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승엽보다 제1의 김석환 꿈꾼다…1루는 포기, 외야에서 승부수 ‘KIA가 포기 못하는 거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제1의 김석환으로 불리고 싶다.”
작년 2월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KIA 타이거즈 스프링캠프. 왼손거포 김석환(25)은 이렇게 얘기했다. 제2의 이승엽이란 별명이 싫거나 부담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기왕이면 제1의 김석환으로 불리길 원했다.
KIA로선 포기하기 힘든 왼손 거포 유망주다. 개막과 함께 1군에서 1달간 좌익수로 고정된 채 기회를 받은 2022시즌보다도 안 좋은 2023시즌이었다. 12경기서 타율 0.130 3타점 1득점 OPS 0.374를 남기는데 그쳤다. 장점도 발휘하지 못했고, 변화구에 대응하지 못하는 약점을 확인했다.
그러나 퓨처스리그서는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79경기서 267타수 82안타 타율 0.307 18홈런 73타점 48득점 OPS 0.986을 찍었다. 안타에 육박하는 삼진(72개)을 당했지만, 남부, 북부리그 통합 홈런왕 및 타점왕에 올랐다.
제2의 이승엽이란 별명은, 역설적으로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의 현역 시절 무게감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그러나 김석환의 말대로 김석환은 나름의 야구인생이 있다. 이승엽 감독만큼 야구를 할 수 있는 선수는 예전에도 앞으로도 거의 없을 것이다. 김석환도 자기 인생을 잘 개척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퓨처스리그 홈런 및 타점 접수는 나름의 의미는 있다. 또한, 2군에선 지난 시즌부터 1루수 미트를 완전히 벗었다. 1루와 외야를 병행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팀에선 출전기회 확대 및 경쟁력 향상을 위해 겸업을 지시했지만, 김석환의 얘기를 받아들여 외야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2군에선 확실하게 효과를 봤으나, 김석환도 궁극적 목표는 1군 진입 및 생존이다. 그런데 KIA 외야는 10개 구단 최강의 뎁스를 자랑한다. 나성범,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고정이고, 이우성이 1루 비중을 높인다고 해도 김석환과 마찬가지로 1루 겸업을 포기하고 외야수에 전념하는 최원준이 있다.
여기에 주전급 백업 고종욱과 이창진이 있다. 수비력 하나는 리그 최강을 자랑하는 김호령, 공수겸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박정우까지. 김석환이 캔버라,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넘어야 할 경쟁자가 한, 두 명이 아니다.
그래도 자신이 선택한 길이다. 1루로 완전히 간다고 해도 변우혁, 이우성, 황대인 등을 넘어야 한다.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이범호 타격코치와 많은 피드백을 주고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올해 다시 한번 1군 진입에 도전한다.
현실적으로 고종욱을 잇는 대타 요원으로 자리잡기만 해도 성공이다. 물론 퓨처스리그에 가면 실전 기회는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퓨처스리그에서 더 이상 보여줄 건 없다. 이번 스프링캠프는 거포 유망주들의 내일의 기상을 살펴볼 수 있는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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