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미스나인, 하이브 걸그룹이네…K팝 남성팬 확장력 확인
K팝 걸그룹의 고전적인 면모 매력
더 능숙해지고 세련된 모습 보여주며 성장서사 써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3.5세대 K팝 걸그룹 '프로미스나인'(fromis_9)은 쟁쟁한 4세대 K팝 걸그룹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펼쳐진 '2024 프로미스나인 콘서트 '프롬 나우.'(2024 fromis_9 concert 'FROM NOW.')'에서 확인한 사실이다.
프로미스나인의 경쟁력을 증험(證驗)했다. 인터파크 티켓 예매자 통계에 따르면, 이번 프로미스나인 콘서트의 예매자 비율에서 남성은 무려 88.4%를 차지한다.
최근 인기 보이그룹 콘서트뿐 아니라 인기 걸그룹 콘서트 예매율에선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K팝 업계엔 코어 팬은 여성이 많고 남성은 문화소비에 돈을 쓰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다. 그런데 프로미스나인은 남성 팬덤도 충분히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이고, 이건 K팝 팬덤 외연성의 확장을 증거한다. 프로미스나인 소속사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모회사인 하이브(HYBE)가 고민 중인 '라이트 팬덤'을 늘리는 지점과도 맞물린다.
반대로 프로미스나인이 남성 코어 팬덤만 갖고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사실 일정 부분 맞는 지적이다. 2017년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의 걸그룹 육성프로젝트 '아이돌학교'를 통해 결성돼 이듬해 데뷔한 프로미스나인의 초창기 세계관은 '환상 속 소녀'였다. 이번 콘서트에서도 들려준 '펀!' '유리구두' '러브 밤' 그리고 '환상 속의 그대'가 그런 맥락에 속해 있다. 남성의 환상을 자극하는 성향이 짙다는 인식이 컸다.
하지만 이번 콘서트 그 편견을 깨는 자리였다. 작년 6월 발매한 정규 1집 '언락 마이 월드(Unlock My World)'에서 보여줬던 메시지를 녹여냈다. 이상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가 프로미스나인 멤버들의 목표였는데, 이를 충분히 실현했다.
인트로 퍼포먼스와 함께 한 첫 곡 '인 더 미러(in the mirror)'부터 그런 오해에서 빠져나오겠다는 선언이었다. "걸스 인 더 미러(Girl in the mirror) / 옅은 미소 속에 뭘 / 깊이 숨겼어 / 나만은 알아야겠어 / 비밀스러운 나조차도 잊은 룰(Rule) / 후 아 유(Who are you)?" 인위적인 편견이 주축인 세간의 오해 이유를 외부에서 찾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부터 찾는 자각은 오히려 성장의 발판이 된다.
실제 1년4개월 만에 연 두 번째 콘서트인 이번 무대에서 프로미스나인 훌쩍 성장했다. 2022년 10월 프로미스나인이 KBS 아레나에서 펼친 첫 번째 콘서트 '러브 프롬.(LOVE FROM.)'도 객석에서 지켜봤는데, 그 때도 충분히 스스로 단독 콘서트를 끌어나가는 힘을 보여줬다.
그런데 2배가량 규모가 더 커진 공연장에서, 그것도 팬들의 시선이 더 잘 닿는 구조의 무대에서 프로미스나인 멤버들은 남다른 리듬감을 부여하며 더욱 눈길을 사로잡았다.
프로미스나인이 4세대 대세 걸그룹들의 인기 요인인 걸크러시, 세련미 등에서 부족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유려한 선, 멤버들 간 주고 받는 위트 등 힘을 줄 수 있는 서사도 충분하다.
이로 인해 프로미스나인은 K팝 걸그룹의 고전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 K팝 걸그룹들이 세대를 거쳐 진화해가며 여성 팬들을 끌어모으는 확장성을 발휘했다면, 프로미스나인은 1세대와 1.5세대 걸그룹들이 갖고 있던 청순함과 부드러움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며 다른 식으로 K팝 팬덤의 지분을 확보 혹은 확장해왔다. 공식 응원봉인 '플로봉'을 콘서트 현장에서 처음 들고 드레스코드인 파랑에 맞춰 피부가 파란 스머프와 아바타 분장을 기꺼이 할 수 있는 게 프로미스나인 팬덤 '플로버'의 힘이다. 백지헌은 "플로버 덕분에 콘서트가 완성이 됐다"고 기뻐했다.
특히 프로미스나인 멤버들은 이번에 더욱 세련된 무대 소화력을 보여줬다. 대표적인 곡이 '이스케이프 룸'. 변칙적인 코드 위에 몽환적인 기타·신스 베이스 사운드가 더해진 R&B 댄스곡인데, 탈출을 감행하기 직전의 긴장감과 설렘을 멤버들은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표현해냈다. 어둑한 조명과 대형 LED의 움직임으로 드레스룸을 만들어 멤버들이 마네킹이 입고 있던 재킷을 걸치고 장면을 변주하는 순간이 일품이었다. "화려한 도시 / 우린 그곳으로 향해 / 탈출해 너와 나 / 흔들리지 마 (…) 눈부신 저 네온 사인(Neon sign) / 어디로 나를 더 데려가 / 못 멈춰 난 / 기다려왔던 이 순간 / 새로워 내 모습이"라고 노래하는 이 곡은 '진정한 나를 보여주겠다'는 콘서트 주제와 접점을 이루기도 했다.
'블라인드 레터'는 어쿠스틱 버전으로 들려줬는데, 프로미스나인도 새삼 좋은 곡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걸 인지시켰다.
아울러 직선뿐만 아니라 곡선으로도 움직이는 대형 LED는 하이브의 콘서트 연출력을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이 LED는 콘서트 주요 소재인 거울 효과도 냈다. '펀!' '러브 밤' '위 고'로 이어지는 순간의 화려한 영상과 무대의 유연한 변형은 이번 콘서트의 정점이었다.
멤버들의 부쩍 늘어난 기량도 이번 콘서트에서 빠질 수 없는 관전 포인트였다. 상당수의 곡 도입부를 맡은 이서연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환기시켜 주는 역할을 했으며, 메인 보컬 송하영은 곡마다 고점을 찍고 애드리브까지 더하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이나경은 팀의 이미지 윤곽을 더 뚜렷하게 해줬다. 이새롬, 박지원, 노지선, 이채영, 백지헌도 저마다의 매력으로 팀에 새로운 뉘앙스를 불어넣었다. 객석엔 (여자)아이들 미연이 앉아 응원을 해 눈길을 끌었다.
콘서트가 끝난 뒤 프로미스나인도 역시 새로운 걸그룹 명가로 자리매김 중인 하이브 소속이 마땅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프로미스나인 멤버들의 진짜 모습을 이제 거울에 비춰도 왜곡될 일은 없을 것이다. 그 자체로 당당하고 매력적이니까. 프로미스나인은 28일 오후 5시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더 콘서트를 연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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