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의 90% 이상 겪는 두통, 아직도 진통제만 복용…

권대익 2024. 1. 2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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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1주일에 이틀 이상 두통, 재빨리 ‘두통 예방 약’ 먹어야
두통으로 치료받는 환자가 100만 명이 넘어설 정도로 아주 흔한 질병이지만 제대로 치료받는 환자는 그리 많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스무 살부터 두통이 짧게는 15분, 길게는 3시간까지 생겨 약국에서 일반 두통약을 사서 한 번에 여러 알을 먹기도 했지만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어요. 두통과 함께 구역감, 시야 장애, 집중력 저하 등을 겪지만 ‘꾀병’ 의심을 받기도 했고, 여러 동네 병원에 다녔지만 두통 질환을 잘 몰라 제대로 도움을 받지도 못했어요.” 만성 두통에 시달리는 김모(52·여)씨의 호소다.

두통은 전 국민의 90% 이상이 겪는데 치료를 받는 환자도 100만 명을 넘어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두통으로 치료받은 환자가 2020년 87만6,084명에서 2022년 112만4,089명명으로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병원을 찾지 않은 ‘숨은 두통 환자’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습관적으로 약 먹다간 ‘약물 과용 두통’ 유발

두통은 딱따구리가 쪼는 듯하거나, 머리 속에서 심장이 뛰는 듯하거나, 바위를 올려놓은 것처럼 묵직하게 눌리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 등 다양한 증상이 생긴다.

이 같은 두통은 ‘1차성 두통’과 ‘2차성 두통’으로 나뉜다. 1차성 두통으로는 갑자기 긴장해 스트레스나 불안감을 느끼면서 평소 없던 두통이 발생하는 ‘긴장성 두통’, 뒤통수를 바늘로 찌르는 듯한 ‘찌름 두통’, 눈이나 관자놀이 주위에 통증을 느끼며 눈물·콧물이 나오기도 하는 ‘군발(群發·cluster) 두통’,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에다 빛·소음에 예민해지고 구토까지 생기는 ‘편두통(偏頭痛·migraine)’ 등이다.

편두통은 머리 한쪽만 통증이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실제론 머리 양쪽이 동시에 아플 때가 더 많다. 또한 편두통은 우울증·불안·수면장애 같은 정신질환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이 함께 나타날 때가 많다.

1차성 두통은 피로가 쌓이거나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할 때가 많다. 두통은 대부분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자연히 없어지지만 진통제를 빨리 먹는 게 치료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1주일에 2일 이상 습관적으로 진통제를 먹다간 자칫 약에 반응하지 않는 ‘약물 과용 두통’이 생길 수 있다.


◇단순 두통 아닌 '치명적 질환 신호' 가능성도

반면 2차성 두통은 두통을 일으키는 다른 원인이 있을 때를 말한다. 전체 두통의 3% 정도로 그리 많지 않지만 뇌졸중(뇌경색, 뇌출혈)·뇌종양·뇌동맥류 등 뇌 질환이나 안면부 질환·내과적 질환·외상·약물·음주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녹내장으로 안압이 상승하거나, 목뼈 주위 염좌 같은 근골격계 질환이 있어도 생길 수 있다. 1주일에 2일 이상 두통이 발생하면 3개월 안에 병원을 찾는 게 좋다.

2차성 두통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으로는 태어나 처음으로 겪는 극심한 두통이 생기거나, 50세 이상·암 환자·항응고제 복용자·면역억제제 복용자·임신부에게서 두통이 생기거나, 누워 있을 때보다 서 있을 때 악화하는 두통이 나타나거나, 두통이 생긴 반대쪽에 마비·감각 저하·열을 동반한 두통 등이 나타날 때다.

이학영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2차성 두통이 의심되면 뇌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시행해 원인을 찾아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1주일에 2일 이상 두통 생기면 ‘예방 약’ 먹어야

주민경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대한두통학회 회장)는 “두통은 예방적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며 “편두통 등 두통이 1주일에 2일 이상 나타난다면 통증이 시작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재빨리 ‘두통 예방 약’을 먹는 게 좋다”고 했다.

두통 예방 약으로는 ‘엠겔러티(일라이 릴리)’ ‘아조비(한독테바)’ 등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 주사제와 ‘너택(화이자)’ ‘아큅타(애브비)’ 등 게판트 계열 경구용 CGRP 억제제와 ‘자브즈프레트(화이자)’ 같은 비강 분무형 CGRP 억제제가 있다. 두통이 심각하면 신경을 마비시키는 성상 신경절 블록 등 신경차단술을 받을 수 있고, 또 머리에 직접 ‘보톡스’를 놓는 것도 방법이다.

두통을 줄이려면 통증을 일으키는 생활습관을 면밀히 살피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카페인이 많은 음료를 마시거나 과음하거나 수면 부족 등 원인을 파악해 이를 삼가는 것이다.

두통을 예방하려면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적절한 수면을 해야 한다. 6시간 이상 음식을 먹지 않았을 때 혈당이 낮아져 두통이 생길 수 있다(대한두통학회). 따라서 적은 양이라도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게 두통 예방에 좋다. 또한 어깨 근육이 뭉치면 잘못된 자세로 인해 혈액순환이 잘 안 돼 두통이 생길 수 있기에 스트레칭과 운동을 자주 하는 게 바람직하다.


[두통 예방을 위한 생활 수칙]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식사를 거르지 않고, 규칙적으로 식사를 한다.

-꾸준히 운동하고 올바른 자세를 취한다.

-장시간 컴퓨터 작업·휴대폰 사용을 피한다.

-카페인 함유 식품과 담배·술을 피한다.

-진통제는 한 달에 10일 이상 복용하지 않는다.

-자신의 두통에 대한 ‘두통 일기’를 쓴다.

-두통 전문의 진료를 통해 도움을 받는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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