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경닷컴·조선일보 ‘쿠팡 노조 술판’ 오보…위자료 줘야”

김지환 기자 2024. 1. 2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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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이 2022년 6월30일 웹사이트를 통해 보도한 기사 이미지

한경닷컴과 조선일보가 2022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쿠팡 본사에서 농성 중 술판을 벌였다’라고 보도한 것은 오보이기 때문에 정정보도를 하고, 노조에 위자료도 지급하라고 법원이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재판장 송승우)는 지난 26일 공공운수노조와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가 한경닷컴·조선일보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등 청구소송에서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경닷컴이 공공운수노조에 500만원, 전국물류센터지부에 100만원의 위자료를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조선일보는 공공운수노조에 3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는 2022년 6월23일부터 한 달간 서울 신천동 쿠팡 본사 로비에서 쿠팡물류센터 폭염대책을 촉구하는 파업을 벌였다. 한경닷컴은 그해 6월30일 ‘쿠팡 노조, 본사 점거하고 대낮부터 술판 벌였다’는 제목의 기사를 여러장의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사진 속 로비에 앉아있는 조합원 곁에는 캔이 놓여 있었다. 조선일보도 공공운수노조가 술판을 벌였다는 취지의 기사를 해당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재판부는 “두 사진은 2022년 6월27일 촬영된 것이며 각 사진의 캔 속 내용물은 맥주가 아니라 커피”라고 밝혔다. 피고들이 커피를 맥주로 오인해 잘못된 보도를 했다는 것이다.

피고들은 쿠팡 직원들이 2022년 6월26일 본사 정문에서 촬영한 사진(소주 페트병과 맥주 캔 이미지가 담긴 것)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쿠팡 본사 건물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촬영된 사진이다. 이 사진에 술이 보인다는 사정만으로 조합원들이 술을 마셨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쿠팡 본사 로비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고, 쿠팡 본사로부터 고용된 경호업체 직원들이 ‘보디캠’을 장착한 채 있었는데도 두 사진 외에는 쟁의행위 중 조합원이 로비에서 음주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영상은 촬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한경닷컴이 기사에 첨부한 소형 냉장고 사진에 대해 “냉장고에 보관된 물건이 무엇인지 알 수 없고, 설령 술이 보관돼 있었다 해도 이를 조합원이 쟁의행위 중 로비에서 마셨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선일보가 보도 약 20분 뒤 ‘술판을 벌였다’는 내용을 수정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수정 게재만으로는 충분한 정정보도가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자료 지급 이유에 대해 “보도가 적시한 허위사실로 인해 조합원들이 쟁의행위 중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는 오해를 받게 됐다. 이로 인해 쟁의행위의 정당성까지 의심받게 됐으므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피고들은 ‘공익 목적의 보도에 포함된 허위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보도 내용에 비춰볼 때 신속성을 요하지 않는데도 별다른 사실관계 확인 없이 단정적 표현을 썼다”며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단순한 음주사실 적시에 그치지 않고 ‘술판을 벌이고’와 같은 자극적 표현을 사용하고, 허위사실이 명백함에도 다른 다수의 언론사와 달리 허위성을 부인하고 있다”고 짚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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