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무덤에서 이젠 ‘PF 사태 진앙지’로...대구의 눈물
초기 계약률 20%대... 대금 회수 못해
“적체된 미분양이 PF 뇌관”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채무불이행 사태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대구에 사업장을 둔 중소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불안감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28일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대구 미분양 주택은 1만328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이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016개로 9.84%를 차지한다. 구별로 보면 동구가 456개, 수성구가 316개 등이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방 중견건설사들에겐 PF 부실을 초래하는 ‘뇌관’이다. 주택 공급이 많은 대구에서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면서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행사들은 PF 대출을 일으켜 시공사에 공사대금 등을 지급한 뒤, 분양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이를 갚아가며 분양 사업을 진행한다. 그러나 초기 계약률이 20%대로 부진하면 인건비와 이자 등을 감당하지 못해 도산 가능성이 커진다. 대출해준 금융사와 공사금을 받아야 하는 시공사도 위험에 노출된다.
특히 후분양 단지의 경우, 미분양에 따른 ‘낙인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한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적어도 분양률이 70%는 넘어야 건설대금 회수가 가능하다”면서 “후분양 아파트 특성상, 입주를 시작한 후에도 미분양이 계속 이어지면 ‘완판’이 더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실제 대구 수성구의 후분양 아파트 ‘빌리브 헤리티지’ 미분양 물량(121가구)은 최근 공매로 넘어갔다. 지난 19일 신탁사인 교보자산신탁은 “개별 매각 방식으로 신탁 공매를 진행한다”고 공고했다. 시행사가 1400억원대 PF대출 만기를 연장하지 못하면서다. 이곳은 지난해 8월 준공을 마쳤지만 분양률은 17.12%(25가구)에 불과했다. 신세계 건설이 공급한 빌리브 루센트(21.6%), 빌리브 라디체(22.9%) 등도 분양률이 30%에 못 미친다.
이번에 공매가 결정된 빌리브 헤리티지는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에 있다. 수성구는 교육 환경이 좋고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주거 선호 지역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미분양 물량이 흔하다. 주택 시장이 활황일 때 공급량이 수요량을 상회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주택 공급을 제한하지 않고 민간 자율에 맡기는 편이다. 서울에 비해 인허가도 까다롭지 않고 용적률도 높게 허용해 땅이 넓지 않은데도 공급 물량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분양 대행업에 종사하고 있는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좋을 때 수성구는 ‘무조건 되는 동네’로 통했다”며 “지금 PF 대출이 물린 건설사들은 대구 분양시장이 꺾이는 막판에 진입했다고 봐야 한다. 남들이 빠져나올 때 들어간 곳들”이라고 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대구 지역 경기가 부진하다는 점에서 시차를 두고 부동산 PF에 더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공매는 미분양 아파트에서 종종 발생하는 일이지만, 미분양 무덤인 대구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한국기업평가는 작년 9월 보고서를 통해 PF 부실 관련 추가 모니터링이 필요한 중견 건설사로 신세계 건설, 동부건설, 한신공영을 지목했는데, 그 이유로 “부동산 침체가 극심한 대구에 다수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신공영은 대구에 토지 매입을 진행하고 있어 이와 관련한 재무부담 추이를 지켜본다는 계획이다. 동부건설에게도 대구는 ‘뼈 아픈’ 사업장이다. 지난 2022년 수성구에 수성센트레빌어반포레를 분양했지만 저조한 실적을 기록해 자체적으로 ‘분양 중단’을 결정했다. 현재 공사현장도 멈춰 있는 상태다.
신연화·이소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구는 상승장일 때 오름폭은 낮고 하락장일 때는 내림폭이 크다”며 “높은 주택가격 대비 낮은 소득 수준과 미흡한 재무융통성을 보유하고 있고 부동산 경기침체와 금리 상승기에 다른 지역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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