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잔디 대회'가 인류 최대의 위협을 막을 수 있다?

CBS 오뜨밀 2024. 1. 2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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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지자체가 개최한 '못생긴 잔디 대회'
재앙 수준의 가뭄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
대회 개최 후 물 소비량 5% 감소하는 효과
유네스코 "2050년 24억 명이 물 부족 경험"
다보스 포럼 "기후 위기가 인류 최대 위협"
환경 보호는 지루하다? 발상의 전환 필요해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박수정 PD, 조석영 PD

◇ 채선아> 지금 이 순간 핫한 해외 뉴스, 중간 유통 과정 빼고 산지 직송으로 전해드립니다. '앉아서 세계 속으로' 시간입니다. 박수정 PD가 준비했습니다.

◆ 박수정> 잔디 대회와 다보스 포럼의 연결고리라는 주제로 준비했는데요. 그냥 잔디 대회가 아니고 못생긴 잔디 대회입니다. 스웨덴의 작은 주가 있어요. 고틀란드주라는 지자체가 있는데 여기서 매년 전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잔디 대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올해 우승자가 얼마 전에 발표가 됐는데 호주에 사는 캐슬린 머레이라는 여성의 말라비틀어지고 구멍이 송송 난 마당이 수상을 하게 됐다고 하거든요.

◇ 채선아> 잔디 사이사이에 난 저 구멍은 뭐예요? 땅에 송송 나 있는 구멍이요.


◆ 박수정> 저 구멍이 뭐냐면, 호주에 서식하는 반디쿠트라는 야생동물이 있어요. 우리나라에는 없거든요. 토끼 같기도 하고 두더지 같기도 하고 근데 약간 주둥이가 긴 동물이에요. 이 동물이 구멍을 파는 일을 한다고 하거든요. 대회 우승자는 이 동물이 땅에 구멍을 파놓은 걸 그대로 방치해 둔 거죠.

심사위원들이 캐슬린에게 1등을 주는 이유로 '반디쿠트들이 파놓은 구멍들을 전혀 관리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놨다, 이 점을 높이 평가해서 1등을 드립니다'라고 심사평을 밝혔다고 합니다. 이 심사평에서 출품된 모든 잔디밭이 다 너무 못 생겨서 우승작을 선정하기가 정말 어려웠는데 가장 못생긴 마당을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운 반디쿠트에게 감사하다고 하기도 했어요.

◇ 채선아> 이걸 다르게 말하면 그냥 가장 게으른 사람 아닌가요? (웃음) 지금 우승자가 입고 있는 티셔츠도 눈에 띄는 데 이것도 다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 박수정>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잔디밭에 자랑스러운 주인입니다'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어요. 이게 우승 상품이에요. 심지어 작년 우승자가 입었던 티셔츠를 물려받는 거 맞은 겁니다.


◇ 채선아> 이런 대회 대체 왜 하는 거예요?

◆ 박수정> 물을 덜 쓰게 하려고 시작한 대회라고 합니다. 사실 처음 시작이 됐던 거는 2년 전인데 이 스웨덴의 고틀란드주에 처음으로 재앙적인 가뭄이 닥쳤었대요. 이 마을에 이렇게 심한 가뭄이 온 게 처음이어서 지자체에서 어떻게 하냐, 사람들이 물을 좀 덜 쓰게 해야 하는데 그 방안을 고민하다가, 지역 주민들이 미관상으로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물을 잔디에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그래서 여러분 잔디 가꾸지 말아 주세요. 이렇게 부탁하기보다, '못생긴 잔디에 상을 드립니다'라고 하면서 이 대회를 만든 거죠.

이 고틀란드주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설명이 잘 되어 있어요. 잔디를 보기 좋게 가꾸는데 엄청난 양의 물이 소비된다고 하면서, 유네스코에 따르면 2050년까지 24억 명이 물 부족을 겪게 될 거라고 한다, 여러분이 미관상의 이유로 잔디에 물 주는 것을 멈춘다면 우리가 지하수를 지킬 수 있다고, 설명을 해놨습니다.


◆ 조석영> 지금 듣고 보니 의미 있는 대회네요.

◆ 박수정> 처음에는 지역 주민들만을 대상으로 출품을 받았대요. 그러다가 미국의 영화배우이자 환경운동가인 쉐일린 우들리가 이 이 소식을 알게 되면서 전 세계 대회로 확장해 보면 어떠냐 하면서 자기 영향력을 이용해서 홍보를 같이해준 거죠. 동시에 이 우승자 티셔츠를 물려받는 것도 같이 기획했어요. 의미 있게 그 무엇도 낭비하지 않는 대회를 만들어 보자고 하면서 전 세계의 글로벌 축제가 됐다고 합니다.

수상자 중에 한 명은 '나는 원래 잔디를 엉망으로 내버려두면 이웃들한테 너무 창피했다. 관리를 안 하는 것 같아서. 근데 앞으로는 이 대회에 출전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얘기하면 되니까 더 이상 창피하지 않다'고 했다고 합니다. 재작년 우승자 같은 경우도 자신의 잔디밭에 단 한 번도 물을 주지 않았다는 공로를 인정받아서 '물을 가장 많이 아낀 사람'으로 우승했다고 합니다. 이 스웨덴의 고틀란드주의 못생긴 잔디 콘테스트가 인기를 끌면서 이걸 따라는 지자체도 생기고 있다고 해요.

◇ 채선아> 그런데 이 잔디 대회와 다보스 포럼 얘기가 어떻게 이어지는 건가요?

◆ 박수정> 다보스 포럼, 아마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다보스가 스위스에 있는 도시고요. 스위스 다보스에서 소위 말하는 전 세계의 경제 인사들 경제 핵심 인사들이 모여서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인데요. 기업인이나 정치인, 경제학자들이 전 세계에서 모이고요. 이런 문제가 지금 난리라고 하면서 문제를 논의하는 그런 포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 다보스 포럼이 얼마 전에 열렸어요.

◆ 조석영> 그래서 우리나라 대통령, 대기업 총수들도 많이 참석했죠.


◆ 박수정> 이 다보스 포럼이 끝나면서 2024년에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라는 걸 발표했어요. 그러니까 올해에는 인류에 이것이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전 세계 리더들이 같이 작성한 건데요. 지난해에는 참고로 '전쟁으로 인한 위협'이 1위를 했었거든요. 근데 올해 1위는 '극단적인 기후'가 1등을 했습니다. 2위는 'AI로 인한 가짜 정보', 그리고 3위는 '정치 사회적 양극화'가 꼽혔고요. 이보다 기후가 지금 더 문제다. 우리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판단을 한 거예요.

그리고 올해만을 기준으로 보지 않고 향후 10년을 기준으로 보면, 1위부터 4위까지 인류에게 닥칠 모든 위협이 기후 관련된 문제입니다. 결국은 극단적인 기후가 지속이 된다면 생태계가 훼손되고 결과적으로 자원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분석인데 그래서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 전 세계 리더들이나 기업인들이 모여서 탄소 배출을 어떻게 규제하느냐 아니면 기후 위기를 어떻게 막느냐 이런 회의를 계속해서 이어갔다고 하거든요.

회의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번에 그 스웨덴 고틀란드주 정부가 작은 아이디어로 콘테스트를 여는 걸 보면서 회의하는 것만큼이나 이런 지자체의 구성원들이 바로바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효과가 있겠다 싶어서 이 두 개의 소식을 엮어봤습니다.

◇ 채선아> 실제로 잔디 대회가 효과가 있었다고 하나요?

◆ 박수정> 이 못생긴 잔디대회를 개최한 이후로 고틀란드주의 물 소비량이 5%가 감소했다고 합니다.

◆ 조석영> 거꾸로 말하면 그동안 물을 엄청나게 썼다는 얘기네요.


◆ 박수정> 제가 마지막으로 이 고틀란드주 홈페이지에서 이 문장 하나는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가지고 와봤는데요. '잔디가 반드시 초록색으로 예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지루한 일일 필요도 없다.'라고 적혀 있어요.

◆ 조석영> 환경을 살리는 일은 재밌는 일이다. 재밌는 일로 만들어보자. 그런 취지가 담긴 얘기네요.

◇ 채선아> 이 대회 덕분에 잔디가 엉망이라도 창피하지 않다고 소감을 전한 그 준우승자의 말이 기억나는데요. 결국에 잔디를 가꾸는 것도 보여주기 위함이 크잖아요. 근데 우리가 무언가를 아름답다고 보는 기준도 기후 위기 시대에는 좀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박수정>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가 이제 아름다운 것이라는 걸 판단하는 기준이 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우리도 이런 좋은 취지의 콘테스트를 열어보면 어떨까 싶거든요. 예를 들어 '오래 써서 낡아 빠진 텀블러 대회, 가장 오래된 에코백 대회' 같은 거요. 이게 새로운 멋이 되는 거죠.

◇ 채선아> 네, 여기까지 박수정 PD, 조석영 PD와 함께 했습니다. 두 분 수고하셨습니다.

◆ 박수정, 조석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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