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9개국, ‘하마스 연루’ 의혹 유엔단체 지원 중단

신기섭 기자 2024. 1. 2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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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9개국이 가자지구에서 난민을 돕고 있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사업기구(UNRWA)에 대한 지원을 일시 중단했다.

이스라엘이 난민구호사업기구 직원의 하마스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 미국이 이 기구에 대한 지원을 일시 중단했고 오스트레일리아·캐나다와 독일·영국·이탈리아·네덜란드·스위스·핀란드 등 유럽 6개국도 지원 중단에 동참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27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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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구호사업기구 직원이 하마스 공격에 연루 의혹
단체 대표, “200만명가량의 생존이 위험” 철회 촉구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 머물고 있던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27일 이스라엘군의 철수 명령에 따라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흐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칸유니스/EPA 연합뉴스

미국 등 9개국이 가자지구에서 난민을 돕고 있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사업기구(UNRWA)에 대한 지원을 일시 중단했다. 이 기구의 직원 일부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스라엘이 난민구호사업기구 직원의 하마스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 미국이 이 기구에 대한 지원을 일시 중단했고 오스트레일리아·캐나다와 독일·영국·이탈리아·네덜란드·스위스·핀란드 등 유럽 6개국도 지원 중단에 동참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27일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이 기구의 직원들이 이스라엘 공격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극도로 우려한다”며 유엔이 대응 조처를 검토하는 동안 이 기구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2022년에만 이 기구에 약 3억4천만달러(약 4600억원)를 지원한 최대 지원 국가다. 미국의 발표 이후 다른 국가들의 지원 중단 발표도 이어졌다. 이 기구에 따르면 개별 국가와 유럽연합(EU) 등에서 지원받는 금액이 전체 예산의 89.2%에 이른다. 최근 각국의 지원 감소로 안 그래도 재정상 어려움을 겪는 이 기구는 미국을 포함한 주요 지원국들의 지원 중단으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더 많은 국가들의 지원 중단을 촉구하면서 가자지구 전쟁이 끝난 뒤에 이 기구의 활동이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소셜미디어에 쓴 글에서 “가자지구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난민구호사업기구는 진정 평화와 개발에 헌신하는 기구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사업기구는 제1차 중동전쟁(1948년 5월~1949년 3월)으로 팔레스타인 난민이 대량 발생하자 1949년 12월 유엔 총회 결의를 통해 설립됐으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최대 유엔 기구다. 이 기구는 팔레스타인에서만 1만3천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외에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등에서도 팔레스타인 난민에 대한 보건, 교육, 인도주의적 지원 활동을 해왔다.

필리페 라차리니 난민구호사업기구 대표는 미국 등의 지원 중단 조처가 “충격적인 결정”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그는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생존을 난민구호사업기구에 의존하고 있다”며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런 추가적인 집단적 처벌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호소했다.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도 “소수 직원의 혐의에 대한 대응으로 기금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이 기구는 전반적으로 (성과에 있어서) 강력한 기록을 보였다”고 말했다.

라차리니 대표는 앞서 성명을 내어, 직원 일부가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참여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이 제기돼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우리의 인도주의적 지원 역량을 보호하기 위해 (의혹이 제기된) 이들과의 계약을 즉각 종료했으며 진실을 밝히기 위한 조사를 지체 없이 시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한 보좌관은 하마스의 공격에 참가한 이 가운데 “이 기구로부터 월급을 받는 이들이 있다”며 이 기구가 운영하는 학교의 교사 일부는 하마스의 공격을 “공개적으로 축하했다”고 주장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인 1300여명이 숨지고 약 250명이 인질로 잡혀간 바 있다.

팔레스타인 외교부는 난민구호사업기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세를 비판하고 나섰고,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는 이 기구에 대한 지원 중단이 정치적 위기와 구호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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