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한파인데 고혈압 환자는 운동하지 말아야 하나?
혈관은 기온 변화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기온이 떨어지면 피부를 통한 열 손실을 줄이기 위해 혈관이 수축된다. 이로 인해 심장박동과 혈압이 급격히 올라갈 수 있고, 혈소판과 염증 반응이 크게 활성화된다. 기온이 1도 내려갈 때마다 수축기 혈압(최고 혈압)은 1.3㎜Hg 상승한다.
전두수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수돗물을 높은 곳으로 보내려면 수압을 올리는 모터가 필요한데 사람도 심장이라는 모터를 이용해 혈압을 올려 몸 구석구석에 피를 공급한다”며 “이때 필요 이상 수압을 올리면 모터 수명이 짧아지거나 수도관이 터지듯이 혈압도 지나치게 높아지면 심장·혈관이 손상되면서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한다”고 했다.
요즘 같은 강추위에는 고혈압 환자나 심뇌혈관 질환(뇌졸중·심근경색·협심증 등) 고위험군이라면 갑작스러운 혈압 상승으로 돌연사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손일석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전체 뇌혈관 질환의 50%가 고혈압 때문에 발생하고, 협심증·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은 30~35%, 만성콩팥병(만성 신부전)은 10~15%가 고혈압이 원인"이라고 했다.
‘대한고혈압학회 2023 고혈압 팩트 시트’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는 1,2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70세 이상의 고혈압 유병률은 60%가 넘고, 60대로 범위를 넓혀도 절반가량은 고혈압 환자다.
김원 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특히 날씨가 추울 때 임의로 약을 끊어서는 안 된다”며 “혈압의 반동 현상으로 원래 자기 혈압보다 더 높아질 수 있으며, 이때 갑자기 차가운 공기를 접하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심뇌혈관 질환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고 했다.
특히 강추위로 활동량이 줄어드는 반면, 겨울철에는 음식 섭취가 늘어나 비만이 되기 쉽기에 적절한 체중 유지에 힘써야 한다.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몸무게 1㎏ 감량 시 수축기(최고) 혈압을 1㎜Hg 이상 낮아지는데 몸무게 감량으로 최고 5㎜Hg까지 낮출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 밖에 금연·절주가 필수적이다. 술과 담배는 혈관을 수축하고 피를 끈적하게 만들므로 혈관에 악영향을 준다. 특히 과로한 뒤 과도한 음주 및 흡연 시 차가운 공기와 만나면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날씨가 춥다고 집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는 어르신은 오히려 혈압이 더 오르고, 체중이 늘면서 혈당도 오르고, 쇠약해지면서 근력이 떨어지고, 침대에서나 화장실 오갈 때 낙상과 골절이 생기기 쉽다.
따라서 새벽 시간대를 피해 기온이 오르는 낮 시간대에 가볍게 걷기나 산책, 기구 운동 등을 하는 게 좋다. 새벽에는 가장 추운 시간대이고 혈압까지 높아지기에 운동하다가 순간적으로 혈압이 치솟아 목숨을 위협하는 응급 상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가 뜬 낮 시간대를 적극 활용하되 추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모자·목도리·장갑 등을 착용하는 등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
발병한 지 3개월이 되지 않은 심뇌혈관 질환자는 겨울에는 되도록 실내 운동이 좋다. 일반적인 운동 강도보다 10~20% 정도 낮춰 최대 운동량의 60%가량으로 운동하는 게 바람직하다.
소윤수 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운동 시간은 20~60분 정도로 운동 강도를 점점 늘리면서 진행하는 게 좋다”며 “초기 운동법으로는 트레드밀 걷기·자전거 타기·계단 오르내리기 등을 추천한다”고 했다.
운동 전후에는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체온과 근육·관절 유연성을 높여 부상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본인 근력 상태에 따라 앉았다 일어서기와 아령을 이용한 저항 운동·균형 운동 등을 병행하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심폐 능력과 근력을 강화할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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