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어쩌다가…24년 만에 소니에 추월당했다 '발칵'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도요타·소니·히타치, 코로나 거치며 영업익 64%↑
삼성전자·현대차·LG전자 영업익은 21% 감소
소니는 1999년 이후 처음 삼성전자 영업익 앞서
韓기업 '종종걸음' 할때 日기업 '성큼성큼'
한일 대표기업 격차도 다시 벌어져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직전인 2019년 약 47조엔이었던 도요타자동차, 소니그룹, 히타치제작소의 2023회계연도 매출 합계는 65조엔(약 587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코로나19를 거치는 동안 매출이 38% 증가했다. 일본 대표 기업 세 곳의 영업이익은 3조9066억엔에서 6조3900억엔으로 64%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기업들의 한국 측 경쟁상대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3곳의 2023년 매출 예상치는 508조원으로 지난 5년간 28% 늘었다. 세 기업의 영업익은 34조원에서 27조원으로 21% 감소했다.
'잃어버린 30년'의 장기 침체와 디지털화의 변혁기에서 뒤처지면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상실했던 일본 기업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잃어버린 30년'을 대표하는 기업이었던 히타치와 세계 전자시장의 주도권을 삼성전자에 내준 이후 콘텐츠 기업으로 변신한 소니, 전기차 대전환에 소극적이었던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 대표 기업들이 잇따라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의 시대를 종종걸음할 때 일본 기업들은 성큼성큼 뛰어나가면서 두 나라 대표 기업들의 위상도 크게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직전까지 소니의 매출과 순익은 삼성전자에 비해 각각 3분의 1 수준이었다. 지난해 두 회사의 매출 격차는 2분의 1 수준까지 좁혀진 것으로 파악된다. 영업익은 소니가 올해 1조1700억엔(약 10조7504억원)으로 7조4486억원의 삼성전자를 크게 앞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소니보다 영업이익에서 뒤진 건 1999년 이후 24년 만이다. 반도체 시장 부진으로 삼성전자의 실적이 일시적으로 꺾인 영향이지만 21세기 들어 처음 역전을 허용했다는 상징성은 크게 느껴진다.
소니·파나소닉·히타치 등 일본 대형 전자업체 9곳의 영업익을 모두 합쳐도 삼성전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던게 2009년의 일이다. 시시각각 전황이 바뀌는 기업의 생존 경쟁에서는 단 한순간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2019년 현대자동차와 도요타의 매출과 순익 차이는 각각 200조원과 20조원이었다. 반면 올해에는 매출과 순익 격차가 270조원과 30조원까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현대자동차는 역대 최대 규모인 2023년 매출 162조6636억원, 영업이익 15조1269억원의 실적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예상치와 거의 일치했다.
한일 1등 기업인 삼성전자와 도요타자동차의 격차도 벌어졌다. 2022년 도요타와 삼성전자의 매출 격차는 약 30조원까지 좁혀졌다. 하지만 2023년은 170조원까지 벌어질 전망이다.
흔히들 지난 10~20년간 한일 격차가 줄어든 원인으로 '일본 기업이 인구 1억2500만명의 내수시장에 안주하는 동안 내수시장 만으로 생존이 어려운 한국 기업들은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상품과 서비스를 기획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적어도 일본 대표 기업만 놓고 보면 옛날 얘기다. 과감한 사업재편으로 비대한 몸집을 슬림화하고, 적극적인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정보기술(IT) 경쟁력과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돈 잘 버는 일본 기업'이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 2013년부터 금리와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린 '아베노믹스'를 실시한 이후 일본 기업들의 실적은 줄곧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2020~2021년만 일시적으로 부진했을 뿐 올해도 3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이어갈 전망이다.
'부자 나라와 가난한 국민'은 잘 나가는 기업과 대조적으로 국민들의 소득은 30년째 제자리인 일본 경제의 딜레마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굳어졌다. 기업들이 아베노믹스 덕분에 벌어들인 이익을 임금 인상과 설비투자로 분배하지 않고 유보금으로 쌓아두기만 한다는 정부와 국민들의 불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아베노믹스 시절 일본 기업의 '실적 서프라이즈'가 두렵지 느껴지지 않았던 건 저금리와 엔저(低)에 기댄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이 강화된 덕분으로 보는 전문가는 드물었다.
반면 M&A로 비주력 사업을 잘라내고, 주력 사업에 IT를 접목해 세계시장에 나선 일본 기업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쟁상대일 가능성이 높다. '포스트코로나' 되살아나는 일본 기업下 로 이어집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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