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1월 가장 추웠다... 지구온난화에 '극한 한파' 없다?

윤한슬 2024. 1.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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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1월 영하 32.6도 역대 최저치
북극 찬 공기+폭설 영향으로 기온 '뚝'
美 영하 60도 한파, 국내도 영하 20도
온난화로 소용돌이 약해져 찬 공기 남하
"온난화로 극한 한파 발생 더 높아져"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한강변에 고드름이 얼어 있다. 이날 서울 오전 체감 기온이 영하 21도까지 떨어지는 등 맹추위가 절정에 달하며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특보가 내려졌다. 하상윤 기자

북극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지난주(22~26일) 서울 체감 온도가 영하 21도(23일)까지 떨어지는 등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태평양 건너 미국도 체감 온도가 영하 60도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일주일 새 9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구온난화로 지난해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13.7도를 기록,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지구는 뜨거워지는데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극한 한파'는 왜 발생하는 걸까. 역대 한파 사례를 돌아보고, 지구온난화와 한파의 연관성을 살펴봤다.


1981년 1월 양평, 영하 32.6도

북쪽에서 남하한 찬 공기로 한파가 닥친 25일 경기 김포시 인근 한강에 얼음이 얼어 있다. 김포=뉴시스

기상청 관측 이래 역대급 한파는 1981년 1월 발생했다. 당시 1월 5일 경기 양평군 최저기온은 영하 32.6도로 역대 최저치로 기록됐다. 한파로 양평뿐 아니라 서울 한강은 물론 바닷물까지 얼 정도였다. 당시 1월 5일 전후로도 영하 30도를 오가며 한파가 장기간 지속됐다. 양평만 추웠던 건 아니다. 충북 충주(-28.5도), 강원 홍천(-28.1도), 원주(-27.6도), 충북 제천(-27.4도) 등 역대 일일 최저기온 상당수가 1981년 1월 발생했다. 당시 서울도 영하 16도로 기온이 뚝 떨어졌다.

1981년 1월 5일 자 한국일보 1면. 당시 서울이 영하 16도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실렸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례 없는 한파에 당시 소(小)빙하기 돌입, 태양 흑점주기 이변, 지구축 이동, 지구 자기장 감소, 화산 폭발재의 태양열 차단 등 여러 가설들이 원인으로 거론되며 사회적 불안을 키웠다.

그러나 기상청 설명과 당시 한국일보 등을 참고하면 북극의 찬 공기가 기압골을 따라 내려오면서 추위가 불어닥쳤다. 평년 겨울과 달리 당시 한파가 오래 지속됐고, 폭설까지 오면서 이례적으로 극한 한파가 온 것으로 분석됐다. 북극의 찬 공기가 열흘 이상 머무르며 기온을 끌어내린 데다 연초 내린 폭설로 지면을 덮은 눈이 태양열을 반사시켜 기온이 더 떨어지며 영하 30도라는 기록적인 추위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역대 일일 최저기온 10위. 그래픽=신동준·강준구 기자

기상청 관계자는 "당시 북쪽의 찬 공기가 내려올 수 있는 기압계가 형성돼 장기간 영향을 미쳤다"며 "찬 공기가 영향을 주는 시간이 길어지면 지상으로 냉기가 쌓이면서 기온이 계속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1981년 전후로도 영하 30도 안팎의 한파가 있었다. 1974년 1월 24일 강원 대관령(영하 28.9도), 1969년 2월 6일 강원 춘천(영하 27.9도), 2001년 1월 16일 강원 철원(영하 29.2도), 2012년 2월 3일 경북 봉화(영하 27.7도) 등 한파로 기온이 영하 30도에 육박했다.


온난화로 극 소용돌이가 약해져 찬 공기 남하

시민들이 체감 기온 영하 20도를 기록한 25일 서울 광화문에서 잔뜩 움츠린 채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과거 한파가 북극의 찬 공기가 오래 머물러 발생했다면 올해도 그럴까. 한국과 미국의 이번 한파는 공통적으로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는 극 제트기류가 중위도로 남하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공기의 흐름이 어떤 속도로 얼마나 내려오느냐에 따라 기록적인 한파가 될 수도, 평상시와 같은 겨울이 될 수도 있다. 약한 바람을 타고 천천히 내려오면 기존에 있던 비교적 높은 온도의 공기와 섞이면서 따뜻해지지만, 급강하하면 공기가 섞이지 않고 한파가 그대로 내려올 수 있다.

기상학자들은 극지방 성층권에서 나타나는 '극 소용돌이(Polar Vortex)'가 이번 한파에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북극과 중위도 간 온도 차이로 인해 소용돌이는 평소 원형 형태로 강하게 회전한다. 그러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남하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하지만 북극 기온이 오르면서 북극과 중위도 간 온도차가 줄어들어 극 소용돌이 세기가 약화했다. 형태도 붕괴됐다. 소용돌이 방해가 사라지면서 북쪽의 찬 기운을 지닌 제트기류는 빠르게 남하했다. 기류에 따라 특정 지역에 최강 한파가 발생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소용돌이가 강하게 돌지 못해 제트기류가 남하했는데, 찬 공기가 어디로 내려가느냐에 따라 그 지역에 한파가 오는 것"이라며 "북쪽 제트기류가 깊이 내려가면 미국 남부 텍사스처럼 위도가 낮은 곳에도 한파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영하 60도까지 떨어진 16일 미국 일리노이주 서부지역 들판이 눈으로 뒤덮여 있다. 일리노이=EPA 연합뉴스

최근 국내에 닥친 한파도 이 여파다. 북극의 찬 바람을 가둔 소용돌이가 약화하면서 찬 기운이 연일 남하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구온난화가 북쪽으로부터 차가운 공기가 우리나라 쪽으로 더 잘 내려오게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 수 있다"며 "온난화가 심해지면서 겨울이 포근할 거라는 건 오해"라고 지적했다. 지구온난화로 지구 평균 기온은 오르지만 겨울 한파는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박서영 데이터분석가 solu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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