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싱크탱크가 주목한 6마리 '눈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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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바위산에 주로 서식하는 눈표범은 뛰어난 위장능력으로 눈에 잘 띄지 않아 '산의 유령'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눈표범은 평소엔 보이지 않게 위장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나 관찰자를 깜짝 놀라게 한다. 애틀란틱 카운슬은 느리지만 꾸준하게 추진되는 추세, 감지되지 않은 발전, 알려져 있지만 과소평가된 위험 등 세상을 재편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세계적인 현상을 눈표범이라는 용어에 비유한다.
다음은 애틀란틱 카운슬이 정의한 6마리 눈표범.
1. 남극을 향한 새로운 경주
그동안 남극은 1961년 체결된 남극 조약에 따라 거의 모든 형태의 군사 및 경제 활동이 금지됐고 과학적 연구를 위한 자원 탐사만이 가능했다. 그러나 2048년부터 56개국의 조약 당사자는 프로토콜 검토를 요구할 수 있으며 남극 대륙에서 천연자원 탐사와 개발을 위해 조약을 수정할 수 있을 것을 보인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남극 대륙을 둘러싼 국가들의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지역의 미래적 사용'에 참여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남극의 전략적 가치를 인식하고 5번째 연구기지를 착공했으며 과학 연구와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의 정보 수집을 위한 강력한 안테나 기지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남극 대륙에는 약 5000억 톤의 석유와 3000억~5000억 톤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천연자원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담수, 철, 구리 자원부터 운송 항로에 이르기까지 남극 대륙의 지정학적, 경제적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어 기존 남극 조약이 유지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세계 각국은 남극 조약이라는 협력적인 글로벌 거버넌스를 무력화시키면서 남극 대륙을 둘러싼 치열한 지정학적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한다.
2. 기후로 인한 전세계 항로 충격
기후 변화는 이제 글로벌 항로를 위협한다.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중단됐지만 이제 기후 변화가 지구와 대기 사이에서 물의 흐름을 교란시킴으로써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할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황금 운송로'인 양쯔강은 연간 29억 3000만 톤 에 달하는 화물을 운송하는데 지난 2022년 여름 심각한 가뭄으로 강폭이 평소의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운송이 중단됐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뉴올리언스 항구를 통해 매년 1300억 달러의 물품을 운송하는 미시시피강도 같은 해 심각한 가뭄으로 약 20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유럽에선 2022~2023년에 주요 내륙 수로인 라인강의 수위가 가뭄으로 인해 크게 낮아져 운송량이 절반에 그쳤다. 미국 컨테이너 물동량의 40%, 세계 무역의 5%, 2700억 달러 규모의 상품을 운송하는 파나마 운하도 지난해 1950년 이후 최악의 가뭄으로 매일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의 수와 운송량이 감소해 큰 타격을 입었다.
향후 기후 변화로 인해 극단적인 날씨가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글로벌 운송 항로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 선박을 개조하거나 하천을 준설하고 재설계하는 등의 적응 전략은 비용만 많이 들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상품 운송이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항로 탐색을 위한 새로운 기술과 함께 허브에서부터 운송 방법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운송 지도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3. 초반사 백색 페인트의 힘
최근 미국 퍼듀 대학의 시우린 루안 교수팀은 지구에서 태양 광선의 98%를 반사할 수 있는 고도로 특화된 초반사 백색 페인트를 개발했다. 이 페인트로 구조물을 코팅하면 표면 열이 낮아지며, 폐열이 발생하지 않고 시원하게 유지돼 에어컨 사용량을 최대 40%까지 줄일 수 있다.
만약 이 초반사 페인트로 지구 전체의 1~2%를 칠한다면 이는 지속적인 탄소 배출로 인한 추가적인 온난화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든 건축 구조물에 초반사 페인트를 칠한다면 비실용적이겠지만 자동차, 지붕, 도로 등에 초반사 페인트를 칠한다면 온난화되는 세상을 보다 시원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도시 거주자들은 혜택이 늘어날 것이다. 도시의 건물, 도로 및 기타 인프라는 훨씬 많은 열을 흡수하고 가두게 되는데 이는 도시 열섬 효과를 유발해 농촌 지역보다 화씨 7도 가량 상승시킨다. 전 세계 인구의 56%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2050년에는 70%에 달할 전망인데, 기온 상승으로 일부 도시는 거주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비록 지구의 작은 부분이라도 초반사 페인트로 칠한다면 도시를 보다 시원하고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4. 장거리 정밀무기 체계의 확산
지난 20세기 말에는 소수의 강대국들만이 순항미사일과 장거리탄도 미사일 기술을 보유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은 미사일 시스템의 확산을 제한하는 국제협정과 규범에 따라 엄격하게 통제됐다. 그러나 오늘날 장거리 미사일 타격 기술을 보유한 국가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991년에는 단 3개에 불과했지만 현재 약 24개 국가에서 사거리 300km 이상인 순항 미사일을 운용 또는 배치하고 있다.
최근엔 장거리 미사일 시스템의 확산을 제한하기 위한 합의도 약화했다. 2019년 미국은 러시아가 조약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중거리핵전력조약(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에서 탈퇴했다. 1987년 장거리 미사일 기술의 판매나 이전을 금지하기 위해 합의한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도 유명무실화됐다. 무엇보다 무기를 탑재한 장거리 무인항공기(UAV)가 확산하면서 이러한 규범과 협정이 무력화됐다.
비국가 행위자들이 장거리 정밀 타격 기술을 보유하면서 군비 통제 노력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이란은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 반군에 탄도 미사일, 순항 미사일 기술, 무장 UAV 등을 수출했다. 최근 후티 반군은 홍해상에서 이스라엘에 대해 장거리 미사일 공격을 시도했고, UAV 등으로 국제 선박을 위협했다.
이제 대부분의 국가와 많은 비국가 행위자가 이웃 영토 깊숙한 곳, 심지어 국경 너머의 표적을 몇 시간 내에 공격할 수 있는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그로 인해 지역 내 분쟁은 확대될 수 있으며 더 많은 국가가 대공 및 미사일 방어 계획과 역량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5. 미중 분쟁에서 중요한 작은 섬나라, 팔라우
서태평양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필리핀과 괌 사이에 있는 섬 나라인 팔라우의 지정학적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현재 팔라우는 대만과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태평양 지역의 4개국 중 하나이며, 미국에 독점적인 군사 작전 및 주둔 권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팔라우는 대만과 필리핀 일부를 포함하는 열도보다 중국 해안선에서 더 먼 '제 2열도'의 중심에 위치한다. 제 1열도 내의 군사 작전은 중국의 미사일 위협이 노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제2 열도에 위치한 팔라우는 미군 선박과 항공기를 재무장하고 수리하는 데 용이하며 재보급, 감시, 통신 및 기타 지원 활동을 위한 핵심적인 기지가 된다.
정치적으도 팔라우는 오랫동안 미국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1994년 미국-팔라우 자유연합협약은 미국에게 방어기지 건설 권리를 포함해 팔라우에서 독점적인 군사 작전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 대가로 미국은 팔라우를 방어하고 팔라우에 약 8억 9000만 달러의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팔라우에 대한 워싱턴의 관심이 높아졌다. 미 국방부는 2026년까지 팔라우에 레이더 시스템을 설치하기 위해 2022년 말 1억 2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2023년 12월 미국은 파트너십국들과 함께 팔라우 인근에서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다. 향후 미국은 이 지역에 대한 국방 및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더 많은 군사 훈련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팔라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6. 해수담수화 비용 감소
기후 변화와 담수 수요 증가는 전 세계 물 공급에 부담을 주고 갈등을 촉발시킨다. 200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뭄 건수는 무려 29% 증가했으며, 이러한 물 스트레스는 건조하고 가뭄에 취약한 가난한 지역에서 가장 심각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해수담수화 기술 발전으로 해안 지역의 담수 공급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주요 공정인 역삼투압 기술은 비용이 많이 들고, 화석연료를 통해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데다 상당한 염수 폐기물까지 발생한다.
그러나 최근 MIT 연구원들은 수돗물보다 저렴한 가격과 속도로 식수를 생산할 수 있는 서류 가방 크기의 태양열 구동 장치를 개발했다. 다른 많은 연구자들은 역삼투압 기술의 대안으로 정삼투압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정삼투압 방식은 자연 삼투를 사용하는데, 이미 존재하는 삼투압이 물과 고체를 분리하는 막을 통해 물을 끌어당기기 때문에 역삼투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향후 정삼투 공정이 완성된다면 담수화 비용이 크게 절감되고 결과적으로 저소득 국가가 담수화 시설을 늘려 더 많은 사람들이 저렴하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최성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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