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를 잇는 실크로드 따라] ⑩ 쉬르반샤 궁, 아제르바이잔 건축의 진주

임나현 2024. 1. 2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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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교육을 삶의 중요한 모티브로 삼고 있는 필자에게 있어서 여행은 세상과 직접 소통하고 교류하는 무대다. 용기 내어 찾아간 세상이라는 판(板)은 어떤 이론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실질적 배움의 장(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여행전문가로의 활동은 세계 각지에서 사용하는 살아있는 영어의 쓰임 및 화용(話用)의 연구에도 실질적 농밀한 접근을 가능케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체득한 지식을 강의실에서 생생히 전하려 한다. 학생들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더라도 꿈꾸기를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2019년에는 학생들 10명을 데리고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20일간의 캠프를 개최한 적도 있다. 여행에서 얻은 감동이 그들의 가슴에 닿을 때, 그들의 달라질 미래에 가슴이 벅찼기 때문이다. 이제 여행을 통해 얻은 지혜와 경험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려 한다. 소소하지만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혼자라는 두려움으로 ‘나 홀로 여행’을 주저하거나 혹은 낯선 곳으로 선뜻 떠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그들 안의 숨겨진 용기를 꿈틀거리게 하는 불씨가 되기를 소망한다.

- 글로벌여행전문가 임나현 -
 

⑩ 쉬르반샤 궁(Shirvanshahs’ Palace), 아제르바이잔 건축의 진주

쉬르반샤 궁의 디반카나(Divankhana)에서 흘러나오는 공연자들의 구성진 소리가 정원 벤치에도 또렷이 전달된다. 공연의 매력에 푹 젖어, 세상 편하게 누운 채로 하늘을 바라보며, 공연을 관람하는 이들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영혼 밴 공연자의 음조에 깊이 매료된 관객들의 복합된 감정이 디반카나에 휘 감돈다.

 

▲ 공연을 자유롭게 즐기는 관람객들.

바쿠의 구시가지 중심부에 있는 쉬르반샤 궁은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인기 있는 명소 중 하나다. 쉬르반샤 왕조는 9세기에 등장하여 15세기를 전후로 코카서스 지역의 정치적, 문화적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이 왕조는 아제르바이잔 지역과 주변 지역에서 권력을 확장하고, 이슬람 문화와 건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쉬르반샤 궁과 그 주변의 건축물은 주로 12C~15C 즈음에 지어졌으며, 아제르바이잔의 중세 건축 양식과 예술을 대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 쉬르반샤 궁 입구.

역사가들은 쉬르반샤 왕조의 번영을 12세기로 추정한다. 쉬르반샤 왕조의 전성기인 12세기에서 15세기를 거치는 수천 년 동안 쉬르반샤가 통치하며 이용했던 이 궁전은 중세의 독특한 건축미를 지닌 건물이다. 또한, 아제르바이잔의 아름다운 디자인과 장식, 그리고 역사적인 중요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궁이다. 그래서 구시가지에서 쉬르반샤 궁을 방문한다는 것은 그 시기의 역사뿐 아니라 아제르바이잔의 중세 시대 건축 양식을 탐닉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쉬르반샤 궁 입구에 들어서면 궁전 배치도가 그려진 간판이 있는데, 이 간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쉬르반샤 궁과 정원, 그리고 궁전 주변의 다른 건축물들이 어우러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궁전은 쉬르반샤 왕족들이 머물던 주거지(Residential building)와 왕이 정사(政事)를 보고 회의를 주관하며, 궁정 의식을 거행했던 디반카나(Divankhana)를 중심으로 건축되었다. 이러한 궁을 둘러싼 주변에는 정원, 쉬르반샤 왕가의 무덤(Tomb of Shirvansha), 모스크(The Shah Mosque), 목욕탕(Hammam) 등이 있다. 간단히 말해서, 궁전과 주변의 건축물들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궁전 복합체(Palace Ensemble) 형상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쉬르반샤 궁전 복합체 배치도.
▲ 쉬르반샤 궁전 복합체 배치도,
▲ 쉬르반샤 왕가의 주거지.
▲ 쉬르반샤 왕가의 무덤(맞은편)과 샤모스크(왼쪽).

일단 돔 형태의 지붕을 가진 2층 건물인 디반카나(Divankhana)로 향했다. 아제르바이잔의 역사와 쉬르반샤 왕조의 흔적이 남아 있으리란 상상을 하니, 입구로 들어서는 첫걸음에도 가슴이 설렌다. 넓고 웅장한 광장 같은 마당이나 정원이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니 더욱 궁금해진다. 그런데, 입구로 들어서니 상상과는 달리 궁전 입구부터 그리 넓은 편이 아니다. 작고 아담하다는 표현이 적당할 듯하다. 하지만, 입구를 지나 연갈색의 궁전 벽을 끼고 들어서니, 궁전 벽의 아름다운 문양이 눈에 띈다. 기하학적인 무늬와 글씨가 정교하게 장식을 이룬다. 한눈에 보아도 이슬람과 페르시아 양식의 요소가 결합한 문양이다. 독특하고 섬세한 패턴으로 지어진 쉬르반샤 궁전에 반한 이들이 많은가 보다. 기하학 문양의 벽면을 향해 카메라 플래시가 이곳저곳에서 터진다.
 

▲ 왕이 정사를 보고 회의를 하던 디반카나 벽면의 아름다운 문양.

궁전 벽을 끼고 도니, 그 옆으로는 ㄷ자형 모양의 마당이 있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이미 자리 잡고 앉아 있었다. 간혹, 하늘을 바라보며 누운 채로 있는 이들도 있다. 처음에는 한두 명씩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삼삼오오 무리 지어 합류하는 사람들로 어느덧, 빈 곳이 없을 만큼 꽉 찼다. 내가 쉬르반샤 궁을 방문했던 이 날은 토요일이었고, 주말을 기점으로, 아제르바이잔 전통 음악 축제가 시작된 날이었다. 그래서 더 많은 인파가 모였나 보다. 아무튼, 그들은 그렇게 자유롭게 음악을 즐기고 있었다.
 

▲ 디반카나는 어느덧 공연장으로.

쉬르반샤 궁의 테라스는 공연자들의 무대가 되었고, 사람들은 객석의 관객이 되어 있었다. 그들은 아제르바이잔의 전통 곡을 연주와 노래로 표현했다. 구성지고 애달픈 목소리로 담아내는 공연이 쉬르반샤 궁 마당에 구성지게 울려 퍼졌다. 긴 호흡으로 한참을 뽑아내는 노랫가락은 듣는 이의 가슴을 후벼 파는 듯했다. 진심으로 온몸과 마음으로 노래하는 가수들에게 관객들의 박수가 연신 끊이질 않는다. 구슬픈 음악이 사람들의 심금을 때린다. 아제르바이잔의 방송 매체까지 와서, 카메라로 영상을 찍는 것을 보니 특별한 공연이 분명했다.

 

▲ 공연 연주자들.
▲ 방송매체 카메라는 돌아가고.

음악 소리 따라 관객들이 점점 늘어났다. 더 많은 이들이 공연을 보러 궁전(디반카나) 마당으로 밀려들어 왔다. 1시간 이상, 공연을 보다가 북적이는 인파를 피해 살짝 옆으로 빠져나갔다. 궁 문을 나서니 바로 앞에 소담한 정원이 쉴 곳을 내준다. 그 정원에서 주변을 둘러보니, 바쿠 중심가 건물들이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들어온다. 궁전 옆에 지어진 모스크(이슬람사원)도 보인다. 바로 그 옆으로 쉬르반샤 왕족의 무덤 건물도 눈에 띈다. 가만히 보니, 역사적 문화유산들이 올망졸망 근처에 모여 있다. 아제르바이잔의 오랜 역사적인 유산을 한 공간에서 체험하고 느끼기에 좋다. 마치 역사적 쇼룸(showroom)처럼 왕가(王家)의 문화유산을 한곳에 모아 놓은 전시장 같다. 쉬르반사 궁과 그 주변은 하나의 건축물인 양, 궁전복합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흥미롭다.

 

▲ 쉬르반샤 궁 정원에서 바라본 신도시 풍경.

그러고 보니, 쉬르반샤 궁은 단지 아제르바이잔의 중세 시대를 담아내는 역사적인 건축 유산만은 아닌 듯하다. 오히려, 아제르바이잔의 옛 문화를 현대의 후손들에게 보여주고 전달하는 문화적 공감 장소라 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아제르바이잔의 이슬람 문화와 건축의 역사를 한꺼번에 탐험할 수 있는 장소다. 게다가, 구시가지 내에 있으니 접근성도 좋고, 높은 곳에 건축되어 있어 맞은 편 신도시의 불꽃 타워 전경을 감상하기에도 좋은 또 다른 적지다. 쉬르반샤 궁은 이렇듯 다양한 측면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바쿠를 찾는 이들이 쉬르반샤 궁이 풍기는 평온함과 은은함에 매료될 것만 같다.

쉬르반샤 궁의 디반카나(Divankhana)에서 흘러나오는 공연자들의 구성진 소리가 정원 벤치에도 또렷이 전달된다. 공연의 매력에 푹 젖어, 세상 편하게 누운 채로 하늘을 바라보며, 공연을 관람하는 이들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영혼 밴 공연자의 음조에 깊이 매료된 관객들의 복합된 감정이 디반카나에 휘 감돈다.

 

▲ 임나현 글로벌 여행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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