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女는 벤츠, 한국男은 BMW에 ‘환장’할까”…車 ‘속궁합’ 따져보니 [세상만車]
40대부터 벤츠가 주도권 차지
인간의 짝짓기 전략과도 비슷
심수봉의 노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처럼 래퍼의 라임으로 써도 될 정도로 BMW와 벤츠가 국내 수입차 시장을 주도한 비결입니다.
국토교통부 데이터를 사용하는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를 통해 지난해 수입차 성별·연령대별 판매 ‘톱5’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여성들은 벤츠 E클래스(5909대)에 푹 빠졌습니다. 남성 구매 1위였던 BMW 5시리즈(3670대)는 2239대 차이로 2위를 기록했습니다. 테슬라 모델Y(2271대), MINI 해치백(1790대), 벤츠 GLC(1766대)가 그 다음이었습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남성은 젊을 때는 BMW를 선호하다 나이들수록 벤츠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20대 남성은 BMW 3시리즈(482대), BMW 5시리즈(414대), 테슬라 모델Y(220대), BMW X4(170대), 벤츠 E클래스(149대) 순으로 많이 샀습니다. BMW 차종이 톱5에 3개 차종이나 포함됐습니다.
40대 남성부터 ‘변심’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BMW 5시리즈(3811대)가 2위, BMW 6시리즈(1538대)가 4위로 톱5에 2개 차종만 포함됐습니다.
3위인 벤츠 E클래스(3034대)는 777대 차이로 BMW 5시리즈를 뒤쫓기 시작했습니다.
50대 남성은 벤츠 E클래스를 더 많이 샀습니다. 벤츠 E클래스(2657대)는 1위 자리까지 차지했습니다.
BMW 5시리즈(2451대)는 2위로 밀려났습니다. BMW 차종 중 톱5에 유일하게 포함됐습니다.
60대 남성의 경우 벤츠 선호도가 더 강해졌습니다. 벤츠 E클래스(1352대)가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벤츠 S클래스(465대)도 4위로 톱5에 합류했습니다. BMW 5시리즈(752대)는 3위를 기록했을 뿐입니다.
20대 여성의 경우 1위 자리는 MINI 해치백(203대)이 가져갔습니다. MINI 컨트리맨(91대)도 5위를 기록했습니다.
BMW 3시리즈(157대)는 2위를 달성했습니다. 20대 남성과 마찬가지로 BMW 3시리즈 인기가 높았습니다.
벤츠도 2개 차종이 톱5에 들어가면서 체면은 지켰습니다. 벤츠 C클래스(96대)가 3위, 벤츠 E클래스(95대)가 4위였습니다.
30대 여성부터는 벤츠 E클래스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30대 여성의 경우 벤츠 E클래스(968대)가 1위, BMW 5시리즈(951대)가 2위, BMW 3시리즈(538대)가 5위로 나왔습니다.
BMW는 순위에서는 밀려났지만 2개 차종이 들어가면서 ‘젊을 때는 BMW 성향’을 입증했습니다.
40대 여성의 경우 벤츠 E클래스(2083대)가 1위, 벤츠 GLC(632대)가 4위를 달성했습니다. BMW 5시리즈(1437대)는 2위로 나왔습니다.
50대 여성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습니다. 벤츠 E클래스(1769대)가 1위, BMW 5시리즈(858대)가 2위, 벤츠 GLC(423대)가 5위를 기록했습니다.
60대 여성의 벤츠 사랑은 더욱 진해졌습니다.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은 물론 톱5에 3개 차종이나 포함돼서죠.
벤츠 E클래스(817대)가 1위, 벤츠 C클래스(200대)가 4위, 벤츠 GLC(177대)가 5위였습니다.
BMW 5시리즈(282대)는 렉서스 ES(400대)에 밀려 3위 자리로 내려앉았습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BMW와 벤츠 모두 기본기와 품질이 탄탄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로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면서도 “디자인과 성능 측면에서 BMW는 역동적이고 젊은 감각, 벤츠는 품격과 우아함에 좀 더 공을 들여 각각 남성과 여성에게 인기를 끈 것같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아울러 “40대 남성이 BMW보다 벤츠를 선호한 데는 차량 선택 영향력이 커진 ‘아내의 유혹’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BMW가 남성, 벤츠가 여성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디자인과 성능에서 구매자 성별·성향과 닮은 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강렬하면서 역동적인 BMW 차종은 남성적 매력, 우아하고 품격을 강조하는 벤츠 차종은 여성적 매력을 지녔죠.
문화인류학에 따르면 반려동물은 물론 자동차도 주인과 닮는다고 합니다. 함께 살 반려견을 선택할 때 닮은 점이 있으면 좀 더 눈길이 간다고 합니다.
인간이 ‘짝짓기 상대’를 고를 때와 마찬가지로 공생할 존재를 선택할 때는 ‘다른 것끼리’ 이끌리기 보다는 ‘같은 것끼리’ 끌리는 사례가 우연으로 일어날 수치를 넘어선다고 합니다.
무생물에 힘을 부여하는 ‘물활화’(animism)와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람에 비유해 표현하는 ‘의인화’ 경향을 지닌 인간은 반려견은 물론 자동차와도 닮는다고 하죠.
자신의 나이·모습·성향과 닮은 점이 있거나 추구하는 이미지에 어울리는 차를 고른다는 뜻입니다.
미국에서 보디빌더는 머슬카(muscle car)인 포드 머스탱, 젊은 여성은 귀여운 미니(MINI) 쿠퍼나 폭스바겐 비틀을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나이든 남성이 캐딜락 세단을 구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유럽에서도 ‘차는 차주와 닮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오스트리아 인류학자이자 빈대학의 교수인 소냐 빈트하거는 차종의 전면부와 차주의 얼굴에서 유사점을 찾아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또 사람들은 헤드램프를 눈, 사이드미러를 귀로 여기는 등 차량을 의인화하는 경향을 지녔다고 밝혔습니다.
에티오피아 시골사람 89명과 오스트리아인 40명에게 46종류에 달하는 차를 보여주면서 성별, 친근감, 성격, 감정상태 등 19가지 특성으로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 결과 오스트리아인들과 에티오피아인들 모두 같은 방식으로 차를 인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창이 작고, 헤드램프는 얇고 길쭉한 차를 보고 지배적 위치에 있는 성인 남성을 떠올렸습니다. 넓은 얼굴, 작은 눈, 작은 이마를 가진 남성의 얼굴을 상상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헤드램프 간격이 좁고 창이 큰 차는 ‘여성적’이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릴이 크고 공기흡입구가 넓은 차에서는 나이든 남성을 떠올렸습니다.
빈트하거 교수는 “사물에서 사람의 얼굴을 찾으려는 경향은 먼 옛날 자연 상태에서 인류가 살아남기 위한 생존방식이 그대로 전해진 것”이라며 “사물에서 사람 얼굴을 보는 것은 모든 인류의 보편적 경향”이라고 분석했죠.
인류의 유전자로 계승된 ‘짝짓기 전략’이 자동차를 고를 때도 영향을 준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 선호하는 남성상과 여성상이 바뀌면 자동차 브랜드들도 주요 타깃 소비자의 성별·성향 변화에 맞춘 디자인과 성능을 적용하겠죠.
물론 이것만으로 BMW가 오빠차, 벤츠가 엄빠(엄마아빠)차로 된 이유를 모두 설명할 수 없습니다.
사람과 차종의 성향은 물론 브랜드의 판매전략, 성능, 가격, 편의성, 안전성, 애프터서비스 등 수많은 요소가 구매에 영향을 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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