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웹3.0]① 나자로프 체인링크 창업자 “현대카드 NFT도 우리 기술 사용… 韓 은행과 협업 논의”

김태호 기자 2024. 1. 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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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나자로프 창업자 인터뷰
블록체인 연결 플랫폼 체인링크 설립
스위프트·ANZ·넥슨 등과 기술 협업
“블록체인 경제 유동성 규모 키울 것”
그래픽=정서희
“한국은 신기술을 빠르게 채택하는 나라죠. 세계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활성화되고 우리의 삶에 안착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블록체인업계가 여러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건전한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환경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낼 것이라 봅니다.”

세르게이 나자로프(Sergey Nazarov·36) 체인링크 공동창업자는 한국이 가상자산 산업 발전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를 거론하며 “한국의 가상자산업계가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은 것은 사실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한국은 빠르게 가상자산 관련 산업을 육성해 시장 크기를 키운다”며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도 부지런히 해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그의 깊은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답이다. 조선비즈는 지난 9일 나자로프 창업자와 화상 인터뷰를 가졌다.

체인링크는 나자로프 창업자와 그의 동업자 스티브 엘리스가 지난 2017년 출시한 탈중앙화 컴퓨팅 플랫폼이다. 체인링크의 대표 설루션은 오라클. 스마트 콘트랙트(Smart Contract·프로그래밍된 계약 조건을 만족시키면 자동으로 계약이 실행되는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 프로그램) 실행 과정에서 블록체인 안(온체인)과 바깥(오프체인)에 존재하는 데이터를 연결할 때 체인링크의 오라클이 쓰인다. 다시 말해 오라클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현물 정보를 블록체인 안에 입력하고, 반대로 블록체인 안에 기록된 데이터를 바깥으로 반출하는 기술이다.

체인링크의 오라클 설루션을 표현한 도표. 블록체인 안(온체인)과 바깥(오프체인)에 존재하는 데이터를 연결할 때 체인링크의 오라클 설루션이 쓰인다. /체인링크 제공

아울러 체인링크는 블록체인 간 연결 설루션도 제공한다. 지난해 7월, 처음 공개한 CCIP(Cross Chain Interoperability Protocol)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폴리곤과 같은 블록체인 메인넷은 저마다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한다. 같은 메인넷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디앱(dApp·탈중앙화 프로그램) 이용자들은 거리낌 없이 금융 자산을 비롯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메인넷 이용자라면 각자 동떨어진 섬에 갇힌 상황처럼 교류가 불가능하다. 체인링크의 CCIP는 이 고립된 섬들 사이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이처럼 ‘연결’은 체인링크의 사업 모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키워드다. 실용성은 물론 우수한 기술력과 보안성을 앞세운 덕에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체인링크의 연결 설루션을 찾고 있다. 한 예로 시가총액 2조원 규모의 미국 보험사 레모네이드는 블록체인 기반 보험을 개발하는 데 체인링크의 오라클을 채택했다. 개발도상국 농민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이 보험은 기후 데이터를 온체인으로 옮겨 보험료를 산정하고 보험금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지급하는 과정에 오라클을 활용했다.

CCIP는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 간 통신협정)와 다년간 협업 끝에 탄생했으며 퍼블릭 블록체인(공용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통제된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데 사용된다. 최근엔 오세아니아권 은행 ANZ가 스테이블코인을 시험하며 CCIP를 활용했다는 소식도 알려졌다. 지난 15일 기준 체인링크의 설루션을 통해 거래된 자산은 9조5000억달러(약 1경2706조원)에 육박한다.

나자로프 창업자는 제도권 금융이 블록체인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체인링크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금융권에서 실물형 토큰(RWA)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며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상으로 토큰화할 때 오라클을 사용해 실물 자산 정보값을 블록체인에 등록할 수 있다. 또한 체인링크의 자본금 증명(Proof of Reserve) 설루션 이용자들은 실질 보유 자산과 토큰의 총 가치가 같은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메이드의 가상자산 위믹스를 발행하는 위믹스 재단은 지난해 체인링크 랩스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위메이드 제공

체인링크와 나자로프 창업자는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 및 금융권에 관심을 기울이며 국내 유력 기업들과 협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해 체인링크 개발사 체인링크 랩스는 위메이드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위메이드는 다양한 블록체인 간 연결 및 온·오프체인 중개에 쓰이는 엔진 우나기 엑스를 개발하는 데 체인링크의 CCIP를 활용하는 중이다. 넥슨은 자사 대표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차기작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에 체인링크의 VRF(검증 가능한 랜덤 함수 생성) 프로그램을 적용할 예정이다. 현대카드도 대체불가토큰(NFT) 공연 티켓을 개발하는 시스템 중 하나로 체인링크의 VRF를 채택했다.

체인링크는 최근 국내 은행권 문도 두드리기 시작했다. 나자로프 창업자는 “보안 유지 때문에 자세한 진행 상황은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한국 은행의 수요에 맞춰 CCIP 등 체인링크의 설루션을 공급하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권이 블록체인 기술을 실무에 받아들인다고 가정한다면 한 은행이 여러 블록체인 메인넷을 동시에 사용할 테고 은행마다 사용하는 메인넷도 다를 것”이라며 “은행은 다른 블록체인에 저장된 데이터를 교류하기 위해 연결 프로그램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은행들의 수요를 맞추는 프로그램 중 가장 우수한 기술력을 지닌 게 CCIP다”라고 자부했다.

나자로프 창업자에게 한국 기업과 협업을 모색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한국의 블록체인 대중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향후 법정화폐, 주식, 부동산 등 자산이 블록체인 안으로 이동할 텐데 국가별로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는 속도는 천차만별일 것이다”며 “블록체인 대중화 속도를 좌우하는 요소는 블록체인 이용자 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신기술 적응 속도가 빠르고 이미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많기에 규제 문제 등이 해결되면 전 세계에서 블록체인 기술 이용자들이 가장 많은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9월 한국을 방문한 세르게이 나자로프 체인링크 공동창업자가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BW) 2023에서 강연하는 모습. /KBW 유튜브 갈무리

블록체인업계는 블록체인이 보편적으로 쓰일 미래를 그리고 있다. 나자로프 창업자는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 스타트업이 블록체인 대중화의 마중물 역할을 맡고 뒤이어 게임사와 은행권이 블록체인 보급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디파이, 게임, 은행, 세 산업군이 어우러져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 발전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체인링크는 연결 기술을 제공해 블록체인 대중화에 기여한다”고 했다.

체인링크와 나자로프 창업자도 블록체인 생태계 확장을 꿈꾸며 기술 고도화에 매진하고 있다. 체인링크의 올해 목표는 인터넷 콘트랙트(Internet of Contracts) 실현이다. 스마트 콘트랙트의 인터넷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윈도우, 맥, 리눅스 등 서로 다른 컴퓨터 운영체제(OS) 이용자가 인터넷이라는 통신망 위에서 교류하듯 전 세계 블록체인 메인넷 이용자들이 데이터를 교류할 수 있도록 자사의 CCIP를 발전시킨다는 포부다.

나자로프 창업자는 “퍼블릭 체인과 프라이빗 체인을 전부 연결하는 인터넷 콘트랙트를 구축하는 게 올해 목표다”라며 “인터넷 콘트랙트라는 글로벌 망으로 은행, 보험사, 게임사가 모두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체인링크는 블록체인 간 상호 교류를 가능하게 해 블록체인 경제의 유동성 규모를 획기적으로 키우고자 한다”고 전했다.

☞세르게이 나자로프 체인링크 공동창업자는

▲뉴욕대 철학·경영학 학사 ▲이그지스트로컬 공동창업자 ▲QED 캐피탈 총괄 파트너 ▲크립타메일 공동창업자 ▲시큐어 애셋 거래소 공동창업자 ▲스마트콘트랙트 공동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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