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 약일까 독일까 [재테크_창업]
일부 브랜드 ‘먹튀’ 피하려면 매의 눈으로 살펴야
(시사저널=김상훈 창업통TV 소장)
우리나라에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도입된 것은 1979년 롯데리아 소공점이다. 당시 대학로 커피전문점 '난다랑'과 '림스치킨'이 초기 프랜차이즈 시장을 주도했다. 한식 프랜차이즈의 서막은 1992년 '놀부'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은 급속도로 확장세를 거듭했다. 이 과정에서 문제도 적지 않게 노출됐다. 2000년 이후 가맹거래사업법이 제정되면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진행하는 본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보공개서 등록 절차를 거치게 됐다. 그럼에도 성장세는 꺾이지 않았고, 시장은 120조원 규모의 거대 산업으로 팽창했다.
2024년 프랜차이즈 시장의 판도
올해 1월 현재 공정위에 등록된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1만2595개에 달한다. 이 중 외식 브랜드는 1만75개다. 전체 브랜드의 80%가 외식 브랜드인 셈이다. 도소매 브랜드는 5% 정도인 595개, 서비스업 브랜드는 15%인 1921개가 등록돼 있다. 일본 프랜차이즈 시장의 브랜드 수는 3000개 미만, 시장 규모는 250조원대인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이토록 많은 것은 결코 좋은 브랜드가 그만큼 많다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원하는 만큼 가맹점 확장이 안 되기 때문에 계속 신규 브랜드가 많이 생겨난다고 봐야 한다. 2024년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의 향배는 어디일까.
1월 시작과 함께 프랜차이즈박람회가 여기저기서 열리고 있다. 서울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광역시 단위에서도 1년에 수십 차례 열리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박람회에 부스를 출점하려면 부스당 250만원 내외를 내야 한다. 큰 회사들은 5~10개 정도 부스를 렌트해 3일간 박람회를 치르곤 한다. 프랜차이즈박람회는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기관이 후원하는 형태다. 회당 130개에서 250개 정도의 업체가 참가한다. 본사 입장에서는 가맹점 창업자를 모집하기 위한 공식적·합법적인 영업 공간이 프랜차이즈박람회인 셈이다.
프랜차이즈박람회 형식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있다. 창업자 입장에서 투자 수익성 등 사업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점, 브랜드의 개점과 폐점 비율, 기존 가맹점주들의 만족도 데이터를 박람회장에서 찾기란 힘들다. 공정위에 신규 브랜드를 등록할 때부터 온라인박람회 형식의 실효성 있는 데이터가 창업자에게 오픈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럼에도 창업자들이 오프라인 프랜차이즈박람회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게 맞는 신박한 아이템이 있는지 시장조사 차원에서 박람회를 찾는다. 기존 창업자들도 불황 타개를 위한 업종 변경 아이템을 물색하기 위해 박람회를 찾는 경우도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들도 박람회 참가에 대한 만족도가 대단히 높은 것은 아니다. 참가 인원이 계속 줄어들고 있고, 무엇보다도 박람회를 통한 신규 계약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신규 창업 예정자를 만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박람회에 참가한다고 얘기한다. 분명한 것은 지금은 오프라인 박람회뿐만 아니라 365일 온라인 박람회를 병행하는 등 프랜차이즈박람회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이다.
공정위 가맹사업누리집을 살펴보면 한 달에 150~200개 브랜드가 새로 생겨나고, 그 정도 브랜드가 등록 취소되고 있다. 올해 들어 눈에 띄는 업종별 프랜차이즈 아이템은 어떤 게 있을까. 외식업 시장부터 살펴보자. 가장 눈에 띄는 외식업 브랜드는 역시 카페 관련 아이템이다. 캐나다 국민커피 브랜드 '팀홀튼', 미국 3대 버거라는 '파이브가이즈' 같은 브랜드는 직영점 형태로 영토 확장을 시작했다. 신규 등록하는 외식 브랜드 중에서 특별한 아이템은 많지 않다. 기존 아이템들의 콘셉트나 컬러 변경이 많은 상황이다. 커피, 밀크티, 빙수 등의 카페 브랜드는 계속 생겨나는 분위기다.
식사류 아이템 중에서는 덮밥, 국밥, 김치찌개(오모가리), 도시락, 솥밥, 스시, 제육, 칼국수, 수제비, 순대, 콩국, 추어탕, 꼬마김밥 등의 아이템이 생겨나고 있다. 고깃집 아이템 중에서는 정육식당, 족발, 연탄포차, 곱창, 장어, 쪽갈비, 대패삼겹살, 냉동삼겹살, 석쇠불고기, 닭강정 같은 아이템이 새롭게 출시되고 있다. 반면 떡볶이, 분식, 밀키트, 스테이크, 샤부샤부 전문점, 무한리필 고깃집, 참치 전문점, 냉삼 브랜드, 연어 전문점, 닭강정 등의 브랜드는 간판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도소매업 브랜드 중에서 눈에 띄는 신규 아이템으로 반찬가게, 정육점, 건어물 판매점, 반려동물 용품숍 등이 새로 등록되고 있다. 취소되는 브랜드는 무인밀키트, 무인아이스크림점 등이다. 무인 아이템의 한계를 보여주는 분위기다. 서비스 신규 등록 브랜드는 뷰티 서비스 관련 아이템이 강세다. 태닝숍, 블랙헤드 코팩 전문점, 피부관리숍, 반려동물 미용실, 셀프빨래방 브랜드도 생겨나고 있다. 서비스업 등록 취소 아이템은 요가숍, 바버숍, 스터디카페, 파티룸 등이다.
참가 열기 떨어진 프랜차이즈박람회
올해 처음 열린 코엑스 프랜차이즈박람회에는 130여 개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선을 보였다. 예년에 비해 업체들의 박람회 참가 열기가 다소 저조한 분위기였다. 업종별 눈에 띄는 아이템을 살폈다. 외식 아이템 중에서는 카페와 고깃집, 주점 브랜드가 주로 많았다. 코로나 시대의 최대 수혜 아이템이었던 배달 아이템은 주춤세다. 식사류 아이템 중에서는 국밥, 부대찌개, 다코야키, 칼국수, 마라탕 등의 브랜드를 볼 수 있었다. 서비스업 아이템 중에서는 반려동물유치원호텔, 무인오토테니스장, 수선가게, 스터디카페 등이 눈에 띄었다.
프랜차이즈 시장은 창업시장 관점에서 본다면 거부할 수 없는 물결과 같다. 외국계 사모펀드 자본들은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을 투자처이자 좋은 먹잇감으로 보는 측면도 있다. 업계에서는 가맹점 수를 빠르게 늘려 인수합병(M&A)으로 치고 빠진다는 얘기들이 심심찮게 들린다. 우려스러운 지점도 있다. 이런 때일수록 창업자들은 매의 눈으로 브랜드를 평가해야 한다. 박람회장에서 창업 아이템을 결정하는 일은 위험하다. 반드시 상권 현장에서의 성과 지표 및 운영 상황을 확인한 후 계약하는 게 순서다. 당장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향후 3~5년의 미래가치까지는 고려해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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