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너마저"…전 세계 울린 '난민 아기' 쿠르디, 그 후

이지은 기자 2024. 1. 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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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전 세계를 울린 난민 아기가 있습니다.

세 살배기 아일란 쿠르디인데요.

아기 쿠르디는 해변에 얼굴을 파묻은 채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내전 중이던 시리아를 탈출해 유럽으로 오려다 배가 뒤집히면서 비극을 맞았습니다.

["아빠는 아이를 물 위로 들어 올려 숨 쉬게 하려고 최선을 다했고 소리를 쳤습니다. '아가, 제발 죽지 마.'"]

유례없이 난민들이 유럽으로 몰려든 지난 2015년과 2016년.

주로 시리아에서 온 난민들을 메르켈 정부는 끌어안았습니다.

이때 독일은 EU로 향한 난민 가운데 120만 명을 받았습니다.

유럽 어떤 나라보다도 난민을 포용하던 독일이었습니다.

이민자 추방? "신나치 나가라"



독일인들이 핸드폰으로 불을 밝힙니다.

며칠째 밤마다 쏟아져 나온 성난 민심.

'파시즘 직전의 독일', '나치를 위한 곳은 없다', 플래카드에서 분노가 읽힙니다.

[시위 참가자]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입양한 아들이 있는데 수년간 우리와 함께 살았어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지켜볼 수만은 없습니다."

독일 극우정당 AfD가 이주민 수백만 명을 추방하려 한 게 알려지자 다른 도시들도 들고 일어났습니다.

["함부르크 전체가 AfD에 반대한다!"]

["뮌헨 전체가 AfD를 싫어한다!"]

[시위 참가자]
"추방, 추방이 도대체 무엇을 뜻합니까? 우리도 한때 나치로부터 도망친 적이 있습니다."

"메르켈이 망쳤다" 극우 활개



독일 정부는 공개적으로 나치 때와 같은 인종 혐오는 안 된다고 못 박았습니다.

[올라프 숄츠/독일 총리]

"독일에서 다시는 설 자리를 찾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건 나치식의 민족적 인종 이데올로기입니다."

하지만 반이민 정서를 노린 극우세력은 이미 독일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AfD는 '메르켈이 이민자를 들여와 망쳤다', 이렇게 주장합니다.

창당 10여 년 만에 AfD의 지지율은 20%대까지 급상승했습니다.

이에 질세라 제1야당도 난민들을 독일 밖으로 옮기자며 거들고 나섰습니다.

난민들을 가나나 르완다 같은 제3국으로 보내자는 겁니다.

이들 정당의 높은 지지율은 이민자들을 불편해하는 독일인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관대했던 독일, 무슨 일이?



여기 한국계로 독일 의회에 입성한 이민 2세가 있습니다.

지금의 진통은 독일에서 나고 자란 자신의 이야기이자, 정치인으로서 마주한 어려운 현실입니다.

JTBC는 직접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예원/독일 연방 하원의원]

"극우세력들은 (추방 같은) 손쉬운 해법을 약속합니다. 희생양을 찾는 건 쉽습니다. 이민자들은 항상 사회의 약한 고리라 '만약 그들이 없었다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기는 정말 쉽습니다."

다짜고짜 난민을 쫓아내거나 안 받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예원/독일 연방 하원의원]

"계속 이방인으로 대한다면 그들은 결코 한 나라에 적응 못 할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유럽에서 일어난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라인강의 기적'을 이룬 독일은 일찌감치 노동력 부족에 맞닥뜨렸습니다.

결국 지난 2005년부터 이민자에게 문턱을 낮춰 왔습니다.

이달 들어선 독일에서 3년 살면 시민권을 딸 수 있도록 국적 취득 기준을 더 완화했습니다.

극우세력의 강한 반발 속에 쉽지 않았던 이민법 개정, 그 주역은 JTBC에 이렇게 털어놨습니다.

[앤 베루슈카 쥬리쉬/독일 연방 하원의원]

"독일은 정신 차리고 현실을 봐야 했습니다. 지난 20년~25년 사이에 이주민들이 우리 사회의 일부가 되길 원했다는 걸 배워야 했습니다."

새 이민협약으로 난민들을 나눠 받자는 약속까지 한 EU.

그저 막아서기보다 잘 받아들이는 것이 어쩌면 숙명일지 모릅니다.

[앤 베루슈카 쥬리쉬/독일 연방 하원의원]
"존재하는 노동 인구를 활성화하는 것만으로는 인구학적 격차를 메울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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