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의 뜻밖의 효능…알츠하이머 치료할 수도?

한건필 2024. 1. 2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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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 치료 효과로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도 임상시험 중
오젬픽(위) 위고비(아래) 제품. [사진=노보 노디스크]

당뇨병치료제 겸 비만치료제로 각광받는 블록버스터 약물들이 뜻밖의 분야에서도 약효를 발휘한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간, 신장, 심장은 물론 뇌 염증까지 억제해주는 약효를 보인다는 것. 《세포대사(Cell Metabolism)》와 《약학연구(Pharmacological Research)》등에 발표된 논문들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26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로 분류되는 이들 약물은 세마글루티드와 티르제파티드가 대표적이다. 전자는 비만치료제일 경우 위고비, 당뇨병 치료제일 경우는 오젬픽으로, 후자는 비만치료제일 경우 젭바운드, 당뇨병치료제일 경우 문자로로 판매되고 있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것 외에도 식욕을 감소시키기 위해 뇌에 작용하는 내장호르몬인 GLP-1을 모방한 물질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이루어진 많은 연구 결과는 이 약물이 면역 세포와 면역 체계 화학물질의 공격으로 인한 염증을 진정시키는 능력도 함께 갖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중개연구(Translational Research)》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리라글루티드(liraglutide)라는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지방간을 가진 생쥐의 간 염증을 완화시켰다. 사람 대상의 소규모 임상시험에서도 유사한 효과가 관찰됐다. 이후 생쥐의 신장과 심장 대상의 동물실험에서도 항염증효과를 보였다. GLP-1 자체가 비만 및 당뇨병에 걸린 생쥐의 지방 조직의 염증을 감소시켰다.

캐나다 토론토대의 다니엘 드러커 교수(내분비학)는 "우리는 동물연구와 인간 연구를 통해 GLP-1수용체 작용제가 거의 모든 곳에서 염증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세포대사》에 발표된 GLP-1 수용체 작용제의 염증억제 효과에 대한 논문의 저자 중 한 명이다.

그 약들이 유발하는 체중과 혈당의 감소는 아마도 염증을 조절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의미 있는 체중 감량이 달성되기도 전에 그 약들의 항염증 효과 중 일부는 시작된다. 이것이 과학자들이 작동하는 별개의 메커니즘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드러커와 동료들은 GLP-1 수용체와 모방체가 염증을 감소시키는 많은 조직의 면역세포에는 거의 없지만 뇌에는 풍부하다는 잠재적인 단서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생쥐의 전신에 염증을 유발한 뒤 GLP-1약물을 투여한 뒤 염증이 확연히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유전자 조작 또는 약물을 통해 생쥐 뇌의 GLP-1 수용체를 차단하자 염증 억제효과가 사라졌다.

이 논문은 생쥐에서 약물의 항염증 효과가 GLP-1 수용체를 통해 직접적으로 달성되고 뇌에 의해 매개된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약리학자인 나이겔 그레이그 박사는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약물 중 극히 일부만이 실제로 뇌에 전달되지만 뇌 내는 물론 전신적 항염증 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GLP-1 약물의 항염증 능력은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을 치료할 가능성도 있다. 두 질병은 뇌신경에 염증을 유발한다 점과 병리학적 단백질(알츠하이머병의 베타-아밀로이드와 파킨슨병의 알파-시뉴클레인)이 뇌의 특정 수용체와 상호작용하여 일련의 염증을 유발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과도한 염증은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GLP-1 수용체 작용제는 뇌의 염증을 억제하는 능력이 있어 새로운 신경세포의 탄생과 같은 중요한 과정이 계속 유지되도록 하는 것 같다고 그레이그 박사는 밝혔다.

실제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GLP-1 약물의 효과를 검증하는 임상시험이 20개 이상 진행 중이다. 엑세나티드(exenatide)라는 GLP-1 수용체 작용제가 위약보다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 능력에 더 큰 향상을 가져왔다는 임상시험 결과도 나왔다. 현재 더 많은 파킨슨병 환자 대상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올해 안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또 초기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제로서 세마글루티드의 약효에 대한 임상시험이 최소 2건이 진행 중이다.

브라질 오즈와우두 크루스 연구재단 염증연구소의 비니시우스 데 프리아스 카르발류 연구원은 이 약들의 항염증 작용은 당뇨병과 비만에 대한 효과를 증진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두 질환 모두 '염증성 질환'이라고 말한다. 세마글루티드의 항염증 작용은 비만인의 심혈관 질환에 대한 강력한 보호를 제공한다는 최신 뉴스에서도 확인된다.

염증 관련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GLP-1 약물의 사용은 특히 약물에 심각한 부작용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그레이그 박사는 "염증성 성분이 있는 전신질환이 매우 많다"면서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경우 GLP-1 약물을 적용해보는 시도가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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