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 정쟁에 민생법 표류…금주 본회의가 사실상 데드라인
여야 '2+2 협의체' 빈손…'중재법 유예' 재협상 여부도 먹구름
실거주 의무 완화 '주택법'은 내달 1일 본회의 처리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류미나 기자 =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강성 지지층을 염두에 둔 정쟁에만 매몰되면서 정작 국회 본연의 임무인 주요 민생법안 입법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철도' 건설 특별법과 같은 여야 텃밭의 표심과 직결된 법안 처리에는 의기투합하면서도 쟁점 민생법안을 두고는 셈법을 달리하며 끝장 대치만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1월 임시국회가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각종 민생법안은 본회의 문턱에도 오르지 못한 채 잠자고 있다.
다음 달부터 여야 각 당이 공천 심사 일정에 본격 돌입하고, 설 명절 연휴도 끼어있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 달 1일 본회의가 총선 전에 각종 민생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사실상 데드라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여야가 지난해 12월 띄운 쟁점법안 논의 기구인 '2+2 협의체'는 성과 없이 빈손으로 끝났고 현재 사실상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다음 달 1일 예정된 가운데 여야가 각자 우선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민생법안 자체도 차이를 보인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내 방산업체의 수출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출입은행법 개정, 산업은행 부산이전을 위한 산업은행법 개정 등을 중점 추진 법안으로 꼽고 있지만 소수당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은 정책지원금 자본금 한도를 현행 15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리는 내용인데,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반년 넘게 표류 상태다.
그 사이 폴란드와 맺은 30조원 규모 무기 수출 계약이 무산 또는 축소될 위기에 놓였다는 게 정부·여당의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민주당 양기대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당내 일각에서 대형 방산업체에 특혜를 몰아줄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제동이 걸렸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시설 설치를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특별법'도 민생법안으로 내세운다.
원내 관계자는 2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영광 한빛원전, 울진 한울원전, 기장 고리원전 지역 주민들은 하루하루가 불안한 상황"이라며 "이야말로 여야를 구분할 수 없는 민생 법안"이라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 처리가 시급한 민생법안으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과 새 양곡관리법 개정안, 지역의사제법 제정안 등을 앞세운다.
전세사기특별법과 지역의사제법은 각 상임위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의결된 상태지만 여당이 위원장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이후 민주당이 새로 발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역시 지난 15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 농해수위 안건조정위를 통과했으나 전체회의 의결은 미뤄지는 상태다.
여당은 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이들 3개 법안 모두를 합의 없이 입법 강행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어 당장 1월 임시국회 처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던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 유예법'은 여전히 여야 간 견해차가 커 재협상을 하더라도 합의 도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
여당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기업 규모나 유예 기간을 조정하는 선에서만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우선 조건으로 내건 산업안전보건청 신설 요구에 대해선 "영세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만 양산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청을 신설하든 아니면 현장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정부·여당이 내놓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내달부터는 여야가 본격적인 총선 일정에 돌입하는 만큼 재협상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만 정치권에서 대표적 민생법안으로 지목했던,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실거주 의무 완화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은 여야 간 극적 합의 가능성이 엿보여 주목된다.
앞서 정부·여당은 실거주 의무 폐지를 주장했지만, 민주당이 이에 반대하면서 개정 논의는 공전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이 실거주 의무 시작 시점을 현행 '최초 입주 가능일'에서 '최초 입주 가능일로부터 3년 이내'로 변경하는 안을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개정안 처리가 힘을 받는 분위기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여당과 논의를 거쳐 2월 1일 본회의 때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 관계자는 "실거주 의무 폐지가 최우선이라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상임위 차원에서 세부 논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향적인 결과를 기대할 만하다"고 했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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