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 둔 바이든, 반도체 공장 건설에 수십억달러 지원금 예고"
대통령 선거를 앞 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경제적 성과의 상징 가운데 하나로 반도체 부활을 밀면서 조만간 반도체 공장 건설에 수십억달러 자금 지원을 승인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력부족부터 시작해 미국에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공장을 짓는 반도체 업체들에 대대적인 자금 지원을 조만간 시작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이하 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대선을 앞두고 조바심이 난 바이든 행정부가 앞으로 수주일 안에 인텔, TSMC 등 반도체 업체들에 대규모 신규공장 건설자금 지원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에서는 반도체법이 통과돼 530억달러를 반도체 산업에 지원할 수 있게 됐지만 지금까지는 성과가 미미했다.
2022년 법안 통과 뒤 170여 업체가 지원을 신청했지만 최첨단 반도체가 아닌 반도체를 생산하는 작은 반도체 업체 두 곳만이 지원금을 받았을 뿐이다.
그러나 소식통들에 따르면 조만간 수십억달러 규모의 훨씬 덩치 큰 지원금 배분이 시작될 전망이다. 인공지능(AI), 스마트폰, 무기 등에 들어가는 첨단 반도체 제조시설을 목표로 대대적인 지원금 배포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3월 7일 국정연설 이전에 지원금이 나눠지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결전을 앞두고 열세인 지지율을 회복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자신의 경제적 성과를 내세우는 전략이다.
싱크탱크 미기업연구소(AEI) 선임 펠로 윌리엄 라인하트는 선거전이 달궈지기 전에 대규모 자금지원을 발표해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지원을 발표한다고 해도 곧바로 자금이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 실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자금을 지원할지 여부가 결정된다.
또 각 공정별로 자금이 순차적으로 지원된다.
그러나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다.
각종 인허가와 기타 지연 등으로 대규모 혈세가 투입된 첨단 반도체 설비 가동이 앞으로 수년은 지나야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도체 업체들은 대규모 반도체 공장 건설에 나섰다.
인텔은 애리조나, 오하이오, 뉴멕시코, 오리건주에 435억달러 이상을 투입해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대만 TSMC는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에 모두 400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방침이다.
오하이오와 애리조나는 올해 11월 대선과 의회 선거 격전지로 분류되는 곳이다. 바이든의 대규모 자금지원 결정에 따른 반도체 공장 건설 소식이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에 176억달러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밖에 마이크론테크놀러지,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글로벌파운드리스 등도 지원금을 받아 미국에 반도체 설비를 지을 계획이다.
그러나 반도체 설비 건설 계획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전세계 첨단 반도체 약 90%를 생산하는 TSMC는 최근 애리조나 제2공장 생산이 계획보다 1~2년 지연될 것으로 우려했다. 미국의 세제혜택 등 지원이 불확실하다는 점이 이유였다. TSMC는 앞서 제1공장 완공 일정도 2024년에서 2025년 중반으로 미룬 바 있다.
대만이나 일본에 공장을 건설하는 것에 비해 미국에서 공장을 지을 때 넘어야 할 규제장벽이 더 많다는 점도 이유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특히 환경영향평가(NEPA)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2013~2018년 환경영향평가는 평균 4.5년이 걸렸다.
숙련 기술자 부족도 설비 가동을 지연시키는 이유다.
미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2030년이 되면 미국내 기술자, 컴퓨터 과학자, 엔지니어 등을 포함해 반도체 산업 인력 부족 규모가 6만7000명에 이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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