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임원을 그만두고 인스타 인플루언서가 된 남자의 비극적 최후 [PADO]
[편집자주] 소셜미디어(SNS)는 우리의 일상은 물론이고 정치와 사회 전반의 풍경까지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 영향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인간의 자아상에 미친 영향은 우리 스스로가 매일 느끼고 있습니다. 보다 그럴싸한 음식 사진을 찍기 위해 이런저런 앵글로 사진을 찍어보는 행위부터 새로 산 명품 핸드백의 로고가 너무 적나라하지는 않게, 하지만 충분히 알아채기 쉽게 조심스레 포즈를 취해보는 행위까지--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 모두는 우리의 이상적인 자아를 연기하는 연기자가 됩니다. 과거에는 소수의 예술가들에게만 허락됐던 특권이었죠. '인플루언서 경제'는 이를 통해 얻은 '관심'을 경제적인 이득으로 교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데 그만큼 어두운 반대급부도 생겨났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매거진의 2023년 12월 기사는 인플루언서 경제의 가장 비극적인 사례로 손꼽힐 데이브 홀리스의 이야기를 파헤칩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비극이 매일 벌어지고 있음을 잊으면 안 됩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데이브 홀리스는 텍사스 자택에서 인스타그램을 열고 '라이브' 버튼을 누르며 하루를 시작했다. 디즈니의 고위 임원이었다가 자기 계발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 퇴사한 데이브는 자신이 '평화의 테라스'라고 이름 붙인 수영장 옆 공간에서 스트리밍으로 가상의 커피 타임을 갖고 있었다. 시청자들에게는 웰니스 회의론자에서 '보다 깊은 삶을 살자'고 설파하는 전도사로 진화한 한 남자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였다. 하지만 2021년 10월의 어느 날 아침, 팬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데이브는 베스트셀러 '여자여, 얼굴을 씻어라'의 저자인 아내 레이첼 홀리스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었다. 레이첼은 여성들에게 자신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라고 설파하면서 불과 3년 만에 수백만 달러 규모의 사업을 구축했다. 데이브도 결국 그 정신을 받아들였다. 그는 자신의 음주 문제와 불안감 문제를 공유하며 50만에 가까운 팔로워를 확보했다. 그는 레이첼과 함께 자신들의 일상--부부로서 겪은 문제, 네 자녀와의 친밀한 순간 등--을 팟캐스트, 회고록, 코칭 세션, 상품 등으로 제작해 팔았다.
성공은 빨랐지만 곧 그 대가를 치르게 됐다. 2021년 가을의 그날 아침, 상황은 별로 좋지 않았다. 부부는 얼마 전 이혼을 발표했다. 레이첼의 인기는 급락했고 데이브는 이제 팬들에게 자신의 두 번째 자기 계발서를 사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제 피로 쓴 책이에요!" 그는 '용기를 통해 지어진'이라는 책을 들어 보이며 외쳤다. 제목은 그의 오른팔 팔뚝에 문신으로 새긴 글귀에서 따온 것으로, 항해를 테마로 한 이야기와 조언을 모은 책이다.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는 안전하지만, 배는 그런 용도로 만든 게 아니다."
책의 예약 판매는 저조했고, 데이브는 팔로워들이 책을 사지 않는 것에 화가 난 상태였다.
그때 데이브의 팔로워들이 잘 아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시 네 살이었던 딸 노아였다. 스트리밍 화면 속으로 들어온 노아는 아빠에게 미키 마우스 팬케이크를 만들어 줄 수 있느냐고 다정하게 물었다. 데이브는 "인터넷 친구들"과 이야기 중이라며 딸을 무시했다. 나중에 노아가 다시 화면에 나타났다.
"네 인생을 좀 살아라." 그는 딸에게 말했다. 불필요하게 거친 농담이었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쌓아온 다정한 아빠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스트리밍은 두 시간 동안 계속됐고 댓글들은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 팔로워들은 그에게 방송을 종료하고 자녀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하러 갈 것을 촉구했다. 오프라인으로.
스트리밍에 댓글을 단 사람들은 곧 홀리스 가족의 레딧 게시판에 몰려들어 데이브를 힐난했다. 그들은 이 사건을 '팬케이크 게이트'라고 불렀다.
결국 데이브는 사과문을 올렸다. "영상 속에서 저는 제 모습을 잃었습니다."
3개월 후 그는 인스타그램을 중단했다. 친구들에 따르면 재활원에 입소했다 한다. "이 이상한 공적 생활의 압박감 앞에서 완전히 무너진 기분입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썼다.
1년 후 그는 죽었다.
데이브 홀리스의 흥망성쇠는 개인이 곧 상품이 되고 일상의 모든 것이 상업적 이벤트로 제작될 수 있는 SNS 인플루언서들의 기묘하고 친밀한 세계가 주는 압박감을 엿볼 수 있는 드문 사례다.
이 기사는 데이브의 어린 시절, 할리우드 시절, 그리고 자기 계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던 시절 친구들의 인터뷰를 엮어 구성했다. 전직 직원 및 동료와의 인터뷰도 포함돼 있다. 또한 데이브와 레이첼이 자신들의 삶을 공개적으로 공유한 많은 책과 수 시간 분량의 팟캐스트, 기타 매체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레이첼 홀리스는 취재를 거부했다.
(계속)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subin.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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