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에도 꽃이 핀다' 이주명 "모양은 다르지만, 어디에든 꽃은 피지 않을까요"[TEN인터뷰]

이하늘 2024. 1. 27.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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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 배우 이주명 인터뷰

[텐아시아=이하늘 기자]

배우 이주명. /사진 제공=YG엔터테인먼트



청춘(靑春)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왜인지 오랜 시간 잠들어있던 씨앗이 기지개를 켜고 흙을 뚫고 나오는 이미지가 연상된다. 하지만 새싹이 자라나 꽃을 피우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다. 햇살이 가득 내리쬐는 봄날 같은 나날만 계속될 것 같지만 그건 오산이다. 비바람에 천둥번개, 자신을 노리는 벌레들까지 전부 온몸으로 막아내야만 한다. 그렇게 어렵게 빼꼼- 고개를 내밀고 나온다고 하더라도, 셀 수 없는 순간들을 견뎌내야만 자신이 어떤 색깔과 형태를 지닌 꽃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ENA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넘어지고 다친 청춘들이 다시금 땅 위에 두 발을 딛고 일어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모래와 꽃이라는 단어는 한 문장 안에 공존하기 어렵다. 애초에 무언가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이 아닌 데다가, 자라나더라도 말라버릴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불가능이란 관념을 깨버리고 자신만의 문장을 만들어내는 청춘들의 단상을 그려낸다.

극 중에서 거산군청 씨름관리 팀장 오유경 역을 맡은 배우 이주명은 20년째 떡잎인 씨름 신동 김백두(장동윤)을 일으켜 세우는 인물이다. 씨름판 위에서 자꾸만 넘어지는 김백두는 오유경이란 자양분을 통해 상대의 샅바를 꽉 움켜쥐고는 버텨내고야 만다. 어쩌면 이주명의 얼굴에는 찬란하게 빛나는 희망이란 녀석이 묻어있는 것일까. 1993년생으로 만 30세라는 이주명. 그녀는 배우로서 어떤 꽃망울을 맺고 끝내 피워낼지 궁금하다. 

ENA 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 스틸컷.



작품의 제목인 '모래에서 꽃이 핀다'는 불가능할 것만 같은 상황에서도 '희망'을 꽃피우는 청춘 드라마다. 이에 이주명은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엄청 잔잔한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뒤로 갈수록 반전의 스토리가 그려지더라. 희망찬 부분이 좋았다. 흘려서 들으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할 수 있는데, 모래에서 꽃이 피어난다는 예쁜 진심들이 담긴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씨름'이라는 소재를 드라마로 구현했다는 점에서도 많은 화제성을 불러일으킨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청춘의 성장과 아픔, 사랑을 다채롭게 표현해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씨름'이라는 소재가 너무 독특하고 신기했다는 이주명은 그 외에도 다양한 스토리가 재밌었다고. 그는 "무엇을 애쓰고 노력하는 모습이 그러지 않을까. 스포츠는 혼자 애를 쓰고 앓는 감정이 많지 않나. 그런 것이 청춘과 닮아있는 것 같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본격적으로 씨름 공부를 하지는 않았지만, 옆에서 지켜보고 접하면서 이주명은 "대단하다는 느낌이었다. 액션 스쿨에서 합을 맞추는 것과는 다르게 코어와 하체가 중요한 운동이더라. 샅바의 경우에도 그냥 잡는 것처럼 보이지만, 잡히는 순간 상대의 힘이 느껴진다. 보여지는 것보다 훨씬 힘든 운동이었다. 하지만 다른 배우들의 비하면 나는 1/10 정도 한 수준이라서"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ENA 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 스틸컷.



극 중에서 김백두(장동윤)의 어릴 적 친구인 오두식이자, 살인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기 위해서 고향의 거산으로 내려온 경찰 오유경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고민도 많았다고. 비슷하지만 상황에 따라 태도가 바뀌는 캐릭터로 인해 "인물은 한 사람인데 너무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서로 다른 캐릭터들이 조금씩 묻어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오유경/오두식은 왕년에는 씨름 신동이라고 불렸으나 지금은 과거의 명성을 좇아가지 못하는 김백두(장동윤)과 20년 만에 만나 다시 그를 일으켜 세우기도 하고, 살인 사건의 배후를 쫓기 위해서 의욕을 갖고 고향을 찾는 굳센 모습도 보여준다. 이주명은 "백두를 향한 마음은 내가 겪었던 것을 그는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아끼다 보니 다른 길로 돌아가지 않고 안 아팠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마 유경/두식이 그럴 수 있던 이유는 겪어봤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쫓겨나듯이 거산을 떠나면서 소중한 사람을 어떻게 챙겨야 하는지도 깨달았을 것 같다"라고 캐릭터에 대해 고민했던 지점에 대해 언급했다. 

ENA 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 스틸컷.



당돌하고 단단한 성격의 캐릭터와 비교해 어린 시절의 이주명은 어땠느냐는 물음에 "캐릭터와 완전 다르다. 내성적이었다. 어릴 때는 키도 작아서 맨 앞자리에서 화장실 간다고 손도 잘 못 들었다. 그런 친구였다. 어린 두식이가 마빡을 깨고 다니는 것을 보니까. 신기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김백두 역의 배우 장동윤에 대해선 "타격감이 좋은 배우다. 시간이 남을 때도 서로 놀리려고 든다. 청춘물을 하는 것도 사실 감사하다. 장동윤 배우는 백두 캐릭터의 순수하고 정이 많은 부분과 많이 맞닿아있는 것 같다. 선배로서 나한테 해주는 말들이나 다부진 것들에서 배울 점이 많다"라고 답했다. 혹시나 다음 작품에서 또 만난다면 어떤 역할로 호흡하고 싶냐는 물음에 이주명은 잠시 고민하더니 "우선 당연히 콜이다. 남매로 만나고 싶다. 물론 그림체가 다르기는 하지만(웃음)"이라고 덧붙였다.

배우 이주명. /사진 제공=YG엔터테인먼트



2022년 tvN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태양고등학교의 전교 1등인 모범생이지만 마음 속은 반항심으로 가득한 소녀 지승완을 연기한 이주명은 위태롭고 방황하는 청춘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모래에도 꽃이 핀다'를 통해서는 아무것도 잡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희망의 불씨를 어떻게 발견하고 다시 일어나는지에 관한 청춘의 다른 모습을 표현했다. 청춘 드라마에 자주 출연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이주명은 "고민이 있기는 하다. 스스로 '다 같이 하는 연기가 편할 것인가', '혼자 하는 연기가 편할 것인가'라는 생각도 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도 경찰로서 혼자 고뇌하는 장면들을 연기하면서 함께 하는 시너지와 혼자 하는 것들의 차이를 느끼며 재밌었다"라고 강조했다. 

1993년생은 이주명은 2024년을 맞아 만 서른살이 되면서 하나의 변곡점을 맞이한 기분이라고. 그는 "새로운 것들이 보이는 것 같다. 원래 낭만이라는 키워드를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프랑스 영화를 자주 보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지금의 나는 현실에서 보여지는 그런 사소하지만, 일상적인 낭만들에 관심이 가는 것 같다"라고 답변했다.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모래에도 꽃이 핀다'가 본인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느냐는 물음에 이주명은 잠시 고민하더니 "다 모양은 다르지만, 어디에든 꽃은 핀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그간 했던 모든 작품이 감사하지만, 유독 다른 것이 있다면 희망적인 느낌이 강한 작품인 것 같다. 배우들과 감독님이 의도했던 것처럼 따듯하고 몽글몽글한 감정들을 느껴주셔서 감사하고 뿌듯하다"라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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