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 영화인가… 미사일도 부수는 ‘슈퍼 전차’ 떴다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4. 1. 28.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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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이후 오랜 기간 외면받아온 전차가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9.11 테러 직후 이라크·아프간 전쟁은 특수전과 안정화 작전이 주류를 이뤘다.

특수전부대와 보병부대가 군사작전에 앞장섰고, 전차는 이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정도의 작전이라면 냉전 시절 제작된 전차로도 충분했다.
현대로템이 제안하는 한국군 차세대 전차. 현대로템 제공
지난 2022년 초에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같은 기조를 단숨에 깨버렸다.

러시아군은 전쟁 초 대규모 기갑부대를 투입, 수도 키이우를 노렸다. 우크라이나군도 반격 과정에서 전차를 중심으로 하는 기갑부대를 동원했다. 서방 세계에서 대규모 전면전 위협과 더불어 전차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된 계기였다.

기존 전차를 개량하거나, 아예 새로운 전차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냉전 시절 전차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을 지닌 ‘슈퍼 전차’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높다.

◆스텔스·다층방어 등 신개념 적용

대규모 전면전 형태로 진행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동안 제기됐던 ‘전차 무용론’을 불식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젠 전차가 전쟁에서 필요하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전차의 필요성 자체는 공감대가 있으나, 어떤 전차가 전장에서 활약하게 될 것인지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기존에는 주포를 이용한 공격력, 두터운 장갑을 활용한 방어력, 우수한 엔진과 동력전달체계를 통한 기동력이 조화를 이룬 전차가 필수라는 인식이 있었다. ‘전차의 가장 큰 적은 전차’라는 믿음이 낳은 결과물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같은 인식을 바꾸고 있다. 전자장비 비중이 높아지고, 전면 공격 대응에 집중됐던 방어력도 전차 전체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시가지에 파괴된 러시아군 전차가 방치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전쟁 초기 러시아군 전차와 장갑차들은 우크라이나군이 쏜 대전차미사일 공격에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미국산 재블린 대전차미사일은 먼 거리에서도 강력한 공격력을 과시, 한때 우크라이나군에서 서방이 지원한 대전차무기들을 상징하는 존재가 되기도 했다. 

재블린은 발사 후 망각 방식을 사용해 사수가 미사일을 쏘면, 적외선을 추적해 자동으로 날아간다. 표적에 접근하면 전차에서 장갑이 가장 얇은 포탑 상부를 타격해 무력화한다. 

우크라이나군은 재블린 외에도 RPG-7, AT-4 대전차로켓 등을 적극 활용했다. 이는 전쟁 초기 러시아군의 키이우 진격을 좌절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드론의 활용도가 높아진 것도 전차를 위협하는 요소다.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은 폭탄을 장착한 소형 민수용 드론을 띄워 러시아군 전차나 장갑차를 포착한 뒤 폭탄을 투하해서 이를 파괴했다. 

정찰활동을 통해 확인한 지상 표적의 위치를 다른 부대에 알려 파괴하도록 하거나 자폭드론을 투입해 공격하기도 했다.

예전에 활동했던 전차는 직면하지 못했던 위협이다. 성능개량이든 신규개발이든 2030년 이후 전장에 등장할 전차는 대전차미사일과 드론 위협을 저지하는 것이 시급해진 셈이다.

다층방어 개념은 이같은 위협을 막을 대안으로 거론된다. 구축함이 함대공미사일과 전자전장비, 기관포 등으로 대함미사일과 항공기, 드론 위협을 막는 것처럼 전차도 다수의 방어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능동방호체계다. 대전차미사일과 드론 위협을 전차 장갑만으로는 저지할 수 없다. 첨단 소재로 복합장갑을 구성해도 중량이 지나치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로켓탄을 교란하는 소프트킬과 미사일을 직접 타격하는 하드킬 방식을 결합한 능동방호체계는 일부 전차에서 적용되고 있다.
미군 M1 에이브럼스 전차에 트로피 능동파괴장치(APS)가 탑재되어 있다. 라파엘 제공
특히 이스라엘 라파엘사에서 만든 트로피 체계가 하드킬 방식으로 로켓탄을 저지하는데 성공하면서 전차와 장갑차에 능동방호체계 탑재가 필수처럼 여겨진다. 

자폭 드론 접근을 저지하는 안티 드론(anti-drone) 기술도 필요하다. 드론이 접근하면 전파방해를 실시해 드론을 떨어뜨리거나 원격사격통제체계(RCWS) 또는 레이저 등으로 파괴하는 것이다. 

현재 우크라이나군도 일부 전차와 장갑차에 안티 드론 장비를 탑재, 러시아군 드론 접근을 막고 있다.

미사일 적외선 탐색기나 드론 카메라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기술 적용도 거론된다. 전차에서 방출되는 적외선의 양을 줄일 수 있다면, 대전차미사일을 회피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나 레이더가 전차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전차는 위협에서 벗어난다. 카메라나 레이더를 속일 수 있도록 전차 표면에 특수 도료를 칠하거나 위장망을 사용하는 기술이 제안되고 있다.

새로운 기술과 장비를 신형 전차에 적용하면 중량이 늘어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중량 증가는 교량 사용에 제약을 초래하며, 진흙탕을 비롯한 험지 기동 능력 저하로 이어진다.

전차의 경량화는 이같은 위험을 방지할 대안으로 꼽힌다.

방호력을 그대로 유지하되 장갑 무게는 가볍게 하는 경량복합장갑과 소재를 사용하고, 현수장치를 비롯한 내부 구성품 경량화도 추진해야 중량 증가를 억제할 수 있다. 
영국의 첼린저 3 전차 시제품. 세계일보 자료사진
◆전차 개발·성능개량 이어진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차의 중요성이 재인식되면서 세계 각국에선 전차를 새로 개발하거나 기존 전차를 개량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영국은 최근 챌린저 3 전차의 시제품을 공개했다. 2027년에 초기작전능력(IOC)을 갖출 예정인 챌린저 3는 노후화된 챌린저 2 전차를 개량한 것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주포다. 영국산 120㎜ 강선포 대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규격 탄약을 쓸 수 있는 120㎜ 활강포로 바꿨다.

이스라엘 라파엘사가 만든 트로피 능동파괴장치(APS)를 탑재, 대전차미사일 공격을 저지한다.

포탑을 디지털화하고 모듈형 장갑구조를 채택해 방어력을 높였다. 엔진 출력도 높아졌고, 현수장치 성능도 개선된다.
독일의 레오파르트2A8 전차가 기동하고 있다. 라인메탈 제공
유럽 대륙에선 레오파르트2A8 전차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독일 크라우스 마파이 바그만(KMW)사가 개발해 1980년대부터 유럽 각국에서 널리 쓰이는 레오파르트2 전차의 최신 개량형이다.

레오파르트2A8은 3인용 포탑에 120㎜ 주포를 장착한다. 기존 주포보다 정확성과 사거리, 관통력이 향상됐다.

강철과 텅스텐, 세라믹 등을 포함한 장갑 구조를 갖췄고, 특히 포탑 상부와 전차 하부의 방호력을 강화해 신형 대전차미사일과 드론, 지뢰, 급조폭발물 등의 공격으로부터 전차를 지킬 수 있도록 했다.

이스라엘 라파엘사의 트로피 능동파괴장치를 변형한 유로트로피(EuroTrophy)를 적용, 대전차미사일 접근을 저지한다. 엔진 출력은 1500마력에서 1600마력으로 높아졌고, 도로에서 시속 70㎞로 달릴 수 있다.

독일 외에도 이탈리아, 노르웨이 등이 도입을 결정했으며 체코도 구매를 확정할 가능성이 크다.   
독일 KF-51 전차의 상상도. 130㎜ 주포를 탑재한다. 라인메탈 제공
독일 라인메탈사에서 2022년 KF-51 전차를 선보였다. 레오파르트2 전차 차체에 신형 130㎜ 주포 포탑을 얹은 형태다. 서방 국가 전차 주포 구경이 120㎜인 점을 감안하면 화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동 장전 장치를 사용해 탄약수가 탑승하지 않는다. 대신 정찰작전 등을 수행할 드론을 조종하는 인력이 탑승할 수 있다. 

드론 외에 대전차미사일 탑재도 가능하며, 디지털화한 시스템을 통해 인공지능(AI) 기반 의사결정 지원도 이뤄진다. 현재 헝가리와 공동개발이 결정됐다. 다만 120㎜ 주포를 탑재한다.

이와 함께 독일과 프랑스는 2040년 이후를 목표로 차세대 주력전차(MGCS) 공동 개발을 추진 중이다.

한국도 K-2 전차의 뒤를 이을 차세대 전차를 현대로템에서 제시하고 있다.

130㎜ 주포와 다목적 드론 등을 장착한 차세대 전차는 AI 기반 차량 운용체계와 향상된 정보통신 기술을 통해 유·무인 복합 운용체계를 갖추게 된다. 최첨단 다층 방어시스템을 장착해 대전차미사일 등의 위협에 대처할 예정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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