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테러 '연쇄 발생' 우려…해법 없나
'지지자' 가장·사적 일정 중 추적해 범행
여야 막론하고 '극단 정치' 척결 공감대
총선 국면, 상대 당 공격 과열 속 대책 요원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여성 국회의원인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한달 도 안 돼 피습 당하면서 '연쇄적 정치인 테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대표를 공격한 김모씨의 경우 인파가 운집한 상황에서도 지지자를 가장해 이 대표와 경찰, 민주당 관계자들의 경계를 허물고 틈새를 파고든 한편, 배 의원을 테러한 A군은 배 의원의 사적 일정 가운데 뒤를 쫓아가 범행했다. 공식적 장소든 사적 장소든 정치인이 테러에 노출된 상태라는 게 확인된 것이다. 가해자 연령도 김씨의 경우 60대지만, A군은 15세 중학생으로 미성년자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와 A군 모두 정치인을 테러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표면상 확신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법 위반 사실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이룬다는 의식이 강해 스스로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 하고 있다는 면에서 문제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번 배 의원을 상대로 한 피습의 경우 범행 의도가 불명확하다는 데서 더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A군의 경우 범행동기에 대해 '연예인을 만나러 갔다가 배 의원을 보고 우발적, 돌발적으로 범행 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정치적 테러'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여기에 A군의 우울증 병력(조울증)까지 전해지면서 정확한 범행 의도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범행 동기를 떠나 정치인에 대한 증오 내지 혐오가 극에 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미성년자가 이번 배 의원 피습 사건의 가해자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미성년자의 정치인 테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친북 성향으로 알려진 재미교포 활동가 신은미 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 참석한 토크콘서트장에 18세 고등학생 오모 군이 사제 폭탄을 터뜨려 참석자들에게 상해를 입힌 일도 있었다. 당시 오군은 극우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활동해 온 것으로 수사기관 조사 결과 드러났다. 여야를 막론하고 자성이 필요하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그래서 나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배 의원이 피습당한 다음날인 지난 26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특히 이번엔 미성년자가 범죄를 저질렀단 점에서 마음이 무겁다"며 "무엇이 자라나는 소년이 국회의원에게 증오가 담긴 폭력을 행사하게 됐는지 물을 수 없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치가 상대를 증오하고 잘못된 언어로 국민에게도 그 증오를 전파하는 일을 끝내지 않는 한 이런 불행한 사건은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각 정당이 스스로를 정화하는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고 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든 형태의 폭력과 테러에 반대한다. 더불어 혐오를 반대하는 국민과의 연대를 더 크게 넓혀가겠다"고 했다.
정의당 또한 공식입장을 내고 "작금의 정치테러사건들은 극단적 진영대결 정치가 사회 저변부로 확대돼 실질적인 폭력으로 드러난 것"이라며 '공존정치와 정치폭력 추방을 위한 공동선언'을 각 정당에 제안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위원장 역시 인재영입식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 간 적대감이나 증오가 증폭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들 수 있도록 하는 정치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잦은 현장 일정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큰 피해를 낳기 전에 '정치 극단화'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아직 범행동기를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선거에서 이런 '툭 튀어나오는' 공격은 더 잦아질 것"이라면서 대책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 역시 "총선 국면에서는 정치인이 돌발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이같은 일이 발생할 여지가 더 많다"고 분석했다.
다만, 총선 국면으로 접어든 국면에서 각 당이 상대 당에 대한 정치적 공세가 더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에 '정치 극단화'를 없애고 정치인에 대한 '혐오 공격'을 차단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평론가는 "양당 모두 이번 일로 누구나 테러를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을 것"이라면서도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수록 서로를 향한 공격이 거세질 수밖에 없을 텐데 과연 이같은 노력이 잘 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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