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도시와 경쟁하는 ‘한국의 랜드마크 신안’을 꿈꾼다…박우량 신안군수[2024 지자체장에게 듣는다]
2024년 새해가 밝았다. 부푼 기대와 희망이 넘칠 때다. 하지만 최근 국내 경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는 1.4% 성장하는 데 그쳤다. 2020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저성장 추세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잇따른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감세 정책을 쏟아내면서 지자체 재정에는 삘간등이 더욱 짙게 켜졌다. 정부의 세수가 줄어들면 지자체 재정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방교부금도 덩달아 줄어드는 탓이다.
그러나 지자체장들로서는 한숨만 내쉬고 있을 순 없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챙겨야 할 주민들이 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현재 지자체장들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다. 이에 지자체장들은 새해 벽두부터 관광객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고, 지역 특산물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박우량 신안군수도 그런 지자체장 중 한 명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자체들이 참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신안군은 어려움 속에서도 많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한 해 신안군 군정의 주요 성과 중 으뜸은 무엇인가.
△우선 신안군은 교부금 감소 등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 각종 주요 사업들을 차질없이 추진했다. 다양한 국·도비 예산을 확보한 덕이다. 국·도비 예산이 지난해 3747억원으로, 2018년보다 1890억원 증가했다. 정부의 공모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중앙부처와 국회에 사업의 당위성을 적극 설명하며 노력한 결과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새해에도 주요 현안사업 추진을 위해 역대 최대인 4400억원의 국·도비를 확보해 지역이 한 걸음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주요 사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
△많은 사람이 신안군을 찾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볼거리가 많아야 한다. 특히 ‘신안군에서만 즐길 수 있는 무엇’이 중요하다. 그래서 추진하는 사업이 ‘1섬 1뮤지엄 프로젝트’다. 지난해까지 압해도의 ‘저녁노을미술관’을 비롯해 15곳의 뮤지엄 조성을 마쳤고, 현재 11곳을 추진 중이다. 이 중에는 세계적 작가와 컬래버레이션을 추진하는 곳도 4개나 있다.
‘작은섬 학교 살리기’도 우리 군이 신경 쓰는 사업이다. 인구 감소로 인해 폐교가 생기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이 사업의 주 내용이다. 아이들이 곧 신안군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또 지역의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고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드리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장학금도 지원하고 있다.
-정부의 긴축 재정 운용으로 지자체들이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군민들에게 큰 희망을 안겨 줘야 하는데, 올해 신안군이 추진하는 주민복지사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신안군은 노인 인구 비율이 약 39%로, 노인들에 대한 복지정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선 우리 군은 409곳의 경로당을 운영하고 있다. 경로당은 노인들의 여가활동과 농어촌 노인공동생활공간의 역할뿐 아니라 주민들을 위한 다기능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들 중 지은 지 10년 이상 된 경로당 23곳을 올해 리모델링하고, 앞으로도 노후한 경로당들을 순차적으로 리모델링해 나갈 계획이다. 이 외에도 농어촌 공중목욕탕 14곳(읍·면당 1곳)을 운영해 농어촌 주민들의 건강증진 및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버스 완전공영제 등 교통복지에도 신경 쓰고 있다.
-특히 신안군은 청정에너지 생산을 군민 복지와 연결하는 사업을 모범적으로 수행해 오고 있다. 사업의 발전 방향이 궁금하다.
△우리 군은 2021년 전국 최초로 신재생에너지 배당금을 주민들에게 나눠 주기 시작했다. 태양광 발전 등을 통해 얻은 수익금 중 주민 배당금으로 책정된 액수가 현재까지 100억원에 이른다. 특히 배당금을 현금이 아니라 ‘1004섬 신안상품권’으로 지급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혜택을 받는 주민 수가 1만839명(군민의 28%)인데, 올해와 내년에 비금도·증도·신의도 등에 시설이 추가되면 혜택을 받는 주민 수가 1만7000여명(군민의 45%)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군은 햇빛과 바람을 이용한 수익을 높이고 이를 주민 기본소득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꾸준히 펼칠 계획이다. 이를 관광사업에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군수님은 문화예술 방면에 넓고 깊은 식견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올해 군이 가장 신경 쓰는 문화예술 사업들은 무엇인가.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우리 군은 ‘1섬 1뮤지엄 프로젝트’를 장기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주민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에 따라 오는 5월에 ‘대지의 미술관’이 도초도에 들어선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거장 올라퍼 엘리아슨이 도초도 수국정원 정상에 구체를 설치해 대지의 기운과 시간에 따라 변하는 태양빛의 연출을 느낄 수 있도록 한 미술관이다. 이 외에도 8월께 안좌도에 ‘플로팅 뮤지엄’이 지어지는 것을 비롯해 비금도의 150만 평 해변에 만들어지는 ‘바다의 미술관’, 자은도의 ‘인피니또 뮤지엄’, 하의도의 ‘정치인물 사진박물관’, 압해도의 ‘황해교류역사관’ 등이 올해 완공되거나 공사를 시작한다. 이들 뮤지엄이 다 들어서면 신안군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이자 박물관이 될 것이다.
-참 멋진 계획이다. 그리고 신안군에서는 지역축제도 많이 여는 것으로 안다. 계절별 축제들에 대해 자랑 좀 해 달라.
△‘천사(1004)섬’ 신안에서는 모두 24개의 축제가 열린다. 1년 열두 달 축제가 펼쳐지는 것이다. 그중 신안군 청정 지역에서 생산되는 수산물과 관련한 축제가 11개다. 5월의 홍어·낙지·강달어 축제, 6월의 병어·밴댕이·간자미 축제, 7월의 민어 축제, 9월의 왕새우·불볼락·우럭 축제, 10월의 새우젓 축제 등이 그것이다.
사계절 내내 꽃 축제도 열린다. 특히 꽃 축제는 컬러마케팅과 연계해 섬을 색색으로 물들인다. 3월의 수선화 축제와 4월의 유채꽃 축제는 섬에 노랑 물결을 일으키고, 4월의 튤립 축제는 섬을 붉게 수놓는다. 이 밖에도 5월의 라벤더 축제에서부터 12월의 겨울꽃(애기동백) 축제에 이르기까지 모두 13개의 꽃축제가 신안군을 찾는 분들께 즐거움과 행복을 선물한다. 신안군 곳곳이 ‘인생의 한 컷’을 남길 수 있는 핫플레이스다.
-스포츠를 활성화하고 이를 지역 관광 활성화로 연결하는 사업을 많은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다. 신안군도 그중 하나인데, 올해 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비금면 국민체육센터를 비롯해 암태면 국민체육센터와 반다비 국민체육센터 등이 올해 말과 내년 초까지 건립되면서 지역 스포츠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기반시설이 갖춰진다. 또 야구장, 테니스장, 그라운드골프장 2곳 등이 올해 완공된다. 아울러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요트·승마·걷기·자건거·바둑 대회를 열고, 요트팀 창단과 장애인체육회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군수님이 자랑하고픈 신안군의 대표 관광명소가 궁금하다.
△우선 ‘안좌도 퍼플섬’을 꼽고 싶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현재까지 퍼플섬을 방문한 외지 관광객이 150만 명에 이른다. 특히 2021년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되면서 2022년에만 38만여명이 다녀갔다. 코로나19가 끝난 이후 관광객이 해외로 발길을 돌렸지만 퍼플섬의 인기는 여전하다. 물때, 시간대, 계절별로 퍼플섬 모습이 달라서 한번 보고 가면 아쉬움에 다시 찾게 돼 10번 이상 찾아오신 분이 계실 정도다. 퍼플섬은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로, 세계적 관광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증도면 ‘순례자의 섬’도 놓치면 아쉬운 관광명소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인 ‘신안 갯벌’에는 특별한 볼거리가 있다. 하루 두 번 썰물 때 5개(병풍도~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진섬)의 작은 섬이 ‘노둣길’로 연결되는 것이다. 여기에 ‘건축 미술’ 형태의 작은 예배당 12곳이 들어서 있다. 그리스 산토리니 성당, 프랑스 몽생미셸 사원, 러시아 정교회 등을 형상화한 예배당이다. 이곳에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을 축약한 ‘한국의 섬티아고’ 순례길을 만들었다. 12㎞의 순례길을 따라 걸으며 만나는 12개의 작은 예배당은 여행자들에게 색다른 여행의 추억을 안겨 줄 것으로 자신한다. 이 밖에도 레트로 감성의 마을 풍경과 천혜의 자연경관을 뽐내는 신안군은 ‘발길 닿는 곳이 명승지’라고 할 만큼 관광명소가 넘쳐나는 곳이다.
-얘기를 들을수록 신안군이 참 멋진 고장으로 다가온다. 끝으로 새해를 맞아 신안군민을 비롯해 우리 국민들에게 덕담 한마디 해 주기 바란다.
△전국 자치단체 중 신안군은 하나의 자치단체다. 하지만 우리는 국내 자치단체와 경쟁하지 않고, 정원이 유명한 도시나 뮤지엄이 유명한 세계의 도시와 경쟁해 신안을 한국의 랜드마크로 만들어 가려 한다. 세계 속의 유일한 신안을 만들어 가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신안은 많은 기적을 일궈 왔다. 군정에 협조하고 지지해 준 군민들 덕분이다. 군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며 새해에도 많은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섬에 사는 것이 자랑스럽고 당당한 신안군을 만드는 데 저를 비롯해 전 공무원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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