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보여준 10개국 배구인&상금은 팬들과…'V-리그 ★ 유니버스'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인천=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게 모였다. '축제의 장'에서는 국적, 성별 없이 모두가 하나였다.
V리그를 대표하는 별들이 27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 모였다. 도드람 2023~2024 V리그 올스타전. 감춰둔 '흥'과 '끼'를 마음껏 발산하는 장이었다.
K스타(대한항공 한국전력 OK금융그룹 한국도로공사 현대건설 GS��텍스)와 V스타(현대캐피탈 우리카드 KB손해보험 삼성화재 흥국생명 정관장 IBK기업은행 페퍼저축은행)로 치러진 올스타전. 승자는 K스타였다.
1세트 남자부, 2세트 여자부, 총 2세트(세트 당 21점)로 진행된 경기. 승패는 두 세트 총점으로 정해졌다. 이번 올스타전에서는 동점으로 끝날 경우 '가위바위보'로 결정된다는 이색 규칙이 신설됐다. 승부보다는 즐기기 위한 무대라는 의미를 담았다.
1세트 21-15로 승리한 K스타는 2세트 16-21로 패배했다. 합산 점수에서 딱 한점 앞서면서 '가위바위보'를 피해 우승을 차지했다.
선수들에게 득점은 승리가 아닌 세리머니를 할 수 있는 수단에 불과했다.
시작부터 후끈했다. 신영석(한국전력)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3-2에서 득점을 하자 줄넘기를 들고 왔다. 줄넘기를 하면서 최근 유행하는 '슬릭백'을 선보였다. 모두의 감탄을 이끌 정도로 흐트러짐 없이 무대를 누볐다. 신영석은 경기 후 "한 시간 연습했다"며 숨겨진 재능 발견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여자부에서는 '디펜딩 챔피언'과 '도전자' 간 피 튀는 세리머니 전쟁이 펼쳐졌다. 지난 두 번의 올스타전에서 세리머니상을 받은 이다현(현대건설)은 이번에도 뛰어난 춤실력을 선보였다.
도전자는 '배구황제' 김연경(흥국생명). 최다 투표로 올스타에 선정된 김연경은 "세리머니상을 받고 싶다"며 공개적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이다현은 상대 팀에서 '숏츠(짧은 영상)'에서 유행하는 춤을 추자 곧바로 이를 따라했다. 미리 준비한 듯 전문가 못지 않은 춤사위를 선보였다.
이에 맞서 김연경은 세리머니로 승부수를 띄웠다. 팀 득점이 나오자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에게 다가가 머리와 볼을 쓰다듬으며 '내 귀의 캔디' 곡에 맞춰 춤을 췄다. 김연경은 "감독님께 (세리머니할) 노래가 있다고 말씀을 드렸다. 처음에는 거절했는데 노래가 나오니까 리듬을 타면서 맞이해주셨다. 덕분에 자신있게 가서 머리와 볼을 만졌다"고 털어놓았다.
평소 엄격한 판정으로 권위를 지켜온 심판들도 이날 만큼은 숨겨진 흥과 끼를 발산하며 축제에 동참했다. 여자부 경기에서 선심으로 나선 용동국 이준영 심판은 깃발을 내려놓고 서브를 넣었고, 득점 뒤에는 노래에 맞춰 춤 실력을 뽐냈다.
부끄러움에 '즐기지 못한 이'에게는 경고가 나왔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2세트에 정지윤 유니폼을 입고 K스타 선수로 나섰다. 득점 상황 이후 손을 내저으며 춤을 추지 않자 '경고'를 받았다. 결국 등 떠밀린 강 감독은 이다현 김다인과 함께 춤을 춰야 했다.
남녀부의 경계도 허물어졌다. 남자부가 나선 1세트에서는 김연경과 메가 등이 출전해 기량을 뽐냈고, 2세트 여자부 경기에서는 레오가 등장해 강서브를 넣기도 했다.
이번 올스타전은 '올스타 유니버스'라는 컨셉으로 진행됐다.
이번 시즌부터 아시아쿼터제가 실시하면서 V리그에는 더욱 다양한 국적의 선수가 뛰게 됐다. 올스타전에는 총 8개국(한국, 일본, 몽골, 슬로베니아, 쿠바, 인도네이사, 미국, 태국) 선수가 나왔다. 여기에 남자부 K스타 사령탑은 핀란드 출신의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이 맡았다. 여자부 V스타 감독인 아본단자 감독은 이탈리아 출신이다. 감독과 선수까지 하면 총 10개국 배구인이 한 자리에 모인 셈이다.
외국인 선수도 축제의 현장에 빠지지 않았다. 몽골 출신 바야르사이한은 임성진(한국전력) 임동혁(대한항공)과 함께 가수 김종국의 '사랑스러워'에 맞춰 춤을 췄다.
OK금융그룹 레오(쿠바)과 GS칼텍스 실바(쿠바)는 함께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1세트를 마치고 열린 서브콘테스트에서는 마테이(우리카드)와 실바(GS칼텍스)가 받았다. 마테이와 실바 모두 역대 올스타전 서브 최고 기록에 시속 3㎞가 부족했던 강서브를 보여줬다. 마테이는 120㎞, 실바는 97㎞의 서브를 꽂아 넣었다.
또 하나의 컨셉인 '팬들과 함께'도 성공적이었다.
이날 삼산월드체육관에는 총 6120명이 찾아왔다. 취소표 발생으로 매진(6415석)은 안 됐지만, 열기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올스타전 하루 전에는 사전 행사로 팬과 선수가 함께 하는 '팝아트 드로잉 행사'가 열렸다. 사전 행사로 모인 팬과 선수가 2인 1조로 짝을 지어 선수 초상화를 채색하는 시간. 약 한 시간 가량을 선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그림을 그렸다. 완성된 작품에는 선수가 사인을 한 뒤 팬들에게 증정해 특별한 추억을 선사했다.
올스타전 당일 사전 행사로는 '명랑운동회 케와브'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인간 컬링, 단체 줄넘기, 판 뒤집기 등을 하며 선수와 팬이 함께 같은 목표를 향해 뛰며 땀을 흘렸다. 승리의 순간. 선수와 팬은 하나가 돼 손을 맞대고 기쁨을 누렸다.
'베스트 리베로 콘테스트'에서는 선수가 리시브 한 공을 팬이 바구니에 받도록 했다. 임명옥(도로공사)은 "우승을 하면 상금을 팬들과 나누겠다"는 공약을 걸며 팬을 또 한 명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임명옥은 '최종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이가 료헤이(한국전력)에게 패했다. 그러나 료헤이도 "팬들과 상금을 나누겠다"고 약속하는 훈훈한 결말을 남겼다.
남자부 최다 득표자 신영석은 MVP와 세리머니상을 독식했다. 신영석은 서브 1득점 포함 4득점을 기록했다. 여자부 MVP는 4득점을 한 표승주(IBK기업은행)가 받았고, 세리머니상은 김연경(흥국생명)에게 돌아갔다
MVP에게는 상금 300만원이, 세리머니상 수상자에게는 100만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수상한 이들은 "팬들 덕분에 올스타전에 나올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특히 총 400만원의 상금을 받게 된 신영석은 "커피차를 부르든 해서 팬들과 나누겠다"는 화끈한 팬서비스 약속으로 올스타전을 마무리했다.
인천=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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