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까지 내 네이션스컵 유치한 코트디부아르, 스포츠 워싱 비판 속 운명의 16강

김세훈 기자 2024. 1. 28.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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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산 와타라 코트디부아르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23일 아비장에 있는 대통령실에서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네이션스컵 기간 중 코트디부아르 경기를 직관했다. AP연합뉴스



코트디부아르 정부는 2023년 4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35억 달러(약 4조7000억원)를 대출받았다. 그중 30%를 40년 만에 유치한 네이션스컵에 투입했다. 경기장 4개를 새로 지었고 2개를 개조했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여기에 들어간 돈만 10억 달러(1조 3380억원)가 넘는다”며 “도로 수리, 호텔, 병원, 공항 개선에도 돈이 들어갔다”고 27일 전했다.

이처럼 코트디부아르 정권은 네이션스컵에 운명을 걸었지만, 대표팀은 극도로 부진하다. 대표팀은 조별리그를 꼴찌로 통과했다. 1차전에서 기니비사우를 2-0으로 꺾었지만, 나이지리아(0-1패), 적도기니(0-4패)에 연패했다. 1승2패 승점 3, 조 3위였다.

네이션스컵은 24개 팀이 출전한다. 조 3위 6개 팀 중 성적이 좋은 4개 팀이 와일드카드로 16강에 간다. 3위 6개 팀 중 4위가 코트디부아르다. 꼴찌로 16강에 턱걸이한 셈이다. 없는 살림에 빚까지 내 치른 대회에서 예선 탈락할 뻔한 엄청난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한 것이다.

코트디부아르는 오는 30일 수도 야무수크로에서 16강전을 치른다. 상대는 우승 후보 세네갈이다. 세네갈은 3승무패, 8득점 1실점 등 막강한 실력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코트디부아르가 베스트 멤버로 베스트 컨디션으로 붙어도 이기기 어려운 강호다. 그런데 코트디부아르 상황이 불안하기 짝이 없다. 3차전 적도기니전에서 패한 직후, 장 루이 가세 감독을 경질했다. 2015년 네이션스컵에서 코트디부아르 우승을 이끈 에르베 레나르 감독을 잠시 ‘빌려’ 쓰려한 축구협회 계획도 무산됐다. 레나르는 현재 프랑스여자축구대표팀 감독. 프랑스축구협회 답변은 ‘노’였다. 디애슬레틱은 “코트디부아르는 스타도 없고 감독도 없이 수십년 만에 가장 중요한 경기를 치러야 한다”고 전했다.

코트디부아르는 네이션스컵을 유치하면서 ‘스포츠 워싱’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알라산 와타라 대통령이 대선 투표를 1년 앞두고 무리하게 대회를 유치했기 때문이다. 그는 2억5700만달러(약 3439억원)을 들여 2020년 지은 ‘국립경기장’ 이름을 2023년 자신의 이름을 따 알라산 와타라 스타디움으로 바꿨다. 2010년 처음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와타라는 2015년 코트디부아르가 네이션스컵에서 우승한 분위기 속에 재선됐다. 디애슬레틱은 “2020년 세 번째 임기를 놓고 논쟁이 많았다”며 “82세 노인이 2025년 선거에 다시 출마할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다수 아프리카 국가 정부는 축구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왔다. 1971년 군사 쿠데타로 우간다 대통령에 취임한 이디 아민은 1976년 동중앙아프리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축구팀에 쇼핑 여행을 선물했다. 대를 이어 가봉 대통령이 된 알리 봉고는 2017년 네이션스컵을 유치한 뒤 경기장 건립을 위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리오넬 메시를 가봉으로 데려왔다. 가장 널리 알려진 사실은 아프리카인으로서 유일하게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조지 웨아가 자신의 인기를 활용해 2018~2023년까지 라이베리아 대통령을 지낸 것이다. 이밖에 가나, 나이지리아, 콩고, 카메룬, 적도기니 등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들은 네이션스컵 유치와 결과 등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데 활용했다. 디애슬레틱은 “이번에도 네이션스컵 결과가 사회와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네이션스컵에 나선 24개국 중 11개국이 올해 선거를 실시할 예정이지만 그 계획이 실제로 지킬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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