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 이혼할 결심’, 결국 가정의 소중함 느껴보게 하는 관찰예능[서병기 연예톡톡]

2024. 1. 27.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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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은 스타 부부들이 ‘가상 이혼’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파격적인 콘셉트의 ‘가상 이혼 관찰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일종의 ‘이혼 시뮬레이션’이다.

현재 ‘황혼 (가상) 이혼’에 돌입한 45년차 부부 이혜정-고민환, ‘처가살이’ 중에 가상 이혼을 하게 된 정대세-명서현 부부, 16개월 쌍둥이를 둘러싼 친권 및 양육권 분쟁으로 ‘기 싸움’을 벌이는 류담-신유정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파일럿 프로그램이 방송중인데, 관심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한 것 같다. 첫회 시청률이 4.3%, 2회 3.6%로 파일럿으로는 꽤 잘 나온 수치다. 유튜브 조회수도 300만뷰 넘게 나오는 등 시청자 반응도 핫하다.

이 프로그램은 부부의 갈등을 보여주고 초기에는 싸우는 모습 등 날카로운 장면이 들어가 있기는 하다. 이혜정이 권위적이다 못해 강압적인 남편을 향해 "난 당신의 그런 뻔뻔함이 싫어"라고 할때 서늘함을 느꼈지만, 초기 다툼보다는 가상이혼이후의 상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내가 없는 빈 공간에 덩그러니 남겨진 남편(고민환), 혼자 쌍둥이 아이들을 케어해야 되는 남편(류담), 면접교섭권으로 만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버거울 것 같은 아빠(정대세)는 이 프로그램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일 것이다.

어떤 부부도 좋기만 할 수는 없다. 소소한 갈등과 다툼이 함께 한다. 중요한 것은 이를 어떻게 해결해나가 각자의 불만이 쌓여가지 않게 하느냐다. 결국 가상이혼을 통해 가정을 점검해보라는 취지이고 가정의 소중함을 느껴보라는 것이다. 아내(남편)의 소중함은 아내(남편)의 부재시에 가장 잘 알 수 있다. 역지사지의 좋은 기회다.

결혼 36년차인 나는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을 욕하면서 보고 있다. 특히 고민환과 정대세를 보면 열받을 때가 있다. 고민환은 아내에게 강압적이고, 따뜻한 말한마디를 할 줄 모른다. 나이가 들면 남자는 아내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데, 고민환은 저렇게 하고도 남편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의아할 정도다. '극T'와 '극F'가 만나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인가?

나는 의사인 고민환이 혼자 병원에서 생활하면서 어떻게 바뀔지가 가장 궁금하다. 이혜정은 벌써부터 남편의 빈자리를 느끼고 있는 것 같은데, 고민환은 아직 "아내가 더 불편하겠지. 나 같은 좋은 남자가 어디 있다고" 하고 버티는 것 같다. 물론 착각은 자유다. 고민환이 살 길, 가정을 지키는 길은 변화뿐이다.

처가에 사는 정대세도 축구 현역에서 은퇴하고도 가사나 육아에 별로 참여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이해하기 힘들다. 정대세가 "외로움 때문에 아내의 잔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고 하는 말은 일견 이해는 되지만, 그것만으로 온전히 이해받기는 힘들 것 같다.

류담은 쌍둥이 아이를 돌보는 아내에게 집안정리를 못한다며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이 케이스는 류담이 아내와 역할을 바꿔보면 된다.

그러면서도 나는 저 사람보다 나은 점이 있는지를 생각해본다. 나도 이들 남자들과 비슷한 점이 많다. 그것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은 존재가치가 있다.

부부 3쌍중 한쌍 꼴로 이혼한다는 통계도 있다.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은 가상이지만 이혼과정, 그 이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려는 것 같다. 사람들은 이혼이라는 결과만 얘기하지만, 가족과 지인 등 주변에 알리기, 친권과 아이 양육, 재산 분할 등 처리해야 할 예민한 사항들이 기다리고 있다.

완벽한 부부는 없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런 점에 어떻게 다가가 해결하지는를 한번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이혜정이 평소에는 시원한 스타일이지만 막상 이혼사실을 딸에게 알릴 때는 매우 힘들어했다.

이처럼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은 연예인 출연진들이 자신들의 부부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가상이혼을 선택한 것이 차별화된 기획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리얼리티와 진정성을 동시에 잡는 기획이다.

두번째는 가상이혼을 통해 부부-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되짚어 보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이해와 공감을 넓혀준다.

마지막으로 이혼 변호사 등 전문가의 도움으로 현실적인 문제점을 점검해보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모습으로도 프로그램의 의미를 더한다.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의 윤세영 PD는 "가상이혼상태를 경험해보면서 부부문제, 가족문제를 점검해보고 가정의 소중함을 느껴보라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면서 "결론은 없다. 같이 살아야 하나, 각자 살아야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게 아니다. 각자 느껴보는 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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