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주식부자 3위, 삼성家 아니었네?…‘세 모녀’ 사이 비집고 들어간 ‘이 사람’ [신동윤의 나우,스톡]

2024. 1. 28.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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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메리츠금융그룹,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대한민국 최고의 주식 부호 가문하면 떠오르는 곳이 있으신가요? 많은 분들의 머릿 속에는 ‘삼성가(家)’란 단어가 떠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2021년 4월 29일자로 세상을 떠난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 보유 주식에 대한 상속이 완료된 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동의 주식 부호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는데요. 바로 뒤를 이어 2~4위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삼성가 세모녀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지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삼성가 ‘철옹성’이 올해 초 또 다른 주식 부자에 의해 돌파 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삼성장성’을 넘어선 주식 부호는 바로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입니다.

삼성家 외 TOP 3, 카카오 김범수·에코프로 이동채 이어 세 번째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조정호 회장은 지난 25일 종가 기준 지분평가액이 6조896억원으로 1위 이재용 회장(13조8110억원), 2위 홍라희 전 관장(7조4772억원)의 뒤를 이어 3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조정호 회장의 약진으로 인해 기존 3~4위에서 한 계단씩 물러난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은 각각 5조9136억원으로 4위, 5조1209억원으로 5위에 자리했습니다.

조정호 회장이 삼성가가 철옹성처럼 지키고 있던 ‘톱 4’ 자리로 파고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 11일부터입니다. 바로 전날이던 지난 10일까지만해도 5위에 자리했던 조정호 회장은 11일 지분평가액 5조7280억원으로 5조970억원을 기록한 이서현 이사장을 한 계단 끌어내렸습니다.

10일과 11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바로 상속세 납부액 마련을 위해 계열사 지분 일부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매각한 일이 이 시점에 벌어졌습니다. 블록딜의 결과 ‘톱 4’ 자리가 삼성가 일원이 아닌 조정호 회장에게 돌아간 셈이죠. 이 기세를 몰아 지난 16일 조정호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메리츠금융지주 주가가 상승한 덕분에 지분평가액이 5조9723억원까지 치솟으며 5조8138억원을 기록한 이부진 사장을 4위로 밀어내고 ‘톱 3’ 자리까지 올라서는 데 성공했죠.

고 이건희 선대 회장 지분을 이재용 회장, 홍라희 전 관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에게 상속하는 작업이 완료된 이후 시점부터 삼성그룹 총수 일가 4인 이외에 국내 주식 부호 ‘톱 3’ 자리에 오른 인물은 조정호 회장 이전까지 딱 2명에 불과합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과 이동채 전 에코프로그룹 회장입니다.

지난 19일 하루만 이부진 사장에게 3위 자리를 내줬지만, 조정호 회장은 지난 22일 곧장 3위 자리를 되찾은 이후 4거래일 연속 자리를 수성 중이죠.

삼성家 세 모녀 블록딜 + 삼성 그룹株 약세 + 메리츠금융지주 신고가

조정호 회장의 주식 부호 ‘톱 3’ 입성엔 분명 삼성가 세모녀의 ‘블록딜’에 더해, 이들 모녀가 보유한 삼성그룹주의 약세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세모녀가 보유한 주식 지분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지난 25일 종가까지 5.61% 하락(7만8500→7만4100원)했습니다. 삼성물산 주가도 같은 기간 7.57% 떨어졌고요. 여기에 삼성에스디에스(-7.41%), 삼성생명(-7.67%)도 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6.96% 하락하고, 코스닥 지수까지 4.94% 떨어지는 전반적인 국내 증시 약세장 속에서 국내 시총 1위 삼성전자를 비롯해 세 모녀가 들고 있던 삼성 그룹 대형주도 폭풍우를 피할 수 없었던 셈이죠.

이런 상황 속에서도 메리츠금융지주 주가는 강세를 보이며 조정호 회장의 주식 부호 순위 상승의 원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조정호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메리츠금융지주 주가는 5만9100원에서 6만2300원으로 5.41% 상승했습니다. 삼성가 세모녀의 블록딜이 있었던 지난 11일 이후만 놓고 봤을 때 메리츠금융지주 주가 상승률은 7.60%에 이릅니다. 17일(-3.44%)과 주가가 제자리 걸음을 걸었던 지난 24일 이틀을 제외하고는 9거래일간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메리츠금융지주 주가는 52주 신고가 기록 행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26일 종가 기준 메리츠금융지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12% 오른 6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중엔 6만3800원까지 찍으며 신고가 기록을 경신했죠.

메리츠금융지주, 주주 환원 매력 최대 강점

메리츠금융지주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바로 주주 환원 매력이 부각되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4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해 통합 지주사로 출범한 이후 메리츠금융지주의 주주 환원 매력이 연일 부각되는 것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분위기죠.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해부터 당기순이익의 50%를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통합 ‘원(One) 메리츠’ 출범 당시 주가 4만5600원과 비교한다면 지난 26일 종가는 무려 38.16% 오른 상태입니다.

이런 기세를 바탕으로 메리츠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상장 금융지주회사 가운데 KB금융, 신한지주, 하나지주에 이어 4위에 등극한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메리츠금융지주의 주가 강세는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국내 증권사 중에선 메리츠금융지주의 주주환원 정책을 감안하면 올해와 내년 주가가 추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2일 메리츠금융지주에 대해 이익과 주식 소각량을 감안해 산출한 적정주가는 올해 6만3137원, 내년 7만793원이라고 짚었습니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19일 종가(5만9800원) 대비 각각 5.6%, 18.4%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인데요. 26일 종가를 기준으로 한다면 사실상 올해 상승 가능 분은 머리 끝까지 차오른 셈이긴 합니다. 이를 감안해 투자의견 ‘매수’와 함께 목표주가도 기존 6만5000원에서 7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죠.

메리츠금융지주의 주주환원율 50%를 감안하면 적정 시가총액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결국 연간 순이익이라고 임 연구원은 짚었습니다. 올해 영업이익으로는 2조9000억원(-5.3%), 지배주주 순이익으론 2조1000억원(-2.3%)을 예상했죠.

메리츠증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적립 장기화 개연성과 화재의 예실차 축소로 인한 보험 손익 부진이 예상되지만, 금리 하락 시 채권평가이익이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할 것으로 봤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산정하는 적정 시가총액은 10조6000억원이라고 추정했고요.

임 연구원은 “매년 연간 결산 마무리 시점에서 전년도 자사주 매입분 전량 소각 가정 시 익년도 발행주식수가 향후 주가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당사가 추정하는 발행주식수는 1분기 말 1억8700만주(-8%), 내년 1분기 말 1억6900만주(-9.9%), 2026년 1분기 말 1억5200만주(-10.1%)"라고 했습니다. 이어 “안정적인 펀더멘털과 이익 흐름을 기반으로 예측 가능한 주주환원 정책을 보유해 직관적인 접근이 가능한 비은행 금융주”라며 “보험·증권 업종 최선호주를 유지한다”고 전했고요.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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