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휴전선 인근 완충구역 훈련 재개는 ‘일단 멈춤’…‘행동 대 행동’ 신중론 선회”
“육상 완충구역 내 훈련 재개는 보류…북 도발 수위에 달려”
군 당국이 2018년 체결된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설정된 육상 적대행위 중단구역(완충구역)에서의 훈련을 당장은 재개하지 않은 채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9·19 군사합의의 전면 파기를 선언하고, 올해 초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 완충구역 내 포 사격을 실시하는 등 군사합의를 무력화하는 행동에 나서 해상 완충구역 내 사격은 재개했지만, 아직 육상 완충구역 내 도발은 감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군 소식통은 28일 "당초 2월 중 육상 완충구역 내 포병 사격을 검토했지만, 시간을 갖고 대응하기 위해 잠정 보류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군이 지난 5∼7일 사흘 연속으로 서해 NLL 인근 해상 완충구역에서 포병 사격을 하면서 9·19 군사합의를 노골적으로 무력화하자, 지난 8일 우리 군은 "적대행위 중지구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해상은 물론 육상 완충구역 내 훈련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군 당국이 육상 완충구역 내 포병사격 및 기동훈련을 당장 재개할 것처럼 발표했다가 신중한 자세로 돌아선 것은 북한에 도발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군이 아직 군사분계선(MDL) 5㎞ 이내 육상 완충구역에선 포병 사격 및 연대급 이상 부대 기동훈련을 하지 않고 있어 우리 군이 먼저 이를 재개할 경우 북한이 이를 빌미 삼아 긴장을 악화시키며 심리전 공세를 펼 경우 우리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군은 북한이 9·19 군사합의 전면 파기 선언 후 최전방 감시초소(GP)를 복원하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계병력을 무장시키고, 서해 NLL 인근에서 포 사격을 하는 등 합의를 무력화하는 행동에 나설 때마다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상응 조치를 취해왔다.
군 고위 관계자는 "언제든지 (육상 완충구역 내) 훈련을 재개할 수 있지만 당분간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지킨다"고 설명했다.
9·19 군사합의에 따르면 남북은 군사분계선 기준 각각 5㎞ 이내 육상 완충구역에서 포병 사격 및 연대급 이상 부대 기동훈련을 할 수 없다. NLL 인근 해상 완충구역에서도 포병 및 함포 사격과 함정 기동훈련을 해서는 안 된다.
해상 완충구역에선 북한군의 지난 5일 서해 NLL 인근 포 사격 때 서해 최북단 서북도서에 배치된 해병부대가 대응 사격에 나서 이미 우리 군의 훈련이 재개된 셈이다. 서북도서 해병부대는 9·19 군사합의 이후 포병 사격훈련을 실시하지 않다가 6년 5개월 만에 해상사격 훈련을 재개했다.
그러나 육상 완충구역 내 포병 사격 및 기동훈련과 해상 완충구역 내 함포 사격 및 함정 기동훈련은 당분간 재개되지 않을 전망이다. 국방부는 해상 및 육상 완충구역 내 훈련 재개는 육·해·공군이 자체적으로 계획을 수립해 추진할 사안이라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정치·군사적으로 민감한 훈련을 국방부나 합동참모본부의 지침없이 알아서 재개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는 서해 NLL 인근 해상 완충구역 내 우리 군의 함포 사격 및 함정 기동훈련은 9·19 군사합의 이전에도 거의 실시된 적이 없어 부담이 더 크다. 이미 두 개의 전쟁에 관여하고 있는 미국 측도 북한의 도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남 위협 발언 등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긴장 수위가 더 높아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전해졌다.
주한미군도 군사분계선 5㎞ 이내 포병사격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당장 훈련을 재개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육상 완충구역 내 포병 사격 등 훈련 재개는 향후 북한의 도발 상황에 따라 그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선 북한의 도발 수위에 따라 육상 완충구역 내 훈련 재개가 결정될 것"이라며 "북한이 어느 정도 도발을 해오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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