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밴드부터 Z세대 래퍼까지…다양성 내세운 가수들 내한 러시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태국 국민 밴드부터 Z세대 신인 래퍼까지. 올해도 전 세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이 한국에 집결하고 있다.
보다 다양해진 공연에 음악 팬들의 눈과 귀는 즐거워지고 있지만, 톱스타급 뮤지션의 내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어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옛 밴드부터 떠오르는 샛별까지…쏟아지는 내한공연
28일 공연 업계에 따르면 최근 500석에서 2천석 규모에 이르는 중소형 단독 내한 콘서트가 줄을 잇고 있다.
최근 미국의 알트팝(Alt-Pop) 가수 멜라니 마르티네즈의 내한 콘서트를 주관한 공연기획사 라이브네이션코리아는 올해 3월에만 총 6팀을 선보일 예정이다.
가장 먼저 일본의 Z세대 래퍼로 통하는 한국계 아티스트 찬미나(CHANMINA)는 3월 5일 서울 영등포구 명화 라이브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찬미나는 한국어 가사가 포함된 곡을 선보이는 등 국내 활동에 적극적이고, 트렌디한 스타일로 특히 젊은 여성 팬층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콜 유 마인'(Call You Mine)으로 주목받은 미국 싱어송라이터 제프 버넷도 바로 이튿날 같은 장소에서 무대에 오른다. 2018년 이후 약 6년 만의 내한이다.
태국의 국민 밴드로 불리는 슬롯머신의 내한 공연도 눈에 띈다. 이들 역시 명화 라이브홀에서 같은 달 14일 단독 공연을 펼친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슬롯머신은 2017년 장기화와 얼굴들과 함께 북미 투어를 진행했으며, 태국의 정체성을 담은 록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밖에 영국 드림팝(Dream Pop) 밴드 슬로다이브는 3월 9일, 미국 싱어송라이터 맥스는 3월 30일 각각 명화 라이브홀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있다.
슬로다이브는 1990년 초 영국을 휩쓴 얼터너티브 록의 하위 장르 슈게이징 신(scene)을 이끈 전설의 밴드로 통한다.
방탄소년단(BTS) 슈가와의 협업으로 국내에 이름을 알린 맥스의 경우 예정된 내한 공연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최대 500명을 수용하는 소형 공연장 무신사 개러지에서는 3월 15일 인기 밴드 마룬5의 멤버 피제이 모턴이 단독 공연을 연다. 모턴은 4년 연속 그래미상을 받는 등 평단의 찬사를 받는 아티스트다.
기획사 엠피엠지 역시 같은 달 2일 미국 출신 프로듀서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OPN)의 공연을 시작으로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재즈 펑크 밴드 노워, 일본 밴드 킹 누의 공연을 잇달아 올린다.
그중 오는 4월 20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공연을 여는 킹 누는 J팝 색채에 얼터너티브 록을 더한 '도쿄 뉴 믹스처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이 밖에도 호주 출신 팝 밴드 파슬스는 3월 7일 5년 만의 내한 공연을 열고, 캐나다 펑크 록 밴드 섬 41은 내달 27~28일 해체 전 마지막 투어로 한국을 찾는다.
'다양성'이 무기…대형 스타 내한 없어 아쉬움도
현재 예정된 내한 공연들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다양한 장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공연업계 관계자는 "요즘 팝을 듣는 젊은 층은 틱톡 등 SNS를 통해 전 세계의 트렌드를 빠르게 접한다"며 "취향에 따라 음악을 듣다 보니 Z세대가 옛날 밴드를 좋아하는 경우도 있고, '나만 좋아하는 가수'라는 차별화를 추구하는 이들도 많아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따라서 검증된 스타들뿐 아니라 독특한 음악 세계를 가진 옛 뮤지션이나 SNS에서 뜨고 있는 신인을 발굴해 데려와도 수요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다만 대형 돔 공연장을 채울 톱스타급 뮤지션의 내한 소식이 없는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는 음악 팬도 적지 않다.
작년 상반기에는 '팝의 거장' 마이클 볼튼이 1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팝스타 해리 스타일스가 3월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브루노 마스는 6월 잠실주경기장에서 공연을 펼쳤으나 올해는 아직 조용하다.
대형 공연을 위해 아티스트 측과 협의 중이라는 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대형 내한 공연이 유치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러한 흐름에 서울 내 대형 공연장 부족 문제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브루노 마스 정도의 스타에게는 상당한 보수를 지급하기 때문에 3만~5만명 정도의 대형 공연장을 꽉 채워 진행해야 수지가 맞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4만5천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잠실주경기장은 리모델링 공사가 오는 2026년까지 이어질 예정이고, 2만5천명을 수용하는 고척돔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개막전을 위한 내부 공사에 한창이다. 이 밖에 4만5천여명 규모의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잔디 문제로 쉽사리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장 오는 2월 일본 도쿄에서 4회, 3월 싱가포르에서 6회 공연이 예정된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는 한국 공연을 잡지 않았다.
1~3월 일본과 대만, 태국, 싱가포르, 인도 등을 도는 에드 시런도 한국 공연은 예정에 없는 상황이다. 관련 공연을 추진하던 기획사 관계자는 "에드 시런 측에서도 한국 공연을 원했지만 투어 프로덕션을 감당할 공연 장소가 희망한 일정에 없어 진행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서울 밖 공연장, 또는 음향 시설이 열악한 공연장을 잡게 되면 관객들의 한바탕 불만이 쏟아지기도 한다.
결국 내한을 주관하는 업체들 입장에서도 대관부터 실제 진행까지 리스크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형 공연보단 중소형 공연을 올리는 게 유리할 수 있는 셈이다.
한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요즘 큰 팀의 경우 티켓 가격을 30만원, 40만원대로 해야 수지가 맞는 수준"이라며 "관객이 많지 않아도 내한할 수 있는 팀을 섭외하기 위해 여기저기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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