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 영상 찍고 선생님과 인생네컷…엄숙했던 졸업식, 신나는 축제로

김보경 기자 2024. 1. 28.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요즘 졸업식 풍경
송·답사 같은 형식적 의례 사라지고
학부모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 구성
사진·동영상으로 특별한 추억 기록
선물로는 스마트폰·태블릿PC 인기
과거 졸업식 사진은 학교가 배경이었지만 요즘은 화려한 포토월이 필수다. 4일 인천 동구 창영초등학교 졸업생들이 꽃으로 꾸민 포토월(왼쪽)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 판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추운 날씨에 코끝이 빨개지고 아쉬움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졸업식 시즌이 다가왔다. 졸업식 풍경은 매년 달라진다. 최근엔 석별의 정을 나누던 졸업식이 축제로 바뀌었고, 단체사진으로 찍었던 졸업사진을 특별하게 남기고 싶어하는 졸업생도 많아졌다. 달라진 요즘 졸업식을 들여다본다.

3일 경북 포항 흥해서부초등학교 강당에서 졸업생 학부모들이 특별공연을 하고 있다. 경북교육청

●작별 인사에서 축제로=이별의 상징이었던 졸업식은 요즘 학교 축제가 되고 있다. 송사·답사 같은 형식적인 의례는 없애고 행사 자체를 즐기는 분위기다. 졸업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참여해 축하영상을 찍고 공연에 참여하기도 한다. 경남 함안여자중학교는 최근 졸업식에서 교직원·졸업생·학부모가 함께 참여한 졸업 축하영상을 틀어 화제가 됐다. 경북 포항 흥해서부초등학교는 학부모들이 직접 공연을 준비했다. 이들은 하트 모양 소품을 들고 “얘들아 너희는 꽃이야!”라는 메시지를 남겨 감동을 줬다.

졸업이 끝난 후 이어지는 뒤풀이 행사 풍경도 변하고 있다. 2000년대 중학교를 졸업한 이모씨(30)는 졸업식 뒤풀이라고 하면 바로 ‘밀가루’를 떠올린다. 당시엔 졸업한 친구에게 밀가루와 달걀을 던지고 교복을 찢기도 했다. 두발과 복장 규제가 심했던 시기에 학교에 대한 반발이자 일탈이었다. 이는 오랫동안 졸업식 문화로 자리 잡았다.

최근 눈에 띄는 뒤풀이 행사는 ‘졸업식 챌린지’ 영상 촬영이다. 친구들끼리 교복이나 졸업 가운을 입고 춤을 추며 30초 이하의 짧은 영상인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를 남기는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졸업식’만 검색해도 이같은 장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상 SNS ‘틱톡’에 졸업식 챌린지를 올린 한 학생은 “사진보다 움직이는 영상이 더 자연스럽고, 촬영 과정도 재밌어서 친구들과 추억 남기기에 좋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 10년 전과 다르게 졸업생 가운데 다문화가정 학생들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8월 교육부에서 발표한 교육기본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중등 다문화가정 학생수는 18만1178명(3.5%)으로 2012년 조사 이후 매년 증가했다.

경북 청도 모계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인기를 모은 ‘인생네컷’ 사진. 윤소민씨, 틱톡 캡처

●단체 졸업사진에서 ‘인생네컷’으로=줄 맞춰 단체로 뻣뻣하게 찍던 졸업사진은 옛말이다. 학교에선 졸업식에 맞춰 시상식에서나 보던 포토월을 마련하고, 즉석사진 부스를 준비한다. 포토월은 코로나19 확산 때 학교 내부에서 졸업사진 찍는 게 어려워지자 유행한 것이다. 이는 친구들과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는 이유로 코로나19가 풀린 후에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포토월 전문업체인 크라운스테이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포토월을 찾는 학교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인생네컷’ 같은 즉석사진 부스도 인기가 많다. 인생네컷이란 사진 한장에 네컷의 사진이 들어가는 즉석사진 브랜드다. 11일 졸업식을 마친 경북 청도 모계고등학교의 손슬기 교사는 “즉석사진 부스로 간편하게 사진을 남기니 학생들도 즐거워했다”며 “두꺼운 앨범과 달리 보관도 간편해 좋다”고 말했다.

졸업식 장면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문화도 달라졌다. SNS에 올린 ‘졸업식 챌린지’ 영상.

●만년필에서 태블릿PC로, 자장면에서 뷔페로=졸업식의 꽃은 선물이다. 1970년대엔 만년필이 대세였다. 당시 만년필은 부의 상징으로 졸업 후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선물이었다. 1980년대엔 외국 스포츠 브랜드가 밀려들면서 외국산 브랜드 운동화를 갖는 것이 학생들의 로망이었다. 이후 삐삐·MP3플레이어와 전자사전을 거쳐 요즘에는 스마트폰·태블릿PC까지 다양한 졸업선물이 각광받고 있다. 시대는 변했지만 그 시대 최고로 인기 있는 물건을 졸업선물로 주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졸업식 후 식사도 의미가 있다. 학교를 졸업한다는 자체가 어려웠던 1960∼1970년대엔 자장면 한그릇이 가장 큰 외식이었다. 자장면은 외식 메뉴 대표주자이자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좋아하는 서민 음식이었다. 이젠 ‘졸업식엔 자장면’이란 공식은 사라지고, 가족·친구와 분위기 좋은 패밀리레스토랑이나 뷔페에서 밥을 먹는다. 여기에 발맞춰 일부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선 졸업장을 가져오면 할인해주는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구정우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졸업식은 자신이 소속한 학교에서 함께 동고동락한 시간을 종료하며 하나의 공동체를 기념하는 의례였다”며 “현재는 공동체보다 개인을 중시해 스스로 성장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