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흔적 남은 박찬호 먹튀 불명예… 그런데 지구 최고 선수가 지워준다고?

김태우 기자 2024. 1. 27.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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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계약 중 2년을 허공에 날릴 위기인 제이콥 디그롬
▲ 제이콥 디그롬.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상위권 성적에 목마른 텍사스는 2002년 시즌을 앞두고 선발진 보강을 위해 분주히 움직인 끝에 당시 정상급 선발 투수로 이름을 날리던 박찬호를 영입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듯했다. 5년간 6500만 달러, 당시로서는 굉장히 큰 금액을 투자했다.

텍사스의 박찬호 영입은 일리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가 입단식에서 유니폼을 입을 때까지는 누구도 그 명제를 의심하지 않았다. 박찬호는 분명 성공적인 선발 투수였다. LA 다저스 소속으로 199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박찬호는 1997년부터 본격적인 풀타임 선발로의 인생을 시작하더니 내리 5년간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다. 게다가 든든한 이닝이터로 팀 공헌도가 컸다.

실제 박찬호는 1997년부터 텍사스로 이적하기 직전인 2001년까지 5년간 169경기(선발 165경기)에 나가 1067이닝을 던지며 75승49패 평균자책점 3.79의 호성적을 거뒀다. 훗날 알려지지만 당시는 스테로이드의 시대로 약의 힘을 빌려 어마무시한 힘을 뽐낼 때다. 그럼에도 박찬호는 연 평균 200이닝 이상을 던지며 분전했다. 게다가 20대 후반에 FA 시장에 나왔다. 텍사스의 과감한 투자는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알듯이 박찬호와 텍사스의 계약은 큰 실패로 돌아갔다.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원래 구위를 찾지 못한 박찬호는 텍사스에서의 3년 반 동안 68경기에서 380⅔이닝 소화에 그치며 22승23패 평균자책점 5.79에 그쳤다. ‘텍사스 구단 역사상 최악의 계약’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금도 이 명제에 항상 상위권을 차지하는 선수가 바로 박찬호다. 야속하지만, 남긴 성적이 그랬다.

그런데 20년 넘게 묵은 박찬호의 이 불명예를 지워줄 다른 선수가 등장할지 모른다. 그것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름이다. 한때 지구상 최고 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제이콥 디그롬(36)이 박찬호의 불명예에 접근하고 있는 선수다. 계약 당시까지만 해도 최고의 투수를 손에 넣었다며 흥분했던 텍사스 팬들과 매체들은 이제 디그롬과 박찬호를 비교하며 불안해 하고 있다.

디그롬은 메이저리그 통산 215경기에서 84승57패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 중인 특급 중의 특급 선발이다. 클레이튼 커쇼로부터 ‘지구상 최고 투수’라는 타이틀을 물려 받았다. 두 차례 사이영상 수상 경력이 있다. 문제는 그 타이틀 앞에는 ‘건강하다면’이라는 수식어가 꼭 붙는다는 것이다. 선발로 시속 100마일(161㎞)의 강한 공을 던지는 디그롬은 자연히 인체의 한계를 실험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고, 몸을 버티지 못하고 망가지길 반복하고 있다.

디그롬은 2021년 15경기, 2022년 11경기 출전에 그쳤다. 모두 부상 탓이었다. ‘유리몸’이라는 불안감이 커졌다. 그럼에도 텍사스는 디그롬의 건강할 때 그 강렬한 투구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디그롬의 몸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원 소속팀 뉴욕 메츠가 3년을 베팅할 때, 텍사스는 무려 5년을 베팅하며 디그롬의 도장을 받아냈다. 5년간 1억8500만 달러, 연 평균 3700만 달러라는 특급 대우에 2028년에는 상호 옵션까지 붙었다.

▲ 잦은 부상에 시달렸던 디그롬에 5년 계약을 제안한 텍사스의 베팅은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시작부터 모든 게 꼬이고 있다. 디그롬은 지난해 6경기에서 30⅓이닝만 뛰고 사라졌다. 스프링트레이닝 당시부터 몸 상태에 이상이 발견되더니, 결국 팔꿈치 인대에 문제가 생겨 수술대에 올랐다. 지난해 6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나 2024년까지는 출전이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2025년, 디그롬은 37세의 노장 투수가 된다. 게다가 디그롬은 이번이 첫 번째 수술이 아니다. 두 번째 토미존이다.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일단 2년은 다 날린 게 확정적이다. 사실상 남은 3년에 1억8500만 달러의 값어치를 해내야 한다. 전성기 디그롬이라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인데 37세의 디그롬이라면 더 힘들다. 게다가 디그롬은 최근 팔꿈치뿐만 아니라 몸 이곳저곳에 문제를 달고 살았다. 또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다행히 텍사스가 2023년 감격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부담을 덜기는 했지만, 두고두고 문제가 될 가능성이 열려있다. 디그롬의 계약이 끝났을 때, 박찬호의 불명예가 지워질지도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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