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차장 온다니 서울경찰 바짝 긴장한 이유[이승환의 노캡]
추진력·조직장악력·현실 감각 '강점'…현장 이해도는 '물음표'
[편집자주] 신조어 No cap(노캡)은 '진심이야'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캡은 '거짓말'을 뜻하는 은어여서 노캡은 '거짓말이 아니다'로도 해석될 수 있겠지요. 칼럼 이름에 걸맞게 진심을 다해 쓰겠습니다.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출입처인 서울경찰청 관계자들이 종종 하는 질문이 있다. "왜 언론사마다 캡이 서울경찰청을 담당하고, 바이스가 경찰청을 출입하느냐"는 것이다. 캡은 사건팀장을, 바이스는 사건팀 부팀장을 의미하는 언론계 은어다. 경찰청은 서울경찰청을 포함한 전국 시도경찰청 18곳을 총괄하는 최상위 경찰 기관이다.
그런 만큼 부팀장보다 높은 사건팀장이 경찰청을 출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의아해하는 것이다. 경찰 일각에서는 "캡이 바이스에게 굵직한 업무를 맡기고 본인은 쉬엄쉬엄하려는 것 아니냐"는 '웃픈' 오해도 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 가지 살펴볼 대목은 있다. 시도경찰청의 핵심 기능은 수사·형사·경비지만 경찰청의 핵심 업무는 '기획'이라는 점이다. 요컨대 치안 정책을 새로 수립해야 하는지, 일선 인력 배치 및 규모를 조정해야 하는지, 부서 통폐합 등 조직 개편의 필요성은 없는지 검토하고 실행하는 것이 기획 업무의 골자이다.
반면 시도경찰청은 범인을 직접 잡고 피의자를 수사하며 집회 시위 현장에서 경비 업무를 수행한다. 예컨대 축구협회가 경찰청이라면 시도경찰청은 선수와 감독을 보유한 구단이다. 경기에서 졸전을 펼치면 주로 감독이 책임지듯, 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지면 시도경찰청장은 '경질론'에 휘말린다. 경찰청이냐 시도경찰청이냐, 어디가 중요하냐 논하는 것은 참으로 무의미하지만 두 기관 사이에 업무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지난 26일 서울경찰청장으로 발령 난 조지호 경찰청 차장(56)은 손꼽히는 '기획통'이다. 지난해 9월 전국 197개 경찰서 정보과를 없애고 기동순찰대를 부활시키는 내용의 조직재편을 주도한 인물이다. 경북 청송 출신으로 경찰대 6기 졸업생인 그는 경찰청에서 인사담당관과 혁신기획조정담당관, 공공안녕정보국장, 차장을 역임했다. 기획 능력과 관련해선 긍정 평가가 대부분이다. 추진력과 조직 장악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회의 등 공식 자리에서 과감하게 쓴소리하거나 질책해 '힘든 상사'로 유명하지만 업무 능력만큼은 위아래 모두 인정해 '배울 수 있는 리더'라는 평도 받는다"며 "본인 또한 철저하게 업무 능력으로 직원들을 평가해 '인사 시즌 조 차장에게 민원이나 청탁이 통하지 않는다'고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그의 서울경찰청장 이동 가능성은 지난해 여름부터 제기됐다. 그 당시 "조 차장이 서울경찰 직원들을 벼르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는 얘기까지 나왔다. 조 차장이 존재만으로 조직 구성원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는 것은 분명하다.
전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이태원 참사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수사받고 있어 업무 능력과 별개로 장악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지난 2022년 10월29일 이태원 참사 이후 서울경찰 내에서 리더십 공백 우려가 계속 나온 이유다. 업무 능력과 장악력이 강점인 조 차장이 서울경찰 조직을 추스르고 기강을 바로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 정부 출범 후 반년 만에 두 직급 승진했던 조 차장은 윤희근 현 경찰청장을 이을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도 거론된다.
그러나 현장 이해도와 관련해선 '물음표'가 남아있다. 조 차장의 수사와 치안 현장 경력이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수사와 형사, 경비 기능이 중요한 서울경찰청을 '기획통' 조 차장이 잘 이끌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다. 일선 직원들은 원체 시도경찰청장 이상 지휘관의 실무 이해도와 대응력에 아쉬움을 느끼기도 한다.
물론 큰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리더가 수사와 형사 실무 업무까지 세세하게 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일선의 목소리를 경청해 현장에 반영하는 것이 더 필요한 자질이다. 그렇다고 해도 현장과 괴리가 있는 지휘나 쓴소리는 직원들의 사기를 꺾고 업무 효율성을 크게 저해한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조 차장의 고강도 지휘와 카리스마가 현장 이해를 전제로 한 '적절한 순간'에 발휘되길 바란다. 29일 서울경찰청장으로 부임하는 조 차장은 일선의 목소리에 촉각을 세워 귀 기울여야 한다. 이태원 참사 여파가 가시지 않은 서울경찰청의 현재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은 조 차장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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