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세 혼란 틈타 고개 드는 나치즘에 분노 커지는 독일 시민들

클레어함 유럽 통신원 2024. 1. 28.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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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D당, 네오나치 세력과 긴밀한 연계로 반발 초래
나치 유토피아와 이민자 추방 꿈꾸는 독일 극우 세력의 마스터플랜 드러나

(시사저널=클레어함 유럽 통신원)

세계가 독일의 대규모 반(反)극우 집회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주말 100여 곳에서 총 140만 명의 시민이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대해 거세게 항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1920년 나치당이 창립되고 나치의 본거지였던 남부 도시 뮌헨에는 32만 명의 인파가 몰려 시내 행진이 취소되기도 했다. 이는 터키계 이민자 3명의 생명을 앗아갔던 1992년 '묄른 네오나치 방화 사건' 항의차 30만 명이 운집했던 이래 최대 규모의 집회다. 무엇이 독일 시민들을 이토록 분노하게 했던 것일까.

1월20일(현지시간) 독일 동부 에르푸르트에서 시민들이 극우정당 AfD의 인종차별과 극우 정치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FP 연합

극우정당, 서구보다 중·러를 파트너로 선호

사실상 AfD당의 일부가 네오나치(新나치주의) 세력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은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AfD당은 이 문제를 개인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1월15일 독일 탐사보도 매체 '커렉티브'의 잠입취재는 전혀 다른 면면을 보여준다. AfD당의 공동대표 알리스 바이델의 개인 보좌관이자 당 실세인 롤란트 하르트비히 전 의원을 포함해 AfD당 소속 4명의 고위 관계자가 베를린 근처 포츠담의 한 호텔에서 네오나치 세력과 비밀리에 만나 이민자들의 대규모 추방에 관해 논의했다. 이들의 인종주의적 민낯을 드러내는 충격적인 심층보도가 이어지자 민심은 폭발했다. 독일 국가통계청에 따르면 1950년 이후 2000만 명의 독일인이 자신이나 부모가 '이민 이력'을 갖고 있는데 이는 총인구 중 23%에 해당한다.

이 비밀회동에 관한 커렉티브의 심층보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뒤셀도르프 포럼'이라고 스스로 명명한 이 세력의 핵심은 평생을 극우 극단주의에 천착해온 은퇴한 치과의사 뫼리히다. 1970년대 나치의 이데올로기를 홍보하는 극우 청소년 조직 '애국청년연맹'의 수장이었던 그가 이 행사를 공동 기획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마르틴 젤너(35)는 유럽 신우파의 주요 인물로 오스트리아 '정체성 운동'의 오랜 리더다. 다문화주의에 반대하는 이 극우운동은 공식적으로는 폭력을 용인하지 않지만, 유럽 전역에서 온 회원들이 프랑스 시골에서 매년 군사훈련 캠프를 조직하고 있다.

젤너는 '역-이민, 재-이주'라는 의미의 신조어 '리마이그레이션 (re-migration)'의 핵심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마스터플랜을 제시했다. 그는 독일에서 송환되어야 하는 세 그룹의 이주민으로 난민 신청자, 거주권이 있는 비독일인, '동화되지 않은' 독일 시민 등을 들었다. 한마디로 독일에 있는 사람들은 독일 시민권과 무관하게, 피부색이나 부모가 다르거나 독일 문화에 충분히 '동화'되지 않은 경우 강제로 송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독일 헌법의 근간인 시민평등원칙에 위배되는 시나리오로 독일 헌법을 훼손한다.

이들의 마스터플랜에는 최대 200만 명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북아프리카의 소위 '모델 국가' 목적지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400만 명의 유대인을 마다가스카르섬으로 추방하려던 나치의 1940년 계획을 연상시킨다. 작센-안할트 AfD 의회 대표인 울리히 지크문트는 독일 길거리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외국 식당들을 압박할 것이고, 쉽게 시행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강제 이주의 세부사항을 조정하기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의 필요성도 논의되었다.

이는 인종적 동기에 따른 강제 이주가 외형적으로는 합법적인 이민 정책의 모습을 갖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 행사에선 한스게오르크 마센이란 인물이 추천되기도 했는데, 그는 독일 국내 정보기관인 연방헌법수호국 국장을 역임하는 동안 했던 극우 옹호적이고 비중립적인 행보로 해고된 바 있다. 그가 1월21일 기독교민주연합당에서 분파해 창당한 '가치연합당(WerteUnion)'의 회원 2명도 이 미팅에 참가해 물의를 빚었다.

마르틴 젤너는 또한 대규모 이민자 추방에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정치전선을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 헌법재판소 불신, 반대 견해 탄압, 공영방송 고소 및 검열이 논의되었다. 독일의 연방헌법수호국은 튀링겐, 작센-안할트, 작센에 있는 AfD 지부를 우익 극단주의 단체로 분류했고, 노스라인-베스트팔렌 AfD 청년단체(JA: Junge Alternative)를 극단주의 의심 단체로 분류했다.

AfD당의 대외 노선 역시 극단적인 성향이다. AfD당은 독일의 유럽연합 탈퇴(Dexit)를 주장하며 서구보다 중국과 러시아를 파트너로 선호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판 없이 대러시아 제재 철회를 요구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도 반대한다. 이는 AfD가 핀란드·스웨덴·이탈리아 등 유럽의 다른 극우 정당들과 다른 점이다. AfD는 중국·러시아가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에서 독일이 옵서버 자격을 획득할 것을 요구하고,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경제연합'과 협력하기를 원한다. 이 연합에는 러시아·벨라루스·아르메니아 등이 참여하고 있다. 독일을 위한 대안당의 별명이 '러시아를 위한 대안당'으로 불리는 이유다. 또한 여성 및 성소수자, 소수인종 차별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푸틴 정권의 성격과 아주 유사하다.

지지율 상승하던 AfD에 "정당 해산" 청원도

AfD당은 최근 인기가 급상승했다. 전국적으로 약 20%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현재의 복합적 위기 상황이 이런 극우당의 성장 배경이라고 평가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심해진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위기, 2015~22년에 걸친 200만 명의 난민 유입에 대한 불안감, 연방정부의 미비한 민생문제 대응에 대한 불만으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간 기존 정치권에 의해 소외감을 느껴온 동독 지역에서 극우당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반면 AfD당은 자신이 동독의 소시민들을 위한 정당이라고 홍보하지만 사실상 부자 감세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한 바이델 AfD 대표는 레즈비언이며 자신의 법적 파트너는 스리랑카 출신이기 때문에 정작 자신의 사생활이 정당의 공식적 행보와 모순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비밀회동이 알려짐에 따라 여론의 향방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정당 해산에 대한 공식적인 논쟁도 점점 더 탄력을 받고 있다. 기민당 국회의원 마르코 반더비츠는 의회에서 정당 금지 발의를 위해 필요한 의원 36명의 지지를 모으고 있다. AfD당을 해산하라는 시민청원에는 76만 명이 서명했고, 튀링겐주 AfD 대표이자 문제적 발언으로 물의를 자주 일으키는 비외른 회케의 선거 출마를 차단하라는 온라인 탄원에도 160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최근 누리푸어 녹색당 공동대표는 혐오를 조장해온 AfD 청년 클럽(JA)의 해산을 주장했다. 공식 정당이 아닌 클럽의 경우 내무부 장관의 권한만으로 해산명령이 가능하다. 독일 역사상 역대 두 정당이 금지된 바 있는데, 1950년대 나치당의 전통을 따랐던 '사회주의 제국당(SRP)'과 '독일 공산당(KPD)'이 그 예다.

한편 현 독일 정부와 국회는 노동시장을 보완하고자 여전히 친이민 정책을 견지하고 있다. 독일은 1월19일 외국인의 독일 국적 취득 절차를 간소화하고, 이중국적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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