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대부가 되어줄래?”…“안 돼, 걔랑 사귀게 될 것 같아” [씨네프레소]
[씨네프레소-110] 영화 ‘어바웃 어 보이’
뉴스에선 위대한 인격자가 몰락하는 모습을 자주 비춘다. 인간은 남의 비상만큼이나 추락에 관심을 가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그의 죄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평균적인 인간에게서도 발견되는 허물인 경우가 많다. 겨우 이 정도 잘못을 가지고 이런 비난을 들어야 하냐는 질문이 나온다.
그런데 주인공이 아이를 위해 낸 용기는, 물론 따뜻하긴 하지만 영화의 결말이 될 만큼 대단한 게 아니다. 아이가 혼자 학예회 무대에 올라 망신당할 뻔한 순간에, 자기도 올라가 함께 조롱당하는 것이다.
특별한 것도 없는 이 결말은 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까. 그건 애초 주인공이 자기 인격의 부족함을 늘 인정하는 사람이었던 것과 관련 있는지 모른다.
영화 초반부엔 그가 어떤 남자인지를 드러내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갓 태어난 딸의 대부가 돼달라는 친구 부부의 요청에 윌은 “난 최악의 대부가 될 것”이라고 거절한다. “세례식 때는 애를 떨어뜨리고, 평생 생일도 못 챙기다가 18살 생일에야 데려가서 술을 먹이고는 덮칠지도 몰라.”
출산의 기쁨에 겨워 있을 친구에게 한 말로는 최악이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윌은 자기 한계를 아는 남자다. 본인이 할 수 없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도전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삶의 어려움을 한 차례 겪었던 사람들이 더 외로워할 것이고, 결정적인 순간엔 이성보다는 자기 애를 돌볼 것이라는 게 그의 추측이다. 쉽게 접근해서 만나다가 상대방이 자녀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먼저 떨어져 나가도록 하는 게 그의 전략이다. 정직하지 못한 인물인 것이다.
마커스는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학예회에 나간다고 하고, 윌은 이를 말린다. 가뜩이나 따돌림당하는 마커스가 학예회에서 노래했을 때 어떤 망신을 당하게 될지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어코 무대 위에 올라선 마커스에게 조롱이 쏟아지자, 윌 또한 올라가서 함께 노래한다는 게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두 사람이 함께 놀림 받으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가까이 비춘다.
어쩌면 그건 애초 자기 인격이 밑바닥이라고 인정한 남자가 한발 더 나아간 모습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따뜻한 사람이라거나 평범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면 이 정도의 감동은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이란 기대가 전혀 없고, 노력도 하지 않는 남자가 딱 한 발자국 나아가는 건 다른 이야기다. 평범한 인격의 소유자가 큰 걸음을 내딛는 것보다 훨씬 큰 감동을 줄 수 있다.
인격자로 알려졌던 이들이 상대적으로 사소한 일에 추락하는 것도 비슷한 원리일지 모른다. 그가 속한 세계의 평균과 비교해봤을 때, 대단한 흠결이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인격자로 스스로를 알린 사람은 또 다른 짐을 지게 된다.
그렇기에 남다른 인성과 인격을 바탕으로 인기를 얻는 건 어쩌면 그 사람에겐 가혹한 일이 될 수도 있다. 대부분은 예수나 부처가 아니기 때문에 크고 작은 결함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예수나 부처가 종교가 되는 건, 이들처럼 될 수 없다는 걸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어바웃 어 보이’는 자신이 가질 수 없는 인격은 굳이 흉내 내지 않는 게 인간관계에 낫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물론 우리는 늘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겠지만, 그건 남들 모르게 혼자 하면 된다. ‘내가 되고 싶은 인격’과 ‘나’는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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