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궁금해요” 이숭용도 모르겠다고 했다… SSG 캠프 컷오프 칼날, 누구도 안심 못 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 시즌을 앞두고 SSG 지휘봉을 잡은 이숭용 감독은 사실 지금까지 SSG와 그렇게 큰 접점이 없었다. 선수, 코치, 지도자 생활을 모두 다른 구단에서 했다. 이런 지도자가 왔을 때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편견 없는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주축 선수들의 공헌도는 인정한다. 팀이 세대교체 기조를 천명했지만 나이가 많다고 해서 무작정 뒤로 빼는 건 없다. 이미 선수들에게도 ‘공정한 경쟁’을 약속했다. 베테랑 선수들에게는 자율권도 많이 줄 생각이다. 대신 모든 선수들에게 실력으로 증명하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부탁했던 것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베테랑이라고 해도 바로 아웃이다. 그 증명의 판이 이제 막 열린다. 스프링캠프다.
SSG는 올해도 익숙한 미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의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콤플렉스를 찾는다. 10개 구단 중 이동거리가 가장 길기는 하지만 한 번 들어가면 훈련 시설은 이만한 곳이 없다. 메인구장 1면에 보조구장 2면을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실내 연습장까지 완공돼 더 쾌적한 시설을 자랑한다. 콤플렉스 내에 숙소가 있어 이동 시간도 1분 컷이다. 선수들은 자신이 원할 때 언제든지 훈련을 할 수 있다.
이 감독 체제에서 경쟁에 들어간 선수들은 일찌감치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 개인 훈련을 택한 선수도 근래 들어 가장 많은 축에 속한다. 일찍 플로리다에 들어간 선수들의 수도 역대 최대급이다. 이동거리가 길기에 시차적응과 컨디션 관리 차원에서 일주일 먼저 캠프에 합류하는 것이다. 선수단의 긴장감을 실감할 수 있다. 총 41명의 인원이 이곳에서 1차 컷오프를 피하기 위한 전쟁에 돌입한다.
격전지가 여럿이다. 이중에는 이숭용 감독이 그리는 그림이 있는 포지션이 있기도 하지만, 이 감독 스스로도 “나도 잘 모르겠다”면서 은근히 즐거워하는 포지션도 있다. 대표적으로 포수, 1루수, 2루수가 그 격전지다. 포수진은 올해 외부에서만 세 명의 선수가 합류하면서 판이 다시 짜였다. 최주환(키움)이 2차 드래프트로 이적하면서 1루와 2루에도 자연히 자리가 더 열렸다. 자리를 지키려는 선수와 이를 뺏으려는 선수들의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우선 선발진부터 경쟁이다. 이 감독은 외국인 투수 두 명(로에니스 엘리아스‧로버트 더거), 그리고 김광현까지는 확정적으로 보고 있다. 남은 두 자리를 놓고 오원석 박종훈 송영진, 그리고 문승원까지 후보군이다. 문승원의 경우는 아직 캠프에서 어떤 보직을 놓고 경쟁할지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면담을 통해 확정할 예정이다. 이 감독이 올해 마운드 운영에 가장 키가 될 선수로 뽑은 선수가 문승원이다.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 캠프가 시작되면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포수는 기존 주전 선수였던 김민식, 백업이었던 조형우에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이지영이 합류했고 2차 드래프트에서는 박대온 신범수를 지명했다. 갑자기 1군에서 쓸 수 있는 포수가 확 늘어났다. 일단 캠프에는 김민식 이지영 박대온 조형우가 합류했다. 포수 엔트리는 한정적이다. 지명타자로 쓸 선수들은 아니기에 이 감독은 3포수보다는 2포수 체제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누가 들어가도, 누가 빠져도 이상하지 않다. 대만 2차 캠프까지 대격전이 예고되어 있다.
1루는 오태곤과 전의산이 1차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오태곤은 내‧외야 멀티플레이어로 가치가 있다. 이 감독도 kt 프런트 시절 오태곤을 봐 성향과 장‧단점을 훤히 꿰뚫고 있다. 여기에 입대를 미룬 전의산이 다시 출발선에 선다. 전의산의 입대 연기는 이 감독의 의중보다는 프런트의 의중이었다. 하지만 지켜볼 자원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 이 감독 또한 전의산의 타격 재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군에 가더라도 자기 것을 확실히 만들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고명준도 3루는 물론 1루도 볼 수 있다. 다크호스로 평가된다.
최주환이 빠진 2루는 김성현 안상현 최준우가 사실상 원점부터 경쟁을 시작한다. 김성현은 두 후배에게 존경받는 선수로 최근 3년 다년 계약을 하며 안정감도 찾았다. 수비 안정성에서는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안상현 최준우도 각자의 장점, 그리고 이제는 제법 쌓인 1군 경험을 바탕으로 도전장을 내민다.
안상현은 빠른 발과 센스가 장점이다. 이 감독도 안상현이 자리를 잡으면 팀 전체의 기동력이 좋아지며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최준우는 2루 경쟁 자원 중에서는 유일한 좌타자다. 콘택트에서 잠재력이 있다. 이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우선적으로 살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공격 잠재력에서는 최고인 김성민도 이 감독 앞에 선을 보인다. 김찬형 최경모는 내야 유틸리티 멤버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외야에도 지각변동이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이 감독은 최지훈의 지난해 부진에 주목한다. 이 감독은 “분명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더 열심히 훈련했을 것이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2년차 징크스라는 게 그런 과정에서 찾아온다”고 일단 감싸 안았다. 수비와 주루에서 가치가 크다고 말한다. 하지만 성과가 없는데 주전을 보장할 수는 없다.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중견수를 볼 수도 있고, 그렇다면 김창평 하재훈에게도 기회가 열릴 수 있다. 김창평은 구단이 생각하는 넘버원 공격 재능이다. 외야로 전향해 이제는 공격에만 전념할 수 있다. 타자로 전향한 뒤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하재훈도 젊은 선수는 아니지만 ‘성장’에 기대가 몰리는 선수다.
1군 캠프에 왔다고 해서 안도해서는 안 된다. 어차피 41명의 선수가 실전 위주의 2차 캠프에 다 가지는 못한다. 보통 5명에서 7명, 때로는 그 이상이 ‘컷오프’ 된다. 1군 캠프에 오지 못했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 또한 없다. 이 감독은 퓨처스팀(2군)과 이미 약속을 했다고 강조했다. 좋은 훈련 성과가 있는 선수라면 언제든지 1군 캠프에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퓨처스팀 코칭스태프에도 철저한 훈련, 신중한 선수 평가를 부탁했다. 퓨처스팀이 신중하게 평가해 추천한 선수라면 자신의 판단과 관계없이 무조건 1군에 올려 보겠다는 태도다.
이 감독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2차 캠프지의 위치 때문이다. SSG 퓨처스팀은 2월 중순 대만 자이로 떠나 캠프를 차린다. 1군은 플로리다 캠프가 끝난 뒤 25일 자이로 합류한다. 양쪽 훈련장 거리가 멀지 않다. 이 감독은 일부러 1군과 2군 휴식일을 엇갈리게 조정해달라고 부탁했다. 1군이 쉬는 날 2군에 가서 선수들을 보겠다는 욕심 때문이다. 1군에 있다가도 언제든지 2군 캠프로 갈 수 있고, 2군 캠프에 있다가도 1군 연습경기에 바로 콜업될 수 있다.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눈에 넣고 캠프를 마치겠다는 게 이 감독의 각오다. 특히 젊은 선수들에게는 앞으로의 두 달이 대단한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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