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액 2000ℓ가 머리에 한 가득?···과학자들 내린 결론은 [생색(生色)]
[생색-20] “나를 이스마엘이라 불러라”(Call me Ishmael)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첫 문장’ 중 하나입니다. 소설 ‘모비딕’의 서문이지요. 명작 중 명작이라고 꼽히는 이 책은 거대한 향유고래와 이를 잡으려는 포경선 선장 에이허브의 투쟁을 그립니다. 인간의 복잡다단한 욕망과 충동을 온전히 담았기에 미국 문학의 대명사로 통했지요. 최근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소개로 국내에서 다시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향유고래는 그 거대한 크기 탓에 이야기꾼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개였습니다. 푸른 바다에서 분수처럼 뿜어내는 분기의 아우라에 압도된 것이었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포경의 중요성은 그 의미를 더해갑니다. 19세기 초중반 미국은 포경의 나라였습니다. 고래잡이가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하면서였습니다. ‘고래기름’이 산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원이었기 때문이지요.
1800년대 초 미국의 한 포경선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16m, 45t이 넘는 숫놈 고래 사냥에 성공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향유고래’였습니다. 그들을 다시 한번 놀라게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보관을 위해 분해를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대가리를 분해하자 하얗고 끈적끈적한 액체가 왈칵 쏟아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도 1900ℓ나 되는 엄청난 양이었지요.
머릿속에서 발견된 정액은 그야말로 초대박 상품이었습니다. 일반 고래기름에 비해 점도가 낮고 안전성이 확보된 제품이라서 윤할유로 주목받았습니다. 수많은 포경선이 ‘향유고래’ 사냥에 나서게 된 배경이지요. ‘머릿속 정액’은 당시 뱃사람들의 보물섬과 같았습니다.
멜라닌 색소가 부족해 새하얀 이 녀석은 특별한 외모만큼이나 그 포악함으로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그만큼 뱃사람의 도전욕을 자극했지요. 놈을 잡으면 부와 명성이 따라왔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원피스’였다고나 할까요. 포경선들이 모카딕에 도전한 것만 해도 100여차례. 승리는 항상 모카딕의 몫이었습니다.
‘경뇌유’는 고래의 정액만큼이나 중요한 물질입니다. 향유고래의 거대한 무게를 지탱하는 무게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바닷물을 들이마셔 경뇌유가 냉각되면 그만큼 무거워지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지요. 자연은 참 위대한 신비로 가득합니다.
1820년에는 향유고래의 2번에 걸친 박치기를 받은 범선 에식스가 침몰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전장 24m, 238t급의 거대한 배가 나룻배마냥 으스러진 것이었지요. 단순히 머릿속 정액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딕은 오히려 ‘톰’처럼 평범한 남성 이름의 대명사여서, 그 당시에는 딕을 말할 때 아무도 킥킥대지 않았을 테지요. 딕이 성기를 뜻하게 된 건 20세기 초반이 지나서였습니다. 오히려 모비딕의 출간 이후 그 제목을 성기 속어로 사용했다고 보는 게 논리적인 추론이겠지요(모비 역시 집필 당시에는 ‘거물’이란 뜻이 없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ㅇ향유고래의 영어이름은 ‘스펌웨일’, 직역하면 정액고래다.
ㅇ그들을 사냥하던 19세기 초 머릿 속에 가득한 하얀 액체를 보고 정액이라 착각한 탓이다.
ㅇ하얀액체는 경뇌유로, 액체에서 고체로 자유롭게 변환이 가능해 향유고래 박치기의 원동력이었다. 이는 소설 ‘모비딕’에 영감을 줬다.
<참고문헌>
ㅇWhitehead Hal, Sperm whales : social evolution in the ocean,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3.
“변태냐”는 악플도 고맙기만 했습니다. ‘읽지 않는 글’은 내용이 아무리 좋다 해도 의미를 찾기 힘들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애써 달아주신 질책의 메시지도 자양분으로 삼았습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아직 많습니다. 조금 더 ‘사색’하고자, 더 ‘생색’내고자 하는 힘이 생깁니다. 두 연재물이 ‘둘째’를 잉태될 때까지, 당분간은 매 주말 찾아뵙겠습니다. 때로는 외설스럽게, 때로는 지적으로, ‘사색’과 ‘생색’의 존재 이유는 언제나 독자 여러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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