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잘못, 사사키만의 문제 아냐" 식구 감싸기 나선 日 롯데, 하지만…ML 진출에 대해선 '말 아꼈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결코 사사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 '스포츠 호치' 등 현지 복수 언론은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각) 치바롯데 마린스와 사사키 로키가 2024시즌 연봉 협상을 완료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27일 사사키가 기자회견에 임했다.
프로 무대를 밟기 전부터 150km 후반의 엄청난 공을 뿌리며 많은 주목을 받았던 사사키는 지난 2022년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바로 일본시리즈(WS)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오릭스 버팔로스를 상대로 퍼펙트게임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당시 사사키는 비공인 세계 신기록인 13타자 연속 탈삼진까지 달성하면서 기록의 가치를 드높였다.
퍼펙트게임으로 세간에 이름을 알린 사사키는 다음 등판에서도 엄청난 투구를 뽐냈다. 당시 사사키는 8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내는 저력을 선보이며, 전 세계 야구계 최초로 두 경기 연속 퍼펙트게임을 달성할 뻔했다. 사사키는 시즌 초반부터 엄청난 기록과 함께 출발한 끝에 그해 20경기에 등판해 9승 2패 평균자책점 2.02의 훌륭한 성적을 남기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후 사사키는 '승승장구'의 연속이었다. 사사키는 지난해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승선했고, 동일본 대지진 당시 유을 달리했던 아버지의 기일에 국가대표 첫 승을 손에 넣는 등 일본 대표팀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데 큰 힘을 보탰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부상 등으로 인해 자리를 비우는 일이 잦았음에도 불구하고, 7승 4패 평균자책점 1.78의 성적을 남겼다.
이렇다 할 문제 없이 동행을 이어가던 치바롯데와 사사키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이번 겨울이었다. 사사키는 지금까지 프로에 입성한 뒤 단 한 번도 연봉협상에서 해를 넘긴 적이 없었는데, 이번 스토브리그는 여느 때와 달랐다. 사사키는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둔 지난 26일에서야 치바롯데와 연봉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들이 갈등을 겪은 이유는 메이저리그 진출 여부 때문이었다.
일본의 경우 KBO리그와 달리 프로 1년차 때부터 구단이 허락만 한다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다. 사사키도 2023시즌이 끝난 뒤 빅리그 진출 의사를 드러냈는데, 이를 치바롯데가 허락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치바롯데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풀타임 시즌을 치르지 못했고, 25세 미만의 선수는 큰 계약을 품을 수 없다는 점 등에서 사사키의 빅리그 도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특히 매우 충격적이었던 것은 사사키가 일본프로야구 선수회에서도 탈퇴했다는 점이었다. 한국의 경우 KBO리그에 속한 모든 선수는 프로야구선수협회에 소속이 돼 있다. 일본의 경우 선수회 가입이 필수는 아니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선수들이 선수회에 소속이 돼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사사키가 선수회를 떠났다는 점은 메이저리그 진출 욕심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치바롯데와 사사키가 스프링캠프 일정을 앞두고도 계속해서 연봉 계약을 매듭짓지 못하자, 일본 현지 언론에서는 각종 이야기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사사키를 향한 비판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이상 LA 다저스),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은 모두 소속 팀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견인한 뒤 빅리그 무대를 밟았으나, 사사키는 그저 생떼만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불상사'는 없었다. 일본 복수 언론에 따르면 치바롯데와 사사키는 2024시즌 연봉 8000만엔(약 7억 23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따라서 사사키가 사비로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사사키의 연봉 8000만엔은 2023시즌과 같은 금액, 세 차례나 전열에서 이탈했던 만큼 연봉이 인상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사사키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뒤 현지 언론과 기자회견 시간을 가졌다.
사사키는 포스팅 요청에 대해 "메이저리그 이야기는 입단 초부터 해왔다.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메이저리그에 대한 생각을 해왔다. 협상 자체는 변호사 에이전트를 통해 했고, 서로 납득할 수 있는 형태로 계약을 맺었다"며 "미래에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일단 2024시즌을 잘 치르는 것이 중요하다. 작년에는 부상 등으로 만족할 만한 시즌이 아니었다. 올해는 좋은 시즌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치바롯데가 팔을 걷고 사사키 감싸기에 나섰다. 사사키에 이어 마츠모토 나오키 본부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마츠모토 본부장은 "사사키와 연봉 계약이 길어진 것에 대해 일부 보도에서는 사사키가 제멋대로 행동을 한다거나, 투정을 부린 것으로 나왔지만, 전혀 그런 것은 없었다. 입단 1년차 때부터 에이전트를 통해 메이저리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고 밝혔다.
연봉 협상이 길어졌던 이유는 단순히 사사키의 문제만은 아니었다는 것이 마츠모토 본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구단 입장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을 비롯해 잘못도 있다. 결코 사사키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입단 초부터 메이저리그의 꿈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매년 오프시즌에도 꿈에 대한 이야기는 해왔다. 그리고 미국에 가고 싶다는 꿈에 대한 이야기였다. 포스팅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일단 연봉 협상을 맺은 만큼 이제 시선은 2024-2025년 스토브리그로 향한다. 치바롯데가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맺어야 하는 사사키의 포스팅을 허락할지의 여부다. 마츠모토 본부장은 "어느 타이밍이 될지는 모르겠다"며 "사사키는 매년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꿈은 커지기 때문에 매해 오프시즌에 대화를 나눌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마츠모토 본부장은 "사사키 측과 천천히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이 걸렸는데, 중간에 경과를 말할 걸 싶었다. 이 때문에 이런저런 보도가 나온 것 같다"며 연봉 협상이 길어졌던 것에 대해 구단의 잘못도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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