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산단 소방안전관리자 유명무실… 화재 대응 제 구실 못해
인천소방본부 “산단 내 단속·예방 홍보 강화”
“일하기도 바쁜데, 소방 점검을 언제 어떻게 해요? 그냥 무늬만 소방안전관리자죠.”
인천 남동구 고잔동 남동국가산업단지 내 한 화장품 용기 제조공장 직원 A씨(28)는 3급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증을 가졌다는 이유로 지난해 2월부터 소방안전관리직을 맡았다.
그러나 항상 납기일에 쫓겨 제품 포장을 하느라 바쁜데다 소방안전관리 업무에 대한 별도 수당도 없어, A씨는 소방시설 점검 등 소방안전관리 업무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A씨는 소방시설 점검은 커녕 아직 공장 내 소화전 위치도 다 파악하지 못했다. A씨는 “자격증을 지녔다는 이유로 소방 업무를 떠맡았을 뿐”이라며 “회사에서도 크게 신경쓰지 않아 그냥 원래 맡은 일만 한다”고 귀띔했다.
인근 금형공장 직원 B씨(36)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5월부터 소방안전관리자를 맡았고 뒤늦게 자격증도 땄지만, 그 뿐이었다.
27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인천지역 산단 내에서 발생한 화재는 1천7건에 달한다.
소방 당국 조사 결과, 각 업체들은 소방안전관리자를 지정·운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방시설을 관리·점검하지 않아 화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현행 소방기본법은 산단 내 공장은 면적에 따라 최소 3급 이상 소방안전관리자를 두고, 일상적으로 소방시설 점검과 각종 화기취급 작업 감독 등을 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지역 내 상당수 업체들은 자격증을 딴 직원을 소방안전관리자로 지정한 뒤 자격증을 취득하게 할 뿐, 안전관리 업무 이행 여부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최승규 건양대학교 재난안전소방학과 교수는 “단순히 소방안전관리자로 지정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 철저히 소방점검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처벌 수위를 높여 회사 차원에서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소방안전관리자가 제 역할을 해야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하지만 상당수 공장이 소방시설 점검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산단 내 화재 예방을 위해 단속과 홍보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우현 기자 whji78@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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