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경·손호준, 불륜남도 이 정도면 빌런남 [Oh!쎈 초점]

연휘선 2024. 1. 27.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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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이이경부터 '나의 해피엔드'의 손호준까지, 호감형 남자배우들이 앞다퉈 '불륜남' 캐릭터로 한 획을 긋고 있다. 꿀밤을 쥐어박아주고 싶을 정도로 얄밉지만, 동시에 초현실적인 복수극에 현실감을 선사하는 빌런남으로도 극을 이끌어가는 중이다. 

# 이이경, 이렇게 얄미울 줄이야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약칭 내남결)'는 동명의 웹툰과 웹소설을 원작 삼아 각색한 드라마다. '내 남결'은 친구인 줄 알았던 여자의 배신과 사랑했던 남편의 바람이라는 배신에 상처받은 여자주인공이 과거로 회귀하며 제2의 인생을 살아내고 복수에 성공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이경은 아내 강지원(박민영 분)의 친구인 척 행세했던 정수민(송하윤 분)과 바람나 아내를 죽음으로 몰아간 나쁜 남편으로 안방극장을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회귀'를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내남결'은 현대극이지만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이다. 어떤 이유로도 설명할 수 없는 '회귀' 설정 자체가 원작을 아는 사람들에겐 익숙할 수 있지만 반대로 처음 접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이경을 중심으로 한 '불륜'은 '내남결'을 판타지가 아닌 현대극에 머물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어떤 드라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불륜이라는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회귀라는 낯선 소재에 대한 이질감을 희석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이이경은 찰떡같은 불륜남 연기로 비판과 칭찬을 동시에 받고 있다. 캐릭터만 보면 얄미워서 때려주고 싶다는 '욕받이'가 되는 것과 동시에, 빌런 캐릭터로서 '내남결'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나아가 현실적인 드라마의 분위기를 유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MBC '놀면 뭐하니?'나 ENA, SBS플러스 '나는 솔로(SOLO)' 등 다수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중과 친근감을 쌓아온 것과는 상반된 이이경의 배우로서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 손호준, 장나라와 이렇게 다시 만날 줄은 몰랐지

그런가 하면 손호준은 TV조선 주말드라마 '나의 해피엔드'에서 불륜남 허순영 역으로 등장했다. '나의 해피엔드'는 진정한 나의 행복을 되찾기 위해 외면해왔던 '나'를 마주하는 한 여자의 처절한 분투기를 그린 드라마다. 가수 겸 배우 장나라가 타이틀 롤 서재원 역으로 열연 중이고, 손호준은 그를 배신하고 친구 권윤진(소이현 분)과 바람난 남편 허순영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손호준과 장나라의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들은 과거 KBS 2TV 드라마 '고백부부'에서도 부부로 호흡한 바 있다. 당시 현실감 넘치는 부부 연기로 호평받았던 장나라와 손호준이 '나의 해피엔드'에서는 전혀 다른 성격의 부부로 재회했다. '고백부부' 또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인 만큼 '나의 해피엔드' 속 정반대의 부부 역할이 팬들에게 충격과 신선함을 동시에 선사하는 중이다. 

극성 강한 복수극이라는 점에서 '나의 해피엔드'도 배우들의 사실적인 연기와 보다 디테일한 설정을 요구하는 바. 불륜, 바람, 친구, 배신 등 큰 폭으로 휘몰아치는 감정을 선사하는 '나의 해피엔드'와 같은 통속극일 수록 시청자들로 하여금 감정선을 유지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리얼함이 필요하다. 여기에 손호준은 한층 진득해진 생활연기로 장나라의 옆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 불륜남, 이제는 복수극 빌런남주 대세

과거 불륜, 출생의 비밀만 등장하면 무조건 '막장' 취급을 받던 국내 드라마 시장이었으나 이제는 달라졌다. JTBC 'SKY 캐슬'이나 '부부의 세계'와 같이 바람과 불륜, 출생의 비밀을 보다 극적으로 활용해 '막장 드라마도 웰메이드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덕분이다. 여기에 '내남결'이나 '나의 해피엔드'는 불륜 피해자인 여자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워 복수로 인한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하는 데에 집중한 작품들로 불륜남인 배우들을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이경이나 손호준은 단순히 불륜남으로만 규정하기엔 아까운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당장 '내남결'에서도 이이경의 얄미운 행보들이 주인공 박민영의 복수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주는 반대급부적인 요소로 작용하며 극 초반을 이끌었다. '나의 해피엔드' 속 손호준도 마찬가지. 이러한 불륜남인 빌런들이 있었기에 다소 극적이고 과할지라도 주인공들의 복수가 응원을 받고 힘을 얻고 있다. 실생활에서는 이뤄지기 힘든 극적인 드라마를 현실에 땅 붙이게 만들어주는 현실적 빌런남주를 이이경과 손호준이 만들어가고 있다. / monamie@osen.co.kr

[사진] OSEN DB, 각 방송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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