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AI 시대, 그리고 티켓 판매소 할아버지의 추억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2024. 1.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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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전기연구원 본원이 위치한 경남 창원에서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갈 일이 생기면 KTX나 SRT 같은 고속철도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김해공항으로 이동해 비행기를 타기도 한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탈 때 항상 이용하는 매표소가 하나 있었다. 몇 년 동안 표를 사며 그곳에서 근무하시는 할아버지 한 분과 인사를 하다 보니 점차 안면을 틀 수 있었다. 나중에는 안부를 묻는 것은 기본이고, 날씨나 스포츠 이야기도 나누는 등 할아버지 덕분에 버스를 기다리는 몇 분 동안을 무료하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갈 무렵, 오랜만에 공항버스 티켓을 사려고 매표소에 들러 할아버지께 반갑게 인사하며 안부를 물었다. 그때 할아버지께서는 일하시던 매표소가 곧 없어지게 될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혹시 공항 쪽 매표소로 근무지를 옮기시느냐는 질문에 “이제는 일을 쉬어야지”라며 말끝을 흐리시던 모습이 그분에 대한 나의 마지막 기억이다.

몇 개월이 지난 지금, 공항버스 매표소가 있던 자리에는 자그마한 동물병원이 들어섰다. 그리고 공항버스 티켓을 판매하는 무인 단말기 2대가 기존 매표소를 대신해 정류장 바로 앞에 나란히 설치돼 있다. 스마트폰의 앱을 통해서 원하는 시간대의 공항버스 자리를 미리 선택하고 예매하는 것도 가능하게 됐다.

기술의 발달로 인한 대면 서비스의 축소 사례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은행 창구로 직접 가서 일을 보는 경우가 줄어들었다.

커피숍을 가도 무인 단말기를 이용해 주문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새로 나온 메뉴가 어떤 특징이 있는지 물어보며 추천도 받고 싶지만, 인건비 때문인지 혼자 음료를 만드느라 바쁘신 분에게 물어보기 미안해서 항상 마시던 메뉴만 주문한 기억도 있다.

지난해 말 발표된 한국은행 자료에 의하면 미래에는 의사, 변호사, 간호사 등의 직업이 인공지능(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 자료는 직업별 AI 노출 지수를 근거로 사용했는데, 직업과 관련된 특허와 업종별 주요 업무, 그리고 AI 기술의 수행 및 대체 가능성 등을 반영한 수치였다.

안타까운 것은 AI 대체 가능성이 높게 분석된 직업들이 대부분 환자나 의뢰인과의 심리적 교감이 필요한 영역에 있다는 점이다.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의 핵심 주제는 누가 보아도 AI였다. AI는 조만간 미래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을 것이며, 이로써 대체되는 업무들이 전보다 더 편리하고 효율화될 것은 분명하다.

다만 그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가 놓치게 되는 것은 무엇인지, 초래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는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티켓을 확인해 주시며, 잘 다녀오라고 무뚝뚝하게 말씀해 주셨던 할아버지의 따뜻한 한마디가 가끔은 그립다.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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