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현주 "내 연기는 더 성장할 수 있다"
"현실적 캐릭터…첫 냉담·폐쇄·푸석 캐릭터"
"욕설 대사 처음해 봐…카타르시스 있더라"
"기존 정형화된 내 연기 깼다는 느낌 만족"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아주 좋았어요. 그건 저한테 새로운 표현 방법이었거든요."
배우 김현주(47)는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에서 전에 없던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에 출연했던 작품을 떠올려 봐도 그렇고 최근에 나온 '언더커버' '지옥' '트롤리' 같은 드라마, '정이' 같은 영화를 봐도 김현주는 감정이 밖으로 다 나오지 못하게 자제하거나 억눌렀다. 그런데 '선산'에서 그는 유독 히스테릭하다. 전에 본 적 없는 모습이다. 짜증도 내고 윽박 지르기도 하며 욕설도 한다. 김현주는 "전부터 이런 연기가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카타르시스가 있었어요. 대본에 욕이 있어서 '아, 이런 캐릭터구나'라고 생각한 뒤에 대본에 없는 욕도 하고 그랬죠. 그렇다고 제가 욕하는 걸 좋아하진 않아요.(웃음)" 물론 욕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선산'에서 맡은 '윤서하'가 맘에 들었던 건 아니다. 욕을 내뱉는 게 윤서하라는 사람과 들어 맞는다고 판단했다. "표현에 서툰 사람이잖아요. 어떨 경우엔 감정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말로 풀어내야 할 감정을 그냥 욕으로 내질러 버리는 겁니다. 저도 이제 꽤 경력이 되는데 이런 캐릭터를 한 건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맘에 들었죠."
'선산'은 존재조차 몰랐던 작은아버지에게 선산을 상속 받게 된 윤서하의 이야기를 그린다. 자신에게도 상속 권리가 있다며 갑자기 나타난 이복 동생, 윤서하 주변에서 발생하는 알 수 없는 살인 사건이 뒤엉키면서 선산에 얽힌 비밀이 하나 둘 드러난다. 윤서하는 어린 시절 갑자기 떠난 아버지와 자신을 전혀 지켜주지 못한 어머니 사이에서 자랐고, 건조하고 다소 피폐한 삶을 사는 여자다.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존재로 여겼던 남편조차 불륜 행각을 벌이는 중이다.
"마른 가지 같은 사람인 게 맘에 들더라고요. 앙상하고 푸석한 사람이죠. 냉담하기도 하고, 세상과 단절된 느낌, 폐쇄적인 느낌이 강하죠. 제가 해보지 않은 캐릭터라 재밌었습니다. 예전부터 TV 드라마에서도 아주 현실적인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었는데, 그런 캐릭터가 없기도 하고 저한테 오지도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제 연기가 정형화 됐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 작품에선 기존의 제 연기를 조금은 깼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만족했고, 참 재밌었어요. 제 연기가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최근 김현주는 연상호 감독과 자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지옥'(2021)과 '정이'(2023)는 연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모두 맡았고, '선산'은 기획하고 각본을 썼다. 두 사람은 '지옥' 두 번째 시즌에서도 함께한다. 김현주는 "연 감독과 같은 세대이기 때문에 대화가 잘 통하고 그러다 보니 작품을 같이 할 때 마음도 잘 통하는 듯한 느낌"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연 감독의 세계관을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니다"고 말하며 웃었다. 앞서 연 감독 역시 인터뷰에서 "김현주 배우가 뮤즈라고 할 순 없다"고 장난스럽게 선을 그었다.
"저에게 있는 새로운 것을 발견해주고 제가 해보지 않은 캐릭터를 맡겨 주는 건 진심으로 감사해요. 그런데 연 감독이 왜 저를 좋게 봐주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전 어쨌든 연 감독 작품이 재밌어요. 그래서 계속해서 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작품을 자주 같이 하니까 저희가 아주 친하고 사적으로도 자주 만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물론 친하긴 하지만요. 저희는 만나면 작품 얘긴 그렇게 많이 안 하고 농담을 많이 해요.(웃음)" 그럼 연 감독과는 비즈니스 파트너라고 봐도 되는 거냐고 말했더니 김현주는 "에이, 그렇게까진 아니다"며 웃었다.
김현주는 1997년 배우 데뷔 이후 쉬지 않고 연기를 해 공백기가 없었지만, 유독 최근 다작을 하고 있다. 2021년부터는 매년 두 작품 씩 했다고 할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남성 배우와 달리 나이가 들수록 할 수 있는 배역이 줄어드는 여성 배우로는 드문 사례다.
"글쎄요, 전 나이를 먹고 일에 더 욕심이 생긴 케이스인 것 같습니다. 놓치면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르다는 생각에 안 해 본 건 다 하려고 해요. 그런데 그건 제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아요. 배우는 선택 받아야 하는 존재이니까요. 제 경력은 시대가 바라는대로 흐름에 따라 주어지는 거라고 봐요. 그래도 요즘엔 조금 쉬고 싶어요.(웃음)"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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