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유전성 암 발병률을 높이는 '린치증후군'...저비용 검진 시스템 고안 돼
자궁내막암은 과도한 에스트로젠(여성호르몬) 노출로 인해 자궁내막이 증식하여 발생한다. 일부 환자에서는 타고난 유전자적 요인으로 인해 생긴다. 이때 유전성 자궁내막암 환자들에게서 흔히 관찰되는 유전자 이상을 '린치증후군'이라고 한다.
국내 자궁내막암 환자 13%에서 '린치증후군' 발생
린치증후군은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여러 가지 암이 발생하는 유전성 증후군이다. 이 증후군은 유전성을 동반하기에 환자의 가족과 친인척도 잠재적 위험군이 된다. 가장 많이 발병하는 암은 유전성 대장암과 자궁내막암이다. 해당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으면 대장암에 걸릴 가능성이 80%, 자궁내막암에 걸릴 가능성이 50%로 알려져 있다. 린치증후군을 진단받은 환자는 자궁내막암과 대장암을 중심으로 난소암, 소장암, 위암, 췌장암, 담도암, 요관암, 신우암, 교모세포종, 피지선종 등 다양한 유전성 암 발병률이 크게 증가한다.
물론 모든 자궁내막암 환자가 린치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당차여성병원 여성암센터 최민철 교수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자궁내막암 환자의 13%에서 린치증후군 유발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연구팀은 자궁내막암 환자의 차세대 염기서열을 분석해 한국인 자궁내막암 환자의 린치증후군 유병률이 서양인에 비해 높다는 연구 결과를 2022년 국제학술지 캔서스(Cancers) 7월호에 발표했다.
그동안 유전성 암에 대한 연구는 서구 특히 미국인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국내 자궁내막암 환자 대상으로 유전자 패널 검사를 통한 린치증후군 유병률 보고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연구팀은 분당차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삼성창원병원 등 총 3개의 기관에서 자궁내막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중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다중 유전자 패널 검사(22종류의 유전자 검사)를 시행한 204명의 환자 정보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4명 중 가족관계인 4명을 제외하고 26명에서 린치증후군 유발 유전자의 변이 환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한국인 자궁내막암 환자의 린치증후군 유병률은 13%로 확인됐다. 전 세계적으로 자궁내막암 환자의 5%에서 린치증후군 유발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되는데, 국내 자궁내막암 환자의 경우 그보다 8%가량 더 높은 것이다.
최민철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자궁내막암 환자에서 린치증후군 환자 비율이 높은 것이 확인됐으며, 자궁내막암 환자 진단 시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2차 암 예방 또는 조기 진단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라고 밝혔다.
저비용, 고효율 IHC 검사로 린치증후군 진단 쉬워져
그러나 유전자 검사에는 비용과 자원의 한계가 따라 대안이 요구된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기동 교수 연구팀은 자궁내막암 환자에게서 비교적 저렴한 면역 조직화학 검사를 일차적으로 실시해, 린치증후군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공중보건 시스템을 고안했다.
연구팀은 면역조직화학(IHC) 검사가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들고 간편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면역조직화학 검사는 바이오마커 확인을 위해 사용되는 검사법 중 하나로 항체가 특정 항원에 결합하는 성질을 이용해 세포에서 항원 존재 부위를 검출한다. 바이오마커는 암 발생 여부를 판단하고 암종에 따른 항암제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객관적 지표이다.
연구팀은 저비용의 면역조직화학 검사를 통해 린치증후군 고위험 환자를 1차 선별한 후 정밀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는 투트랙 체계를 제시하고 그 효용성을 규명했다. 연구에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2018~2022년까지 자궁내막암으로 수술과 정밀 유전자 검사를 한 환자 데이터가 사용됐다.
연구 결과, 전체 자궁내막암 환자 중 약 2~5%의 환자에게서만 린치증후군이 관찰됐다. 이처럼 발견 사례가 적은데도 불구하고 고비용의 정밀 유전자 검사를 시행했다면 경제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결과가 나타났을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비용이 10분의 1 수준인 면역조직화학 검사를 통해 환자를 선별한 후 정밀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자, 린치증후군 진단 비율이 약 21%까지 상승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공중보건 측면에서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유전성 암 검사 전략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자궁내막암, 조기 발견하면 완치율 높아...정기 초음파검사가 중요
자궁내막암은 자궁 내부를 덮고 있는 자궁내막 세포에서 발생한다.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위험인자로 린치증후군을 비롯하여 △에스트로겐 과다 △비만 △당뇨병 △이른 초경 △늦은 폐경과 출산 △미출산 등이 거론된다. 자궁내막암은 초기에 발견되면 5년 생존율이 약 90% 이상으로 높지만, 3기에는 50% 내외, 4기에는 10% 내외로 급감하는 만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자궁내막암은 간단하게 초음파검사로 병변을 발견할 수 있고, 가느다란 기구를 삽입해 자궁내막 조직을 채취하기도 해 비교적 수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정기적인 초음파검사를 통해 암 이전 단계인 자궁내막증식증 단계에서 발견하는 것이다.
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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