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꽤 핫한 LP의 역사 [음란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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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우리가 보통 'LP(Long Playing)'라고 부르는 바이닐(Vinyl) 판매량이 또다시 증가했다.
쉽게 말하면 바이닐이 전체집합이고, LP는 그중에서 가장 큰 부분집합이다.
당시 사장이었던 테드 월러스타인은 음반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는 확신 아래 오랫동안 비밀 프로젝트로 감추고 있던 LP를 시장에 내놓기 위해 박차를 가했다.
지난해 미국의 LP 구매자 중 절반 정도가 정작 턴테이블은 갖고 있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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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우리가 보통 ‘LP(Long Playing)’라고 부르는 바이닐(Vinyl) 판매량이 또다시 증가했다.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의 경우 2023년 상반기에만 판매량이 전년 대비 20% 이상 올랐다. 영국 시장도 크게 성장했다. 11% 넘게 올랐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바이닐은 여전히 꽤 핫한 아이템이다.
예전에도 간략히 설명했지만 좀 더 상세히 적어본다. 바이닐이 곧 LP가 아니다. 그 역도 성립하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바이닐이 전체집합이고, LP는 그중에서 가장 큰 부분집합이다. LP를 처음 발명한 회사는 컬럼비아 레코드였다. 당시 사장이었던 테드 월러스타인은 음반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는 확신 아래 오랫동안 비밀 프로젝트로 감추고 있던 LP를 시장에 내놓기 위해 박차를 가했다.
확실히 그랬다. 전후 미국은 성장하고 있었다. 당대 최고의 오락인 음악산업의 통계만 봐도 미국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점은 분명했다. 1946~1947년 미국의 음반 판매량은 2억7500만 장에서 4억 장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새 시대가 열리려 하는 차에 새로운 포맷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LP 이전 가장 인기 있는 매체는 분당 78회전하는 SP(Standard Playing)였다. 그러나 SP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한쪽 면의 재생 시간이 5분이 채 안 되는 탓에 긴 곡을 수록하기가 어려웠다. 테드 월러스타인이 치밀하게 준비한 LP는 달랐다. 분당 33과 3분의 1회전에 한 면에만 최소 30분은 레코딩이 가능했다. 그는 LP가 차세대 매체의 선두 자리를 꿰찰 거라고 확신했다.
1948년 4월 월러스타인은 시연을 위해 턴테이블 두 개를 준비했다. 기존 스탠더드인 SP를 위한 것과 자신들이 만든 프로토타입 LP를 틀기 위한 턴테이블이었다. 당시 시연에 함께한 엔지니어는 두 번째 턴테이블에 바늘을 놓았을 때 게스트들이 받은 충격을 이렇게 증언한다. “우리가 예상한 대로 짜릿했죠. 그런 광경은 처음 봤어요. 다들 얼빠진 표정이었죠.” 같은 해 LP는 선별된 기자 40명 앞에서 공개적으로 선보여졌다. 시각적 효과를 위해 월러스타인은 SP로 탑을 쌓았고, 동일한 양의 음악을 담은 LP 더미를 그 옆에 나란히 쌓아 올렸다. SP는 아슬아슬하게 휘청거린 반면 LP의 탑은 높이가 훨씬 낮아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더 긴 재생 시간을 수록할 수 있는 매체인 덕분이었다.
컬럼비아가 LP로 각광을 받자 1949년 2월 RCA 빅터는 한 면에 8분가량을 담을 수 있는 45rpm 7인치 레코드로 반격에 나섰다. RCA는 이걸 ‘EP(Extended Playing)’이라고 이름 붙였다. 통상 ‘도넛 레코드’로 통한다. 기실 1950년대 대중음악 쪽에서 패권을 먼저 차지한 것은 LP가 아닌 EP였다. 이유인즉슨 앨범이 아닌 ‘싱글’ 시대여서다. LP는 주로 클래식과 재즈 쪽에서 먼저 환영받았다. LP가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매체로 확실히 자리 잡은 건 1960년대 중반이 되어서였다. 비틀스를 필두로 ‘앨범’이 대세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어쨌든 이렇게 두 가지 새로운 레코드 포맷이 탄생하면서 음반산업은 1960년대부터 화양연화를 누릴 수 있었다. LP는 현재에도 여전히 식지 않는 사랑을 받고 있다. 한데 알고 있나. 지난해 미국의 LP 구매자 중 절반 정도가 정작 턴테이블은 갖고 있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듣지도 않을 거 왜 사느냐”라고 비판할 이유는 전혀 없다. 대중음악이 팬덤 중심으로 바뀌면서 LP가 일종의 굿즈처럼 받아들여지는 시대인 까닭이다.
배순탁 (음악평론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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