽이 개막 직전인 2017년 11월까지 3년여에 걸쳐 건설됐다.
당시 국내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스키연맹(FIS)의 요구 조건을 충족하는 곳이 없어 경기장 신설이 불가피했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산림훼손 문제가 제기됐으나 올림픽 폐막 이후 산림 원상복구를 전제로 공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올림픽 폐막과 동시에 시설 철거 여부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정선군과 주민, 체육계에서 올림픽 유산으로 남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경기시설은 물론 도로 곳곳에 존치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리고, 철거를 반대하는 서명운동도 벌어졌다. 주민을 주축으로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는 가리왕산 정상에서 강추위를 버티며 장기간 대정부 투쟁을 이어갔다.
일각에선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만든 시설을 다시 수백억 원을 들여 철거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산림 당국은 애초 계획대로 철거 후 산림으로 원상복구 하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국무조정실 주관하에 산림청과 환경부, 강원도, 정선군, 학계 등으로 사회적 협의기구가 꾸려졌다. 이어 10여차례에 걸친 회의 끝에 2024년 말까지 케이블카를 운영해보고 성과 등을 따져 철거 여부를 결정하기로 합의됐다. 추가적인 산림 훼손을 막고자 편의시설은 최소화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가까스로 철거를 면한 케이블카는 관광객을 맞이할 채비를 마치고 지난해 1월 정식 개장했다. 기존 와이어로프를 따라 하부 숙암역에서 가리왕산 하봉 정상(1381m)까지 왕복 7.02㎞ 구간에 8인승 캐빈 60대가 투입됐다. 정상에는 2400㎡의 생태탐방 데크로드 및 전망대, 하부에는 올림픽 전시관과 농산물 판매장 등이 조성됐다.
케이블카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으나 정선군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올해로 한시 운영기한이 끝나 다시 가슴을 졸이고 있다.
이미 산림당국은 복원 방향 등을 결정하기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용역 결과는 7월께 나올 것으로 관측되며, 이후 케이블카 철거 여부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선군은 케이블카 ‘영구 존치’를 위해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내부적으로 운영 성과, 자연친화적 요소 등을 부각하기 위한 자체 용역도 검토 중이다. 정선군 관계자는 “영구적 존치로 방향을 돌리기 위해 관광 콘텐츠를 더 보완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선군의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애초 철거를 전제로 건설됐기 때문에 산림당국 입장에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재차 번복할 경우 행정에 대한 신뢰가 깨질 것이란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환경단체 역시 당국의 결정을 예의주시하며 철거를 요구할 것으로 보여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 ‘방방콕콕’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발생하는 따끈따끈한 이슈를 ‘콕콕’ 집어서 전하기 위해 매일경제 사회부가 마련한 코너입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소식부터 지역 경제 뉴스, 주요 인물들의 스토리까지 다양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 현장에서 열심히 발로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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