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 일으켜 죄송합니다" 165㎞ 괴물투수 '미계약 사태' 거듭 사과, 그래도 "앞으로 ML서 뛰고 싶다" 굳은 각오

양정웅 기자 2024. 1. 2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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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2023 WBC에서 일본 대표팀으로 뛰던 사사키 로키. /AFPBBNews=뉴스1
사사키 로키. /AFPBBNews=뉴스1
우여곡절 끝에 일본프로야구(NPB)에서 가장 늦은 연봉 계약을 마친 '괴물' 사사키 로키(23·지바 롯데 마린스)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과와 함께 빅리그 진출 의지도 드러냈다.

데일리 스포츠, 스포츠 호치 등 일본 매체는 27일 지바 롯데의 홈구장인 ZOZO마린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사키의 기자회견 내용을 전했다. 사사키는 앞서 전날 지바 롯데와 2024시즌 연봉 재계약을 맺었다.

사사키는 "그동안 공식적인 자리에 나서서 얘기할 기회가 없었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팬 여러분께 언론 보도 등으로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 그 말을 먼저 전하고 싶다"며 소란이 일어난 점에 대해 대중 앞에 사과 의사를 전했다.

지난해와 같은 8000만 엔(약 7억 2250만 원)을 받을 것으로 알려진 사사키는 본인의 연봉에 대해 "구단과 여러 이야기를 나눴고, 양 쪽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금액으로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마츠모토 나오키 단장은 "논의 과정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팀에서도 실수가 있었다"며 책임이 구단 쪽에도 있음을 밝혀 갈등을 봉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지바 롯데 마린스가 26일 사사키 로키와 계약 소식을 전했다. /사진=지바 롯데 마린스 구단 공식 SNS
이 자리에서는 핵심 이슈인 사사키의 메이저리그 도전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번 연봉협상 과정에서 포스팅 신청을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사사키는 "처음 입단할 때부터 구단에 솔직히 얘기했다. 구단에서도 이해한다는 걸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돌아올 스토브리그에는 메이저리그 진출에 다시 도전하느냐'고 묻자 그는 "앞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다"면서도 "우선 다가올 시즌을 치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구체적인 도전 시기에 대해서는 "구단과 계속 소통하고 있다"며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이번 시즌을 뛰면서 가능한 메이저리그와 가까워지는 것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앞서 사사키는 NPB 유일의 미계약자로 남은 상황이었다. '최후의 2인'이었던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외야수 다쓰미 료스케(28)가 지난 25일 구단과 8000만 엔에 계약을 체결하며 남은 선수는 사사키 한 명이었다.

이번 겨울 사사키는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는 2023시즌 종료 후 지바 롯데에 메이저리그(MLB) 조기 진출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됐다. 1군에서 등록일수 기준 7시즌을 보낸 선수에 한해 포스팅 신청이 가능한 KBO 리그와 달리 NPB는 일정 년수를 채우지 않더라도 구단의 동의가 있다면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해외진출이 가능하다. 사사키는 이를 이용해 조기 MLB 진출을 원했던 것이다. 하지만 구단에서는 거부 의사를 밝혔다.

사사키 로키. /사진=지바롯데 마린스 구단 공식 SNS
이에 일본 현지 SNS에서는 "메이저리그에 가면 좋겠지만 롯데와 잘 지냈으면 좋겠다", "자신의 삶이다. 후회없이 좋아하는 걸 하며 살아야 한다", "이제 지켜볼 수밖에 없다, "나쁜 선례 되지 않았으면" 등 걱정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사사키는 이미 미국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시속 165㎞의 패스트볼과 150㎞에 달하는 포크볼을 앞세운 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구위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2경기 7⅔이닝 1승 평균자책점 3.52 11탈삼진으로 맹활약하며 일본의 우승을 이끌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개최하는 이 대회에서 쇼케이스도 마친 셈이 됐다.

여기에 일본 투수들이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있는 것도 사사키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오타니 쇼헤이(30)가 LA 다저스와 북미 프로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인 10년 7억 달러(약 9366억 원)의 FA 계약을 체결했다. 뒤이어 사사키의 경쟁자이자 현시점 NPB 최고의 투수로 불린 야마모토 요시노부(26)도 LA 다저스와 12년 3억 2500만 달러(약 4349억 원) 계약을 체결해 초대박을 터트렸다.

이들만이 빅리그 계약을 맺은 게 아니다. NPB 최연소 200세이브를 달성한 마무리 마쓰이 유키(29)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5년 최대 3360만 달러(약 450억 원) 계약에 성공했다. 일본 국가대표 좌완 이마나가 쇼타(31) 역시 시카고 컵스와 4년 5300만 달러(약 709억 원) 보장에 최대 5년 8000만 달러(약 1070억 원)까지 늘어나는 계약을 따냈다.

오타니 쇼헤이(왼쪽)와 사사키 로키./사진=사사키 로키 공식 SNS
사사키도 당장 메이저리그로 향한다면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은 가뿐하게 따낼 수 있는 초대형 투수로 평가받는다. 사사키는 평균 시속 159㎞, 최고 165㎞의 빠른 직구와 최고 149㎞의 고속 포크볼을 뿌리는 강속구 우완 투수다.

특히 지난 2022년 4월 10일 오릭스 버펄로스와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9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 없이 19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NPB에서는 1994년 5월 18일 마키하라 히로시(요미우리 자이언츠) 이후 28년 만에 나온 퍼펙트게임이다. NPB 역대 16번째로 사사키는 만 20세 5개월로 가장 어린 나이에 대기록을 달성했다.

또한 해당 경기에서 1회 초 2사 요시다 마사타카 타석부터 6회 첫 타자 구레바야시를 중견수 뜬 공으로 처리하기까지 13타자 연속 탈삼진을 기록했는데 이는 1957년 기지모토 다카오(한큐 브레이브스), 1958년 도바시 마사유키(도에이 플라이어스)의 9타자 연속 탈삼진 기록을 64년 만에 경신한 대기록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1970년 톰 시버(뉴욕 메츠), 2021년 코빈 번스(밀워키 브루어스), 애런 놀라(필라델피아 필리스)가 10타자 연속 삼진을 잡은 것이 전부였다.

사사키 로키의 퍼펙트게임 기념사진./사진=지바 롯데 마린스 구단 공식 SNS
하지만 냉정히 말해 '한 시즌'을 제대로 보여준 적은 아직까지 없었다. 2020년 프로 무대에 뛰어든 그는 통산 46경기에서 283⅔이닝 19승 10패 평균자책점 2.00, 탈삼진 376개를 기록했다. 첫 해에는 몸 관리 차원에서 1군 등판을 하지 않았고, 이후 3년 동안도 한 차례도 규정이닝(143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그나마 2022년에는 20경기에서 129⅓이닝을 소화하며 9승 4패 평균자책점 2.02를 기록했지만 이 역시 규정이닝과는 거리가 있었다.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2023시즌 15경기에 등판한 그는 7승 4패 평균자책점 1.78의 성적을 거뒀다. 91이닝을 던지며 탈삼진을 무려 135개나(9이닝당 13.4탈삼진) 기록할 정도로 뛰어난 구위를 뽐냈고 피홈런도 단 1개에 그쳤다. 기록만 보면 리그를 평정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오른손 물집과 복사근 부상으로 인해 단 91이닝 소화에 그치는 등 '이닝이터'와는 거리가 멀었다.

심지어 NPB에서도 투타겸업을 했던 오타니마저도 닛폰햄 입단 후 2년 차인 2014년부터 155⅓이닝을 던지며 로테이션을 돌았고, 이듬해에는 22경기에서 160⅔이닝을 던지며 15승 5패 평균자책점 2.24의 성적을 올렸다. NPB 5년 중 3시즌(2014~2016년)에서 140이닝 이상을 기록했다. 커리어하이 193⅔이닝(2021년), 지난해 164이닝을 던진 야마모토와 비교는 실례일 지경이다.

사사키 로키. /사진=사사키 로키 SNS
그렇다고 사사키가 에이스로서 오타니나 야마모토처럼 소속팀에 우승을 기여한 것도 아니다. 그가 있는 동안 지바 롯데의 최고 성적은 정규시즌 2위에 포스트시즌 파이널 스테이지일뿐 일본시리즈 문턱도 밟지 못했다. 사사키와 달리 오타니는 2016년 닛폰햄, 야마모토가 2022년 오릭스의 일본시리즈 우승에 기여한 에이스였기에 해당 팀들은 선수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응원했다.

25세 이전에 메이저리그에 가게 되면 구단에 거액의 이적료를 남기는 것도 아니다. 메이저리그와 NPB 간 협약상 만 25세 이전에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신청한 선수는 마이너리그 선수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그렇게 된다면 지바 롯데는 푼돈 수준의 이적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

사사키의 소속팀 지바 롯데의 요시이 마사토(59) 감독은 "언젠가 MLB에 가고싶다는 말은 팀에 입단할 때부터 들었다"면서도 "만약 그렇다면 팀에 더 보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시이 감독은 1998년 뉴욕 메츠에 입단하며 빅리그 무대를 밟아 콜로라도 로키스,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5시즌 동안 뛴 경험이 있다.

재계약 소식을 알린 닛칸스포츠는 "사사키는 오래전부터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메이저리그 팀들도 그를 높이 평가했다. 사사키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도전하길 원했고, 이 점이 협상이 길어지는 데 한몫했다"며 "사사키가 야구사에 남을 기량을 보유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아직 시즌 내내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사사키 로키(오른쪽). /사진=지바 롯데 마린스 공식 SNS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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